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드러나는 종편 드라마, 지상파와 케이블에 어떤 영향? [편집자말]
2011년 연말 개국을 앞둔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드라마 라인업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눈에 띄는 건 톱 배우들이 대거 합류했다는 점이다. 황정민·정우성·송일국·박진희·한지민 등 정상급 배우들이 종편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면서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이 가운데 tvN, OCN 등 케이블 방송사도 꾸준히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을 방영하고 있다. 한정된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는 단점에도 1~2%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지상파 드라마가 점해왔던 절대적 우위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뒤따른다.

종편, 화려한 라인업 과시...케이블 드라마도 꾸준한 인기

 배우 정우성과 김범이 서울 고속터미널에서 진행된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의 첫 촬영에 함께했다.

jTBC의 개국작인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의 한 장면. ⓒ jTBC


중앙일보 종편 jTBC는 <발효가족>과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등을 개국작으로 내세웠다. 박진희와 송일국이 주연을 맡은 <발효가족>은 KBS 2TV <부활><마왕> 등 마니아층을 양산해 온 박찬홍 감독과 김지우 작가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는 정우성과 한지민이 출연한다. 작가주의 드라마의 대표주자 격인 노희경 작가가 집필을 맡아 제작 초기부터 화제가 된 작품이다.

조선일보 종편채널 TV조선의 개국작은 <한반도>다. 이 작품은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으로 KBS <황진이> <불멸의 이순신>을 쓴 윤선주 작가와 황정민이 만났다는 사실만으로 기대작 반열에 올랐다. <한반도>는 한반도가 통일되었다는 가정 하에 한국의 자원인 '메탄하이드'를 두고 외세간 암투가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정치 드라마다.

동아일보가 준비하고 있는 종편채널 채널A는 개국 첫 작품으로 <황제를 위하여>를 준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돈을 최고로 여기던 남자가 시련을 겪은 후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라는 것과 팬엔터테인먼트 제작·<케세라세라>의 도현정 작가 집필만 가시화되었을 뿐, 아직 주연을 맡을 배우들은 캐스팅 과정 중이다. 지난 9월 박진희가 여주인공에 낙점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박진희는 최종적으로 jTBC의 작품을 선택했다.

이에 더해 채널 A는 지난 5일 2012년 초 방송을 목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인간 박정희(가제)>를 제작한다고 발표했다. <인간 박정희>는 '독재자'와 '영웅'이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명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케이블 채널의 공세도 만만찮다. 그동안 <매니><로맨스가 필요해> 등 오리지널 드라마를 방송해오던 tvN은 최근 <버디버디> 후속으로 <꽃미남 라면가게>를 준비하고 있다. 정일우·이기우·이청아가 캐스팅돼 최근 첫 촬영에 돌입했다. OCN은 '장르 드라마'를 도맡아 폭넓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메디컬 범죄수사극을 표방했던 <신의 퀴즈>는 평균 시청률 1~2%대를 오르내리며 시즌 2까지 계속됐고, 바통을 이어받은 <뱀파이어 검사>도 2일 첫 방송 시청률 1.42%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주상욱·조안 주연의 <특수사건전담반 TEN >도 1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어떤 채널이든, 얼마나 좋은 작품 만드냐가 중요"

 케이블 채널의 공세도 만만찮다. OCN은 '장르 드라마'를 도맡아 폭넓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OCN <뱀파이어 검사>는 2일 첫방송 시청률 1.42%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케이블 채널의 공세도 만만찮다. OCN은 '장르 드라마'를 도맡아 폭넓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OCN <뱀파이어 검사>는 2일 첫방송 시청률 1.42%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 CJ E&M


종편·케이블 드라마의 선전은 앞으로 방송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 방송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지상파 방송국도 변화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종편·케이블 드라마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참신함을 통해 변화를 주기보다는 전형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 익숙한 지상파 방송국이 자극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유였다.

tvN, OCN이 소속된 CJ E&M도 보도자료를 통해 비슷한 내용을 전한 바 있다. CJ E&M은 드라마 제작 관계자의 입을 빌려 "최근 방송가에서도 케이블 드라마에 대한 편견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만큼, 오히려 지상파에서는 볼 수 없는 파격적이면서도 새로운 시도가 시청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며 "비슷비슷한 인물과 갈등 구조의 기존 드라마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 다른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와 케이블TV의 노력이 맞물려 케이블 드라마의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지고 있다"는 말로 케이블 드라마가 '참신함'에 방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회의적인 의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올해 방영 목표인 지상파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는 재미난 프로젝트 정아름 대표는 "소재의 다양성을 기대했지만 케이블 드라마만 좀 새로울 뿐, 종편 드라마는 새롭다고 할 수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 대표는 "(제작사 입장에서) 종편 개국과 함께 새로운 걸 해 보고 싶어 준비했는데 종편이 추구하는 것이 지상파와의 차별이 아니라 비슷하게 가는 것 같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이) 개국한다는 것만 알려지고 어떤 구조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어느 곳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없지 않느냐"며 "지켜보고 있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어 "시청률만 놓고 보자면 일본과 비슷하게 (지상파 드라마도) 10~15%만 나와도 대박이라고 평가받게 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하지만 어떤 매체를 통해 시청자를 찾느냐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 그 자체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 했다. 앞서 언급된 방송 관계자는 "다양한 채널에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나온다는 것은 시청자 입장에서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의미"라며 "어느 곳인지를 불문하고 얼마나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는 원론을 강조했다.

드라마 종편 케이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