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5일 오후 5시 30분부터 경북 경주시 황성축구공원에서 열린 화랑대기 유소년 축구 울산 옥동초(연두색)와 충북 제천 중앙초(붉은색)의 경기

8월 5일 오후 5시 30분부터 경북 경주시 황성축구공원에서 열린 화랑대기 유소년 축구 울산 옥동초(연두색)와 충북 제천 중앙초(붉은색)의 경기 ⓒ 박석철


8월 5일 오후 5시 30분 경북 경주시 황성동 황성축구공원. 경기를 하고 있는 선두들 중 다소 키가 작아보이는 한 소년이 상대 수비수 1명, 2명, 3명을 제치더니 4명 째 수비수 마저 따돌리고 골문을 향해 슛을 날렸다. 하지만 공은 아쉽게도 골 포스트를 넘어 버렸다.

유독 몰놀림이 빠른 이 소년은 이날 경기에서 자신의 팀이 넘은 7골 중 2골을 성공시키고 나머지 대부분 골을 어시스트 하는 맹활약을 보였다. 축구 경기를 관람하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마라도나' '축구 신동' 이라는 탄성이 흘러 나왔다.

8월 5일 벌어진 '2011 화랑대기 전국초등학교 유소년 축구대회'에서의 일이다.

선수들 보다 애타는 부모들

경주시는 옛 신라 수도 서라벌의 영화를 후세에 기리기 위해 황성터가 있었다는 이곳에 축구공원을 지었다. 또한 신라를 상징하는 화랑대기라는 명칭을 붙여 지난 2003년부터 이곳에서 매년 유소년 축구대회를 열고 있다.

8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 15일간 열리고 있는 올해 대회에는 전국 189개교에서 저학년, 고학년 팀을 포함해 모두 474개 팀이 참가해 1, 2차 리그전을 거쳐 우승팀을 가리고 있다.

5일 열린 울산 옥동초등학교와 충북 제천 중앙초의 경기는 초반 울산 옥동초의 기선 제압이 전반 25분 후반 25분을 통털어 7대 0이라는 큰 점수차로 승부를 갈랐다.

두 팀간의 실력은 엇비슷했다. 하지만 어린 초등학생들 간의 경기라 승부는 초반 분위기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학부모들의 응원열기는 선수들 이상으로 높았다

학부모들의 응원열기는 선수들 이상으로 높았다 ⓒ 박석철


특히 이날 울산 옥동초 10번 최준(6학년) 선수는 몸놀림이 유달랐다. 학부모들의 탄성대로 마치 축구 신동으로 불렸던 작은 키의 마라도나를 연상시키듯 상대편 수비진을 당황케 했다. 최준은 후반 10분에도 3명의 상대편 수비수를 이리저리 제치는 드리블로 자신의 두번 째 골을 성사시켰다.

이날 황성축구공원 1,2,3구장에서는 전국 각 팀들의 경기가 펼쳐졌고, 이를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응원 열기는 직접 공을 차는 선수들을 능가했다. 쾡과리와 북을 치며 열렬히 응원하는 학부모들의 열기가 황성공원을 압도했다.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기에서도 승부의 세계는 냉혹했다. 이겨서 환호하는 팀이 있는 반면져서 침울해 하는 팀이 있었다. 엇비슷한 실력이지만 아차하는 한 순간에 승패가 갈리는 초등학교 축구대회는 그래서 보는 이의 마음을 저리게 했다. 승부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스포츠의 한 단면이 초등학교에서 부터 싹터고 있었던 것.

멋지게 드리블 해 골을 성사시키는 것도 좋지만, 승부에 집착하기 보다는 스포츠를 즐기게 하는 풍토가 절실해 보였다. 승리해 기쁨을 누리는 학생과 학부모의 그늘에 가려진 패배해서 슬픈 그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뇌리에 떠올랐기 대문이다.

축구 신동으로 불리는 울산 옥동초 최준
 울산 옥동초 최준

울산 옥동초 최준 ⓒ 박석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는 최준은 축구 선수인 형(현재 울산 학성고 1학년)을 따라 다니다 자신도 선수가 됐다.

유소년 축구 울산리그에서 지난해 득점왕에 오르기도 한 최준은 아버지도 축구 선수를 지냈고 4촌 형과 이종 4촌도 축구를 하는 등 축구 가족이다.

가족들에 따르면 3~4살 때 할머니앞에서 공을 갖고 노는 모습이 마치 축구 선수 같았다고 한다.

최준은 "이번 화랑대기에서 꼭 우리 학교가 우승을 했으면 좋겠다"며 "장래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대한민국을 빛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랑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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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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