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개봉을 앞둔 배우 공유가 14일 오후 삼청동 한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한 공유.

영화 <도가니>의 주인공 강인호 역의 배우 공유. ⓒ 민원기


올 하반기 현재 주목받고 있는 화제작을 꼽으라면 단연 <도가니>와 <완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유와 정유미 주연의 영화 <도가니>는 지난 9월 22일 개봉해 10월 30일까지 464만 739명의 관객이 찾았다. 영화 <완득이>는 10월 20일에 개봉해 같은 날까지 151만 522명이 영화를 관람해 개봉 11일 만에 1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참고로 <도가니>는 개봉 11일 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한 바 있다.

관객 수 증가 면에서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둘 다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 개성 넘치는 장르물도 아닌 이 두 작품이 2011년 현재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도가니>와 <완득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보자.

같네? 사회현상에 대한 문제 제기, 담론의 장 마련

 영화 <도가니>에서 성폭행 피해를 입은 학생의 보호자는 지배계급의 회유와 겁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약자입니다.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 삼거리 픽쳐스


알려진 사실처럼 영화 <도가니>는 광주 인화 학교에서 있었던 장애인 성폭력 사건 및 아동 폭력 사건을 재구성했다. 영화는 청각장애인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인 자애학원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들을 실감 나게 묘사했다. 해당 학교로 부임한 선생인 강인호(공유 분)의 시선은 인권운동가 서유진(정유미 분)의 시선과 맞물려 사건을 바라보는 관찰자이자 현실에 저항하지만 결국은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회 구성원으로 분한다.

대중들은 <도가니>를 통해 함께 분노하고 문제의 심각성에 우려했다. '영화가 참 힘들었다'는 감상평이 많았음에도 각종 포털을 비롯해 모임의 장에선 <도가니>에 대한 담론이 끊임없이 재생산되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있었던 <도가니> 실제 사건 관련 청원운동과 지난 9월 28일에 국회를 통과한 '도가니 법'은 이러한 대중 담론이 진행된 성과 중 하나다.

영화 <완득이>도 비슷한 맥락이다. 제품을 팔며 춤을 추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완득이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간 엄마 때문에 내면의 상처가 있는 인물이다. 17년 만에 재회한 엄마는 필리핀 사람이었다. 툭하면 완득이에게 시비를 거는 것처럼 보이는 선생 동주는 교회를 빙자해 외국인 체류자들을 돌보며 인권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10월에 열렸던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완득이>를 통해 다문화 가정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렸다. 영화에서 완득이의 엄마로 출연한 이자스민은 "영화를 하면서 대중이 이 영화를 통해 다문화 가정을 이해하는 요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참여했다"며 출연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도가니>보다 사회적 파급은 약했지만 <완득이>는 다문화 가정이나 결손 가정에 대한 대중의 시선을 끄는 데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필리핀 엄마의 등장과 함께 영화 곳곳에는 인도인 목사님, 다문화 센터 등 '다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하다.

 영화 <도가니>의 한 장면

ⓒ 삼거리픽쳐스


 배우 김윤석과 유아인이 출연하는 영화<완득이>의 제작 보고회가 6일 오전 압구정CGV에서 열렸다. 유아인의 팬클럽 회원들이 모여 일정들을 논의하고 있다.

ⓒ 민원기


다르네? 현실과 가상, 기독교를 바라보는 태도와 대안의 지점

<도가니>와 <완득이>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일차적으론 영화가 전하는 이야기가 '현실의 재구성'인가, '가상의 이야기'인가 하는 차이다.

둘 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은 같지만 두 작품이 각각 철저한 사전취재를 거쳐 쓰인 사실의 재구성(영화 <도가니>)의 비중이 크다는 점과 현실을 기반으로 하긴 했지만 문학적 상상력의 비중이 더 큰 작품(영화 <완득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종교를 바라보는 태도와 작품에서 내놓는 대안의 수준이다. 두 작품 모두 사건의 중심축이자 배경이 되는 소재가 '기독교'라는 점에서는 같아 보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꽤 다르다.

<도가니>는 특수학교를 운영하는 기독교 재단이 실은 사학 비리는 물론 장애 아동에 대한 성추행과 폭력이 만연한 집단임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또한 법정 장면을 통해 기독교인이 파렴치한을 비이성적으로 감싸는 모습을 통해 한국 기독교의 부패와 맹목성을 짚어냈다.

반면 <완득이>에서 기독교는 불법 체류자 및 다문화 구성원들을 품고 함께 공존하는 주체로서 묘사된다. 완득이의 담임인 동주는 교회 전도사라는 신분을 통해 각국에서 모인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들이 자립하도록 도와준다. 영화 속 이러한 묘사는 동네 구석구석에 터전을 마련한 풀뿌리 교회가 공동체의 장으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한국 기독교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을 쇄신할 대안이기도 하다.  

말하려는 것,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아는 영민함이 필요

 배우 유아인.

영화 <완득이>제작보고회

배우 유아인. 영화 <완득이>제작보고회 ⓒ 민원기


이례적이다.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갔거나 개성 넘치는 경쟁 작품들이 연일 개봉하는 가운데서도 이 두 작품이 흥행하는 건 기본적으론 영화의 만듦새가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 지점에서 제작자들이 알아야 할 사실은 영화의 사회 현실 반영이 더 이상 흥행을 저해할 요소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타 배우가 출연한 영화도 흥행을 장담 못하는 요즘, 점점 영화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은 분석하기 까다로워지고 있다. 수많은 변수 가운데서도 <도가니>와 <완득이>의 흥행을 통해서 몇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법하다. 그 중 하나를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야 한다'라고 꼽을 수 있겠다.

여기서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해 젊은 영화 꿈나무에게 한 수 가르침을 선사한 뤽 베송과 이창동의 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영화를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에 대한 질문에 뤽 베송은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뚜렷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동 역시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나한테 어떤 의미가 있고 또 관객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걸 깊이 생각한다"고 전했다. 두 거장 모두 영화 연출 이전부터 감독이 전하려는 이야기가 분명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창동 감독이 언급했듯 관객들에게 이야기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달리 말하면 '관객들이 원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정도이지 않을까. <도가니>와 <완득이>는 부조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진실하게 건드렸다. 톤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점에서 앞으로 한국 영화의 새로운 흥행코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도가니 완득이 공유 유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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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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