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MMA가 발전한다해도 스트라이커가 주는 가장 원초적인 매력은 팬들에게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아무리 MMA가 발전한다해도 스트라이커가 주는 가장 원초적인 매력은 팬들에게 벗어나기 힘든 유혹이다. ⓒ UFC


'방심은 금물, 한방이 승부를 좌우한다!'

갈수록 MMA(종합격투기)가 발전하면서 과거의 단순했던 스타일은 점차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불과 5~6년 전까지만 해도 덩치 큰 선수들은 움직임이 굼뜨거나 기술이 뛰어나다해도 타격 혹은 스탠딩 어느 한쪽에 특화된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좋은 체격에 파워와 테크닉을 겸비한 파이터들이 늘고 있다.

대다수 선수들은 과거처럼 '암바(Armbar)' 등에 일방적으로 팔을 내주지 않고 상위 포지션을 점령했다고 무조건 적으로 파운딩을 남발하지도 않는다. 기술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경기에 나설시 평소 체중보다 10kg감량은 너무도 당연한 기본이 되었다.

최근 팬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던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5·러시아)의 패배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과 무관치 않다. 표도르가 3연패라는 믿기지 않는 추락을 거듭한 배경에는 나이로 인한 신체적 노쇠화도 한몫 했지만 예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지지 않은 파이팅 스타일도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종합 격투기라는 명칭처럼 이제는 모든 부분에 걸쳐 두루두루 잘해야 경쟁력을 발휘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팬들은 이른바 하드펀처에 열광한다. 상황이 불리하다싶은 순간에도 한방을 갖춘 선수들은 뭔가를 기대하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 변수가 많은 MMA판에서 아무리 뛰어난 파이터라도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할 수는 없고 그런 가운데 터지는 펀처의 한방은 삽시간에 승부를 뒤집기도 한다.

그림도 여러 가지다. 처음부터 아예 상대의 페이스를 철통같이 묶어두고 승부를 끝내는 경우가 있는가하면 일방적으로 밀리다가 기적 같은 한방을 터트리며 역전승을 거두기도 한다. 이러한 승부는 그 특유의 짜릿함이 유독 강렬한지라 어떤 그림이 나와도 팬들은 열광하기 일쑤다. MMA계를 호령했던 혹은 현재도 군림중인 대표적 하드펀처들을 살펴보았다.

 '폭탄레슬러' 댄 헨더슨(왼쪽)과 '타격맹수' 멜빈 마누프

'폭탄레슬러' 댄 헨더슨(왼쪽)과 '타격맹수' 멜빈 마누프 ⓒ 스트라이크포스


한방은 같지만 스타일은 가지각색

최근 표도르를 잡아내며 팬들을 경악시킨 '폭탄 레슬러' 댄 헨더슨(41·미국)은 기세가 굉장히 좋은 하드펀처다. 단 한차례도 타격에 의한 KO패가 없을 정도로 탄탄한 맷집을 바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거칠게 훅을 날리며 상대를 압박하는 그는 전 그레코로만형 레슬링 국가대표 출신답게 그래플링까지 좋은 편이다.

특히 훅같은 경우는 '어깨에 폭탄을 매달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괴력이 엄청난지라 그와 만나는 상대들은 대부분 난타전을 피하기 일쑤다. 어지간한 주먹은 그대로 얼굴로 받아버린 채 카운터를 날릴 수 있어 그와 근접전에서 주먹을 섞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살행위다. 미들급 혹은 라이트헤비급에서 뛰는 선수임에도 헤비급 파이터인 표도르를 주먹으로 잡아낸 것이 이를 입증한다.

기세하면 '타격 짐승' 멜빈 마누프(35·네덜란드)역시 만만치 않다. 헨더슨의 펀치가 폭탄이라면 마누프의 주먹은 이른바 발칸포다. 한방도 위력적인 주먹을 흑인 특유의 탄력을 바탕으로 무차별적으로 쏟아낸다. 상대가 주먹을 한번 낼 때 두세번 뻗을 만큼 핸드 스피드가 좋은지라 많은 이들이 그와 난타전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마누프같은 경우는 헨더슨과 비교해 맷집이 약하다. 헨더슨같은 경우 어지간한 잔 타격은 대주면서 전진할 정도로 내구력이 엄청난데 상대적으로 마누프는 공격을 잘 펼치다가도 의외의 카운터를 허용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가끔 있다.

