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0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배우 김여진과 1인저널리스트 '미디어몽구'(본명 김정환) 등이 소셜네크워크를 통해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승합차의 키를 들어보이고 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0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에서 배우 김여진과 1인저널리스트 '미디어몽구'(본명 김정환) 등이 소셜네크워크를 통해 모은 성금으로 마련한 승합차의 키를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효리 언니'가 뿔났다?

활동을 쉬고 있는 이효리가 '개념녀'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반려 동물에 대한 애정에서부터 투표 독려까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팬들과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이효리가 트위터를 통해 원색적인 비난을 받았다. 이효리는 지난 14일 종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천 회를 맞은 것에 대해 자신의 트위터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가 봉변을 맞았다.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잊혀져 가는 할머니들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밤이 되길 바랍니다"라며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만화 <다시 태어나 꽃으로>에 수록된 시 구절을 올렸던 것. 헌데 이 글을 본 한 트위터 사용자가 "당시 위안부는 어쩔 수 없었다"는 요지로 비난을 퍼부어버렸다. 

이 장면에서 하나 더 떠오르는 이가 있으니 바로 <마이웨이>에 출연한 오다기리 죠다. 지난주 일명 '오다기리 죠 사인 사건'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처음 제기된 뒤 인터넷 뉴스와 검색창을 뜨겁게 달궜다. 오다기리 죠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부산을 방문해 사인을 요구한 팬에게 자신의 이름 대신 '코다 쿠미'라는 일본의 인기 여가수 이름을 적어줬고, 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그는 졸지에 '반한 연예인'에 등극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두 장면이 겹쳐졌던 건 그 본질에 '일본'에 대한 우리의 잠재의식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단순히 연예인에 대한 호불호나 '개념' '무개념' 혹은 예의 문제로 치부될 사안이 아니다.

 <마이웨이>의 두 주인공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마이웨이>의 두 주인공 장동건과 오다기리 죠 ⓒ CJ엔터테인먼트, SK플레닛주식회사


오다기리 죠가 출연한 <마이웨이>는?

사실만 놓고 보자. 하나는 한 가수가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뿐이었고, 또 하나는 공히 '4차원'의 정신세계를 가졌다고 알려진 일본배우가 그저 일본식 농담을 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문제였다.  

물론 여기엔 그 두 사람이 어떤 후속조치를 취했는가도 중요하다. 이효리는 그 비난 글을 공개함으로써 정면으로 반박하는 '제스추어'를 취했다. 오다기리 죠는 내한 인터뷰에서 "악의적인 행동이 아니다, 반성하고 있다"며 성난 한국 관객들에게 해명했다.

물론 일본에 대한 사안은 여전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방한을 앞둔 대통령이 종군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느냐, 사과를 요구할 것이냐 또한 초미의 관심사다. 이 와중에 인터넷 검색 순위를 달구며 연이어 터진 이효리와 오다기리 죠에게 사건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요약하자면 일본에 대한 우리의 감정이 여전히 매섭다는 것, 그것이 민족주의적인 감정과 결합해 하나의 집단적인 의사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는 것. 그럼에도 그 감정은 적확하고 정당한 정치적인 층위의 것이 되어야지 공인이라 일컬어지는 연예인을 비롯한 개개인에게 향해져서는 안 된다는 자명한 사실 말이다. 

그 비난의 화살이 한 뼘만 비켜가도 우리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잊으면 곤란하다. 과연 종군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을 비난하는 것 말고 무엇을 했는지, 또 한국이 타국에 저지른 현대사 속 악행들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적 감정에 젖어 눈을 감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서 일본인 오다기리 죠가 식민지 조선인 장동건과 함께 현대사의 격동의 중심에 선 개인을 연기한 <마이웨이>에 관객들이 어떤 시선을 보낼지 자못 궁금해지는 지금이다.

이효리 오다기리죠 종군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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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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