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하고 SBS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조윤정 역을 맡은 배우 전혜빈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하고 SBS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조윤정을 연기하고 있는 전혜빈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다. ⓒ 이정민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아시는지. 일명 '북유럽의 모나리자'이자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화돼 스칼렛 요한슨이 묘한 매력을 발산했던 바로 그 작품. '소녀에서 여인으로'란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릴 고전 속 여성이 바로 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다.

배우 전혜빈은 지금 바로 그 경계에 서 있다. 하지만 스스로를 "여자라고 하기엔 조금 부끄럽고 그렇다고 소녀도 아닌 애매한 나이"라고 소개할 만큼 여유가 생겼다. 2002년 Luv 1집으로 데뷔했으니, 햇수로 벌써 10년. 최근 SBS 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 출연하며 염원했던 배우의 길로 차근차근 안착 중인 전혜빈을 지난 6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저자 전혜빈'. 본인은 쑥스러워했지만 저자라는 타이틀이 꽤나 뿌듯한 눈치다. 전혜빈은 6월 말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이미지팩토리)를 출간했다. 눈치 챘겠지만, 이 책은 섹시하고 도회적인 이미지의 전혜빈이 자신만의 노하우를 소개한 건강·다이어트 서적으로 발간 2주 만에 3쇄를 찍었다. '나이 들수록 살은 더 빨리 찌고 늦게 빠진다'는 부제처럼, 전혜빈의 털털함과 아기자기한 편집, 실용성 가득 찬 내용이 어우러져 20~30대 여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실 전혜빈은 인생의 절반이 지났을 때, 에세이든 소설이든 그간 써내려간 글들로 책을 출간하고 싶었다. 그간 써놓은 습작들도 여러 편이다. 기왕 자신 있는 분야에서 편안한 글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란 판단에 그 시기를 앞당겼다.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형식이었으면 했어요. 제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책을 낸 건 아니고, 만화책 보듯 남의 일기장 들쳐보듯 재미있고 쉽고 쓰려고 했거든요. 인생의 절반쯤 살았을 때, 저만의 관점으로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 꿈에 한 발자국 나아간 거 같아요."

 최근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하고 SBS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조윤정 역을 맡은 배우 전혜빈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혜빈은 최근 다이어트, 건강 서적인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 2주 만에 3쇄를 찍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이정민


보험(?) 차원에서 시작한 운동이 삶의 에너지로

사실 처음부터 운동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스스럼없이 "가수 시절엔 필요에 의해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하지만 여자 연예인도 세월의 흐름을 비켜갈 수는 없는 법. 스무 살에 데뷔한 전혜빈도 한두 살 나이를 먹으며 자연스레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보험(?)차원에서 시작한 운동은 어느새 본래 밝은 성격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운동을 적당히 하면 긍정적이고 행복해진대요. 하지만 '피곤한데 무슨 운동이야'란 생각에 담쌓고 사는 사람들이 열에 아홉은 될 걸요? 그런 마인드를 바꿔주고 싶었어요. 운동은 방법을 모르고 하면 노동이거든요."

멋모르던 데뷔 시절, 회사의 권유로 만들었던 다이어트 비디오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운동 예찬론자는 그저 생활 속에서 본인이 느낀 운동의 장점을 편안하게 나누고 싶었다.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를 공저한 지인 이사강 감독의 추천도 힘이 됐다.

"제가 꾸미고 가공하는 건 편치가 않아요. 실제로는 연예인, 스타 이런 수식과도 거리가 멀고요. 그래서 '나도 예전엔 최악이었어' 같은 내용도 썼지만 전 부끄럽지 않아요. 제 위기의 순간들도 책 속에 많이 담아 놨는 걸요(웃음)."

 최근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하고 SBS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조윤정 역을 맡은 배우 전혜빈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2년 가수로 데뷔해 예능을 거쳐 배우의 길에 안착한 전혜빈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 ⓒ 이정민


"사실 제 성격이 모 아니면 도거든요"

그래서일까? 브라운관으로 만나는 전혜빈에게서는 이제 여유로움과 더불어 성숙함이 느껴진다. 2003년 청춘스타들의 등용문이었던 <논스톱3>로 연기를 시작한 그가 출연한 작품만 무려 18편. 한 해도 작품 활동을 쉰 적이 없을 만큼 그는 부지런했다. 특히 작년엔 뮤지컬 <싱글즈>부터 KBS 단막극 <보라색 하이힐을 신고 저승사자가 온다>와 OCN TV시리즈 <야차>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주인공을 맡아 연기스펙트럼을 넓혀왔다. 그렇게 83년생 전혜빈이 달라지고 있다. 