펀처로 구분할 선수는 아니지만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5·러시아) 역시 기세를 잘 이용한 케이스다. 묵직함은 떨어지는 편이나 빠른 몸놀림과 주먹 스피드를 활용해 공이 울리기 무섭게 앞으로 치고 나간다.

주먹을 낼 때 안면이 노출되는 것을 비롯 기술적인 면에서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지만 맞추는 재주가 좋고 그라운드라는 또 다른 무기가 있는지라 상대 선수 입장에서는 표도르가 치고 들어올 경우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활용해 표도르는 펀치로 빠르게 압박하다가 상대의 가드가 굳혀지면 신속하게 클린치후 테이크다운에 들어가는 패턴을 잘 활용했다. 그러나 이같이 파이팅스타일이 먹히지 않을 경우 표도르는 경기를 잘 풀어나가지 못한다. 안드레이 알롭스키전에서 드러난 이같은 약점은 이후 급속한 신체적 노쇠화 및 기량 하락과 더불어 뚜렷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북방의 최종병기'로 불렸던 공포의 하드펀처 이고르 보브찬친

'북방의 최종병기'로 불렸던 공포의 하드펀처 이고르 보브찬친 ⓒ 프라이드


표도르가 즐겨쓰던 펀치는 '러시안 훅(Russian Hook)'인데 이 기술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단연 '북방의 최종병기' 이고르 보브찬친(38·우크라이나)이다. 미르코 크로캅이 '전율'과도 같은 발차기로 프라이드 무대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면 보브찬친은 마치 핵폭탄 같은 무시무시한 펀치력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비록 신장은 173cm 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람한 체구에 굵은 팔다리에서 나오는 타격 파워는 모든 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순간적인 움직임이 워낙 좋아 많은 상대들이 잠깐의 빈틈으로 링 바닥에 나가떨어지기 다반사였다.

그와 맞붙게된 상대들에게는 이른바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맞고 쓰러진다', '맞기 전에 그를 제압한다!' 일단 이고르의 주먹이 나오기 시작하면 방어는 지극히 어려웠기 때문에 이고르의 대포가 슬슬 달궈지는 시점에서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곤 했다.

허리와 무릎을 돌려서 치는 일반적인 훅과 달리 러시안 훅은 어깨와 팔꿈치를 중심으로 주먹을 안쪽에서 비틀어 스트레이트로 명중되는 펀치. 어깨에서 반원을 그리며 팔꿈치를 되돌리는 식으로 각을 이뤄 펀치가 나가는데 어떤 면에서는 훅과 스트레이트의 장점이 혼합된 공격 기술로도 볼 수 있다.

한방을 노리는 펀치 스타일상 K-1 등 입식무대서 큰 위력을 떨치지는 못했지만, 공격 후 밸런스 유지가 용이하고 상대의 태클을 피하기 쉽다는 장점 때문에, 종합 링에서 더욱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하이킥이 아닌 크로캅의 하이킥이 두려운 것처럼 러시안 훅 역시 단순히 그 기술의 존재여부가 아닌 보브찬친이 구사하는 러시안 훅이기에 더욱 무섭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강한 어깨와 굵은 팔에서 힘차게 휘둘러지는 보브찬친의 러시안 훅은 오픈핑거 글러브의 특성상 일단 사정거리에만 들어오면 웬만한 가드 정도는 간단하게 꿰뚫어버리는데 거기에 일반적인 펀치와는 전혀 다른 스텝과 궤도까지 가지고 있어 정상적인 거리에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극찬까지 받곤 했다.

때문에 많은 파이터들은 경기 시작 종이 울린 후부터 끝날 때까지 온몸의 신경을 보브찬친의 주먹에 집중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안 훅을 알고도 피하지 못해 나가떨어진 선수가 부지기수이다. 이는 링 무대 뿐만 아니라 옥타곤에서도 고르게 해당되었다.

보브찬친의 러시안 훅은 어찌나 위력이 강력한지 상대를 바닥에 넘어지기도 전에 기절시켜버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는데 이는 MMA 무대에서도 흔하게 볼 수 없는 장면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단신의 한계 때문인지 보브찬친의 수비력은 공격력에 비해 많이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같은 타격가인 크로캅에게 하이킥을 얻어맞으며 되려 자신이 실신을 당하는가하면 힘을 앞세운 마크 콜먼의 그래플링에 변변한 반격을 해내지 못하는 등 어느 한쪽에 특화된 상대에게 종종 발목을 잡히며 정상권으로 확실히 치고 나가질 못했다.

<계속>

한방 하드펀처 주먹 종합격투기 역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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