아저씨 원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영화

▲ 아저씨 원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영화 ⓒ CJ엔터테인먼트

2010년을 마무리하는 특집기사로 한국영화 베스트5를 뽑아보았다. 올 한해 한국영화는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졌다. 하지만 흥행에 성공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제작비가 많이 투입된 큰 영화 위주였다. 물론 제작비와 홍보비가 많이 투입된 만큼, 큰 영화가 수많은 멀티플렉스 극장의 개봉관을 잡고 상영되는 것은, 영화가 자본에 종속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영화는 자본뿐만 아니라 문화적 가치 역시 포함하고 있다. 정말 좋은 영화들이 상영관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단관 개봉하거나 혹은 상영 일자가 너무 짧아서 많은 관객들과 만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여기에다 멀티플렉스에서 교차상영 하면서 도저히 직장 다니는 관객들이 맞출 수 없는 시간대에 영화가 상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상영은 하고 있지만 볼 수 없게 되는 경우다.

 

항상 지적하는 것이지만 작은 영화들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어야만 한국영화의 밑 둥이 건강해질 수 있다. 다양한 작업환경에서 일해본 영화 스태프와 감독이 나온다는 것은 한국영화가 다른 방향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멀티플렉스 혹은 다른 상영관에서 오랫동안 걸리지 못하고 아주 짧은 시간 관객들과 만나고 헤어진 작품들 중에 <땅의 여자>,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계몽영화>, <작은 연못>, <마녀의 관>, <빗자루, 금붕어 되다>, <조금만 더 가까이>, <레인보우> 등은 분명 작은 영화들이 상영될 수 있는 전영관과 장기상영 될 수 있는 시스템만 갖추고 있었다면 예술영화, 실험영화, 독립영화 등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더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 그리고 다양한 관객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작품들이기도 했다. 이런 부분들은 너무나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준 배우로는 남자배우 중에 <아저씨>의 원빈, 여자배우 중에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서영희와 <시>의 윤정희씨를 뽑아야겠다. <아저씨>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62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배우 원빈이 가지고 있는 스타성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그동안 유약하고 연약한 캐릭터만 맡았던 원빈이 거친 캐릭터 소화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단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서영희와 윤정희는 영화에서 완벽한 원톱으로 작품 전체를 지배했다. 두 배우의 연기가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영화가 감독이 원하는 방향으로 완벽하게 표현되지 못했을 것이다. 특히 서영희는 올해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확실한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년을 빛낸 장철수 감독과 서영희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2010년을 빛낸 장철수 감독과 서영희 ⓒ ㈜스폰지이엔티

2010년을 빛낸 감독으로는 <시>의 이창동 감독,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하하하>의 홍상수 감독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이창동 감독은 파행적인 영화진흥위원회의 심사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주의 감독으로서 올해 역시 완벽한 작품을 선보였다. 윤정희가 열연한 미자를 앞세워 우리 삶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

 

장철수 감독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조연출로 쌓아온 내공을 저예산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로 확실하게 터트렸다. 배우 서영희를 앞세워 잔혹하지만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구축하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하하>의 홍상수 감독은 이제 한국 영화의 확실한 트렌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의 영화 세계를 완벽하게 구축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연출하던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이라면 빠지지 않고 극장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베스트6 안에 들지 못했지만 꼭 언급하고 싶은 작품들이 있다. 손재곤 감독의 <이층의 악당>, 이해영 감독의 <페스티발>, 김종관 감독의 <조금만 더 가까이>, 육상효 감독의 <방가?방가!>,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 김정훈 감독의 <쩨쩨한 로맨스>, 임순례 감독의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이응일 감독의 <불청객>, 박진성 감독의 <마녀의 관> 등도 올 한해 그냥 놓치기 아깝다. 이 작품들은 독특한 예술적 혹은 컬트적 영화적 감성과 톡톡 튀는 상업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들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무비조이가 선택한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6을 만나보자.

 

6위 - <레인보우>, 올해 발견한 독립영화

 

레인보우 신수원 감독과 출연배우들

▲ 레인보우 신수원 감독과 출연배우들 ⓒ (주)인디스토리

<레인보우>는 올해 발견한 놀라운 독립영화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고 싶다. 이 작품은 우리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루저들이 나온다. 가진 것도 없고 있는 것이라고 오로지 꿈 하나뿐인 엄마와 아들이 나와서 자신들이 목표로 한 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것이 항상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 잘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린 지완(박현영)이지만 언제나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시나리오 수정에 대한 이야기다. 언제쯤 감독으로 데뷔할 수 있을지 앞길이 막막하다. 여기에다 하나 있는 아들은 공부보다 음악에 더 관심이 많다.