"<내 사랑 내 곁에>의 조윤정은 도회적인 이미지예요. 지금은 역할도 편하고, (조윤정이란) 옷을 잘 입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제 성격이 모 아니면 도거든요. 앞으로 정말 센 악역이나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도 기다리고 있어요. 또 감정을 실오라기 하나 남김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제 안의 감춰왔던 걸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진짜 감성적인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이야 감독에게 '처음부터 잘하는 배우가 어디 있냐'고 애교를 부릴 수 있을 정도가 됐지만, 어디 처음부터 그럴 수 있었을까. 데뷔 후 줄곧 예능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쉼 없이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했던 전혜빈은 휴식 시간이 어색할 만큼 앞만 보고 내달려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고, 또 그런 생활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곳이 연예계인 이유다.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전, 인기를 먼저 쫓아야했던 그녀에겐 어떤 아픔과 상처가 있었는지 궁금해졌다.

"한 번 큰 굴곡을 겪다 보니까 더 서글서글해지는 거 같아요. 옛날엔 상처도 잘 받고 남들한테 티 안 내게 어두워지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인터넷 하다가 '나랑 같이 데뷔한 쟤는 톱스타가 되어있고,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구나'고 할 때도 있었고요. 근데 지금은 이런저런 시간을 겪고 나니 뭘 해도 감사하고 고맙고 그래요. 재미있게 더 잘해야지 그런 생각뿐이고. 이렇게 뒤끝 없는 성격이 제 장점인 것 같아요."

 최근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하고 SBS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조윤정 역을 맡은 배우 전혜빈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나이로 스물 아홉이 된 전혜빈은 그간 여러 굴곡을 거치며 단단해 졌다고 털어놨다. ⓒ 이정민


자유롭고 싶은 그녀 전혜빈 "내 정체는 배우"

'측근 배신에 실어증…자살 생각도'

전혜빈에 관한 몇 년 전 한 기사의 제목이다. 전혜빈은 그렇게 인터뷰만 하면 한참 예능에서 활약하던 시절의 별명만 몇 번씩 들어야 했던 시간도 견뎌냈다. "이제는 그 이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내 이름이 있는 거다"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됐다는 전혜빈. 그는 요즘 대세가 되어버린 예능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시대 흐름에 흘러들어가야죠. (예능은) '죽어도 안 할 거야' 같은 옹고집도 없고요. 물론 옛날처럼은 당연히 못하겠죠. 대신 나름의 이야기 거리가 있잖아요. '저 이렇게 성숙했어요' 하는 모습은 보여드리고도 싶죠. 그럼에도 옛날 모습만 기억하고 또 그런 걸 원한다면,좀 불편하고 당혹스러워요. 현재가 가장 중요하고 거기에 잘 맞춰 살고 싶거든요."

이렇게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한 배우 전혜빈은 자유롭고 싶다. 연애를 권장(?)하는 소속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노처녀가 되기 전 연애도 사랑도 하고 싶다. "자신의 정체가 배우"라고 단언하는 전혜진. 그를 변화시킨 건 10년의 삶을 살아낸 자기 자신인 듯 보였다.

"어렸을 때부터 배우를 꿈꿔왔고, 그 길을 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어요. 이제야 겨우 예능이란 꼬리표를 잘라내고, 제 이름 앞에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였죠. 이젠 제 결정대로  원하는 길로만 가고 싶어요. 책도 그렇고, 연기를 하다 음반을 하나 낼 수도 있는 거고. 그런 모습들이 좋게 비쳐줬으면 좋겠어요. 소원이요? 언젠가 후배들이 절 보고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는 꿈은 갖게 해 주고 싶어요(웃음)."

 최근 <전혜빈의 스타일리시 바디>를 출간하고 SBS주말극장 <내 사랑 내 곁에>에서 조윤정 역을 맡은 배우 전혜빈이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혜빈은 또 연기력의 폭을 넓히기 위해 뮤지컬에 이어 독립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 이정민


전혜빈 전혜빈의스타일리시바디 나무엑터스 내사랑내곁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