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호영의 미니앨범 자켓 이미지 .

▲ 손호영의 미니앨범 자켓 이미지 . ⓒ 씨제이이엔엠


중저음의 부드럽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 손호영이 미니앨범 <U-TURN>을 발표했다. 앨범에 실린 네 곡 모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다.

1999년 그룹 지오디의 멤버로 데뷔한 이래 어느덧 14년 차 가수가 된 손호영. 한때 '미소 천사'로 불리며 소녀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그도 이젠 한 여자의 남자가 되고 싶은 모양이다.

타이틀곡인 '예쁘고 미웠다'는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 그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남자의 혼란스런 마음을 그린 노래다. '예쁘고 미웠다'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후렴부의 드라마틱한 멜로디와 리듬감이 돋보이며, 손호영의 호소력 있는 보컬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남자의 흔들리는 마음, 여인을 향한 안타까움과 간절함을 제대로 표현해냈다.

'머리가 아파서'는 지금 사귀고 있는 여자를 사랑하지만 관계를 계속 이어갈지 고민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그는 사랑을 주지만 여자는 그에게 병을 준다. 좋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그 여자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이 남자, 아무래도 지쳐 보인다. 머리가 아파서 잠을 청해보지만 복잡한 마음 때문에 계속 뒤척이기만 하는 남자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가사가 인상적이고, '죽은 인형 같은 난 바보'라고 자조하는 남자의 심경을 표현한 손호영의 보컬 또한 공감을 자아낸다.

'나를 좀 봐봐'는 이른바 '88만 원 세대'인 여성을 애인으로 둔 듯한 남자의 '응원가'다. 힘들어하는 연인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일편단심이 오롯이 담겼다. 하지만 이 노래는 이 앨범에서 가장 밝고 생동감이 있다. 손호영이 '나를 좀 봐봐'라고 노래할 때, 이 남자는 의기소침한 연인의 기운을 북돋워주는 남자, 어쩐지 전형적인 '박카스 청년'일 것 같은 남자가 된다. 듣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다.

반면 외사랑을 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친구로만 생각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이 바보야'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노래다. 피처링으로 대화 형식을 시도하는 등 재미있는 가사와 다채로운 구성이 인상적이지만, 그 때문인지 화자인 남자의 안타까운 감정이 잘 살지 않았다. 덕분에 'that at that that boy bad ad bad bad boy', '겉만 번지르르르 말만 사르르르르' 같은 부분의 '말맛'만 도드라진다. 손호영의 보컬이 좀 더 절절했다면 어땠을까?

다시 말하지만 손호영은 부드럽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가 매력적인 가수다. 그는 마치 연기를 하듯 가사에 담긴 화자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줄 안다. 그래서 잘 쓰여진 가사와 만날 때 그의 노래는 더 빛이 나고 더 깊이 공명한다. 이번 앨범을 듣고 나서 든 생각은 하나다. 나이가 들수록 손호영의 목소리는 깊어질 것이다.

2011.11.13 15:16 ⓒ 2011 OhmyNews
손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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