 

우리가 꿈 하나만으로 어떤 일에 뛰어든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레인보우>를 연출한 신수원 감독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로 잘 풀어내었다. 그녀가 이 작품을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감내했는지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여기에다 이 작품은 한국독립영화가 왜 긍정적인 요소로 한국 영화계에 작용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최근 들어 한국독립영화의 소재와 주제가 얼마나 넓어졌는지 보여주는 척도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작품은 잘 만든 충무로영화 혹은 독립영화와 비교했을 때 영화테크닉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뛰어넘는 장점인 영화에 진심이 담겨 있고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만으로도 <레인보우>는올해를 빛낸 영화로 뽑히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도 관객들의 감정을 움직이지 못한다면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위 - <하하하>, 홍상수 감독이 만들어낸 또 다른 트렌드

 

하하하 칸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과 출연배우들

▲ 하하하 칸 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과 출연배우들 ⓒ ㈜스폰지이엔티

홍상수 감독 영화는 이제 수많은 대학졸업영화와 상업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가 구축한 스타일의 영화 층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단 의미다. 특히 중요한 것은 그의 영향력이 실제 영화를 연출하려고 준비하는 영화과 학생들과 감독들에게까지 그 힘을 발휘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하하> 역시 홍상수 감독 영화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이전 작품들 보다 더 관객들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를 통해 한발자국 더 관객에게 가깝게 다가 선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탄사인 하, 여름을 나타내는 한자 하, 웃음소리 하를 합친 제목이다. 각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에피소드와 영화의 배경 등을 통해 왜 제목이 이렇게 되었는지 관객들이 충분히 알 수 있게 해준다. 영화 제목에 영화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 재미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 역시 홍상수 감독 영화스타일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연기파 배우들이다. 김상경, 문소리, 유준상 등 연기력 갖춘 배우들이 출연해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하하하>는 기본적으로 멜로 틀을 갖추고 있지만 접근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찌질한 사람들의 로맨스를 보여준다. 보면서 웃음도 나지만 너무나 현실적인 부분 때문에 관객들 마음 한구석에서 짜증이 스물 스물 올라오기도 한다. 바로 이런 것들이 홍상수 감독 영화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인 캐릭터 위에서 보여주는 인간군상 들의 찌질 하면서도 자기중심적인 이야기들이 관객들에게 묘한 매력을 주는 것이 그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4위 - <경계도시2>,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

 

경계도시2 국회 상영후 맨 왼쪽 홍형숙 감독

▲ 경계도시2 국회 상영후 맨 왼쪽 홍형숙 감독 ⓒ 시네마 달

홍형숙 감독의 <경계도시2>는 2010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사건이 송두율 교수 이야기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우리 마음속에 남아 있는 '레드콤플렉스'가 강렬한지 알 수 있게 해준다. 2003년 송두율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를 받지만 2008년에는 무죄를 받게 된다. 이 시간동안 일어났던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홍형숙 감독은 차분한 시선으로 다큐멘터리에 담아내었다. 현재 2010년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것이 '레드 콤플렉스'임을 감안하면 이 영화에서 보여준 사건들은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현재진행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뛰어난 부분은 단지 송두율 교수를 찍었기 때문이 아니다. 실제 송두율 교수 사건이 일어난 후 보여준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자신 스스로 남과 북에 소속되지 않은 '경계인'이라고 했던 송두율 교수이지만 우리사회의 보수와 진보는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송두율 교수 사건을 이용했다.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우리사회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 다큐멘터리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이 더 암담해 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사회가 아직 얼마나 수동적이며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한지 보여준 다큐멘터리영화 <경계도시2>는 올해를 빛낸 최고의 다큐멘터리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를 빛낸 베스트6 영화에 뽑히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3위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서영희와 장철수 감독이 만들어낸 잔혹극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언론시사회 중앙 장철수 감독, 왼쪽 서영희, 오른쪽 지수원

▲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언론시사회 중앙 장철수 감독, 왼쪽 서영희, 오른쪽 지수원 ⓒ ㈜스폰지이엔티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은 올해를 빛낸 최고의 신인 장철수 감독의 영화다. 그는 이 작품으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종상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감독상을 모두 휩쓸었다. 이뿐만 아니라 주연을 맡은 배우 서영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여우주연상에 오르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게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이 저예산 영화임을 감안하면 이들이 거둔 수상은 더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난 부분은 배우와 감독의 노력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단 점. 서영희는 완벽하게 김복남이란 인물로 변해서 '무도'란 외딴 섬에서 일어난 잔혹한 사건을 확실한 캐릭터로 풀어내었다. 그녀가 보여준 연기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전히 다른 캐릭터나 다름없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한 인물의 심리변화가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해지게 한다. 그만큼 연기가 잘 살아 있다.

