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팬들은 자유계약 선수(FA)가 대거 쏟아져 나왔던 2004년 겨울을 기억할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턱없이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FA 시장이었다.

 

그 해 스토브리그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는 현대 유니콘스 내외야의 기둥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해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LG 트윈스로부터 '고관절 부상이 재발할 경우 선수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내용의 이른바 각서 굴욕을 당했던 '캐넌' 김재현도 SK 와이번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2004년 겨울은 '전설의 스토브리그' 자리에서 하야할 가능성이 높다. 2004년을 능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FA시장이 바로 2011년 겨울에 찾아 왔기 때문이다.

 

이대호-김태균-이승엽, '1루수 빅3'가 쏟아져 나온다

 

 이대호의 계약 여부는 롯데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이대호의 계약 여부는 롯데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 롯데 자이언츠

 

올해 FA 시장의 최대어는 단연 9경기 연속 홈런과 프로야구 최초 타격 7관왕의 주인공 '빅보이' 이대호다. 올해는 단 3개 부문(타율, 최다안타, 출루율)의 타이틀만 가져 가며 부진(?)했지만, 이대호는 어느 팀에서나 '중심타선 부재'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이미 원 소속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에서는 '무조건 잡는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지만, 일본 구단까지 참전하는 '돈 싸움'이 시작된다면 이대호의 잔류를 100% 낙관할 수 만은 없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김태균도 지난 여름 지바 롯데 마린스와의 인연을 끝내고 국내로 돌아 왔다. 김태균은 이미 한화 이글스 선수단과 함께 훈련을 하고 있을 정도로 '친정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여름 한화 그룹의 김승연 회장도 직접 팬들 앞에 나서서 '김태균 컴백'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화로서는 작년 '꽃남'이범호를 KIA 타이거즈에 빼앗겼던 아픈 기억이 마음에 걸린다.

 

한 때 리그 최고의 우타 외야수로 군림했던 '택근V' 이택근은 FA시장의 다크호스가 될 전망이다. 2010 시즌을 앞두고 LG로 이적한 이택근은 지난 2년 동안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꾸준히 3할 언저리의 타율을 기록했고, 중견수와 1루수, 그리고 비상시엔 포수 수비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건강만 보장된다면' 활용도가 무척 높은 선수다.

 

이 밖에 두산 베어스의 '두목곰' 김동주와 LG의 '앉아쏴' 조인성, 롯데의 조성환 등이 FA 자격을 얻게 되지만,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선수들이라 섣불리 이적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또 한 명의 뜨거운 감자는 바로 '국민타자' 이승엽이다. 8년 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국내 복귀를 선언한 이승엽이 전성기와 같은 기량을 재현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의 타자라는 점에서 그 가치와 상징성은 이대호와 김태균 이상이다.

 

마침 친정팀 삼성에서도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포지션이 1루이고, 이대호 영입에서도 발을 빼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승엽의 삼성 복귀는 매우 유력한 편이다. 다만 김태균과 이승엽은 11월까지 '서류상으로' 일본 구단 소속이기 때문에 계약을 하더라도 12월 이후에야 한국야구위원회에 소속 선수로 통보할 수 있다.

 

정대현- 정재훈-이승호, 불펜 보강 절호의 기회

 

 정대현을 데려가는 팀은 불펜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정대현을 데려가는 팀은 불펜 고민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 SK 와이번스

 

투수쪽에서는 10승을 보장할 만한 뛰어난 선발 투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구단들이 고민하는 불펜진에는 쏠쏠한 물량이 대거 시장에 쏟아진다.

 

이 중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선수는 '여왕벌' 정대현이다. 정대현은 SK 와이번스가 추구하던 '벌떼야구'의 핵심으로 활약하면서도 통산 평균자책점이 1.93일 정도로 뛰어난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통산 50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 중에서는 '국보' 선동열(1.20)에 이어 역대 2위다.

 

올 시즌에도 8개 구단에서 유일하게 두 자리 수 세이브와 홀드(16세이브 11홀드)를 기록했던 정대현은 FA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름이 오르내릴 투수다. SK의 이만수 감독도 대행 꼬리표를 떼자마자 정대현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조웅천(SK 불펜코치)과 더불어 프로야구 역사에서 '유이하게' 세이브왕과 홀드왕을 모두 차지했던 '컨트롤 아티스트' 정재훈도 아주 매력적인 매물이다. 정재훈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진 못하지만 뛰어난 제구력을 바탕으로 두산의 막강불펜을 이끌었던 투수다.

 

좌완 불펜의 부재에 시달리는 구단이라면 좌완 왕국 SK의 이승호에게 눈길이 갈 갓이다. 한 때는 좌완 선발로 활약하며 15승(2004년) 투수로 군림하기도 했던 이승호는 어깨부상으로 3년 동안 고생하다가 2008년부터 불펜 투수로 변신했다.

 

선발로 활약할 때처럼 빠른 공을 던지진 못하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투구로 상대 타자들을 압박하고 최근 3년 동안 무려 184경기에 출전했을 정도로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한다.

 

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와 LG에서 활약하며 3승 3패 19세이브(3위) 7홀드 평균자책점 2.24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송신영은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나이가 걸림돌이다.

 

한편 선수 부족에 시달리는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도 FA 시장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내년 시즌 1군에서 뛸 수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비슷한 조건에 NC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1.11.03 14:17 ⓒ 2011 OhmyNews
프로야구 FA시장 이대호 정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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