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이 있었던 프로야구 2차 드래프트가 지난 22일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2차 드래프트는 신생 프로팀의 선수 수급과 2군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택근 영입에 50억 원을 투자한 넥센 히어로즈만 지명을 포기했을 뿐 NC 다이노스를 비롯한 8개 구단이 무려 27명의 선수를 지명, 이들은 새 팀에서 제 2의 야구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비록 팀마다 보호선수 40명이 제외되긴 했지만, 의외로 야구팬들에게 낯익은 이름들이나 구단에서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들의 이름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어 야구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무명 조평호, 전체 1순위로 NC 다이노스에 깜짝 지명

 최동수는 짧았던 인천 나들이를 끝내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간다.

최동수는 짧았던 인천 나들이를 끝내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간다. ⓒ SK 와이번스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생구단 NC에 지명된 선수는 넥센의 외야수 조평호다. 부천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한 조평호는 지난 8년 동안 1군 무대에서 안타가 단 1개에 불과할 정도로 철저한 무명 선수다.

올 시즌에도 1군에서는 5타수 무안타에 삼진만 3개를 당했다. 그런 선수를 NC가 1순위로 지명한 이유는 2군리그에서 보여준 잠재력 때문이다.

어차피 내년 시즌 1군 무대에 참여할 수 없는 NC로서는 당장 경기에 나서야 하는 노장보다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평호는 1군 무대실적은 전무하지만 2군리그에서는 충분히 검증된 기량을 과시한 바 있다. 올 시즌에도 지난 6월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15경기에서 타율 .397의 맹타를 휘두른 바 있다.

FA 시장에서 주전 선수를 3명이나 잃은 LG 트윈스는 즉시 전력 선수들을 대거 지명했다. 특히 1라운드에 지명된 김일경은 통산 756경기를 소화했을 정도로 경험이 풍부한 선수로 박경수의 입대 후 허전해진 LG 내야에서 쏠쏠한 활약이 기대된다.

또한 작년 7월 박현준 트레이드 때 SK 와이번스로 보냈던 최동수도 3라운드로 LG에 지명돼 두 시즌 만에 다시 친정으로 복귀했다. 최동수는 내년이면 42세가 되지만, 올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MVP 윤석민(KIA 타이거즈)을 상대로 대타 홈런을 때려 냈을 정도로 베팅 파워는 여전하다.

두산 베어스는 2차 드래프트에서 무려 5명의 선수를 다른 팀에 이적시키게 됐다. 특히 최승환(한화 이글스), 김성배(롯데), 유재웅(SK), 이두환(KIA)까지 4명이나 1라운드에 지명됐다. 두산은 2차 드래프트로 인해 6억 원을 썼지만, 지출의 두 배가 넘는 14억 원을 벌었다.

유재웅-윤영삼,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얻다

 두산에서 자리를 잃은 유재웅은 SK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두산에서 자리를 잃은 유재웅은 SK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두산 베어스


선수별로 보면 2차 드래프트 최고의 수혜자는 역시 두산에서 SK로 이적하게 된 외야수 유재웅이다. 유재웅은 두산 시절 김경문 감독의 총애를 받으며 중심타자로 성장할 뻔했지만 2008년 타율 .276 4홈런 32타점을 기록한 이후 정수빈, 임재철, 이성열에 밀려나고 말았다.

하지만 SK에서는 백업 외야수나 대타요원으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자원이다. SK 구단 역시 유재웅의 지명을 '행운'이라고 자평했을 정도다.

한편 2010년 황금사자기에서 장충고를 준우승으로 이끌고 2라운드로 삼성에 지명됐던 우완 유망주 윤영삼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 1년 만에 NC로 이적하게 됐다.

만 19세의 어린 선수가 갑작스런 이적을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겠지만, 투수왕국 삼성보다는 신생구단 NC에서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따라서 윤영삼의 노력에 따라서는 이번 이적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팀이 부족했던 포지션의 전력을 보강하거나 가능성 있는 유망주를 데려 오는데 집중했지만, 철저하게 '표적 지명'을 선택한 팀도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우승팀 삼성 라이온즈다.

삼성은 투수를 키워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자랑하는 선동열 KIA 신임 감독을 겨냥해 신용운, 박정태, 유병걸까지 노골적으로 KIA 소속 투수들만 지명했다. 물론 유망한 투수들을 지명했다는 명분도 있겠지만, 삼성은 8개구단에서 투수진이 가장 탄탄한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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