 

여기에다 장철수 감독은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주제위에 완벽한 배경 설정과 스토리라인의 설정 그리고 배우의 캐릭터까지 만들어내면서 영화가 균형감을 가지고 끝까지 잔혹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밀어붙였다. 보통 뚝심이 아니면 하기 쉽지 않을 만큼 이야기가 파격적이다.

 

이런 노력은 영화가 후반부 상당히 잔혹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성관객들에게 더 큰 호응을 받는 작품이 되었다. 이유는 '무도'란 섬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이 과거 우리 사회에서 숨죽이고 살아오던 여성상을 극단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여성관객들이 오히려 남성관객들보다 김복남에 빠져들고 그녀가 보여준 행동에 대해서 공감하고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던 이유다.

 

2위 - <부당거래>, 류승완 감독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다

 

부당거래 제작보고회때 류승완 감독

▲ 부당거래 제작보고회때 류승완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처음 <부당거래>가 류승완 감독 작품이란 이야기를 듣고 분명 이전 그의 작품들처럼 한계가 있을 것이라 지례 짐작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가 이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잠재력을 완벽하게 폭발시켰단 생각이 들었다. 기존 류승완 영화와 다른 맛을 내는 작품을 만났다. 그것도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추잡한 부당거래가 판치는 영화를 말이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적나라하게 우리사회의 모습을 상업영화에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보지 못했기에 이 작품이 준 충격은 더 컸다. 2010년을 빛낸 수작영화로 <부당거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당거래>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류승완 감독이 우리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힘 있게 밀어붙인 부분이다. 이 작품엔 비리란 이런 것이다 할 만큼 총체적인 공권력의 부실을 보여주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 결코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게 만드는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부당거래>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현실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한다. 물론 류승완 감독이 잘 집어낸 영화적인 맥 역시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상업영화가 가지고 있어야할 기본적인 재미위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한 것 발휘했다. 이런 것들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면서 영화는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현실성을 함께 주는 작품이 되었다.

 

특히 <부당거래>에는 관객들이 정 줄 인물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누구 하나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자기들에게 이익 될 것에만 눈에 불을 켠다. 배우 황정민, 류승범, 유해진, 천호진 등이 만들어낸 캐릭터는 우리사회에서 부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공권력의 모습을 극대화시켜서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배우들 연기가 작품 완성도를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

 

1위 - <시>, 작가주의 감독 이창동과 명배우 윤정희의 만남

 

시 제작보고회때 왼쪽 윤정희씨, 오른쪽 이창동 감독

▲ 시 제작보고회때 왼쪽 윤정희씨, 오른쪽 이창동 감독 ⓒ NEW

<시>는 명실상부하게 2010년을 빛낸 최고의 작품이다. 다른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올 한해 <시>가 국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을 되짚어보면 이런 사실들은 더욱 명확해진다. 칸영화제 각본상, 대종상영화제 최우수작품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각본상과 최우수작품상, 대종상영화제 남우조연상, 여우주연상, 최우수작품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감독상, 각본상, 최우수작품상, 아시아 태평양 스크린 어워드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올 한해 거두어들인 트로피가 어마어마하다.

 

이 작품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에 대한 철학과 배우의 혼신을 다한 연기가 담겨져 있다. 영화가 단지 영상으로 어떤 사실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과 삶을 반추하고, 어떤 인물을 통해서 그 사람의 삶이 마치 우리들의 삶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런 부분들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양한 텍스트로 읽혀지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한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영화에서 보여준 미자의 삶이 얼마나 깊은 여운을 남겼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2000년대 초반을 빛낸 한국영화의 걸작으로 회자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영화다.

 

특히 한 장면 한 장면 버릴 것이 없다는 것 역시 이 영화가 어떤 힘과 미덕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이 하나의 작은 결정처럼 모여서 미자의 삶을 보여주고, 그녀가 걸어간 길을 관객들이 뒤따라 걸어가면서 그녀의 삶을 음미하고, 왜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미자가 꿈꾸던 이상적인 삶과 현실적인 삶 사이에서의 갈등이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요즘 같이 뒤틀린 세상에서 우리가 고귀한 삶을 꿈꾼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창동 감독이 가지고 있는 작가주의 역량과 명배우 윤정희의 혼신을 다한 연기만으로도 이 작품은 2010년을 빛낸 최고의 작품으로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12.25 12:04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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