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예능프로그램의 키워드가 '오디션'이었다면, 2012년 예능의 키워드는 '정치와 선거'가 될 전망이다.

한 해에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르는 2012년의 대한민국. 더구나 과거 국민이 정치에 대한 가장 큰 불신의 원흉을 '소통'으로 꼽았다는 점을 고려하자. 그렇다면 대중과 가장 근거리에 있는 TV 등 미디어들이 단연 흥행소재 제1순위로 꼽을 올해의 예능 키워드는 정치, 그리고 선거일 수밖에 없다.

2012년 초반부터 줄 잇는 '정치와 예능의 결합'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SBS의 토크 버라이어티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신년특집에 출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스피드퀴즈를 하고 애창곡으로 거북이의 '빙고'를 부르는 등 그간 '얼음공주'라고 불린 차가운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SBS의 토크 버라이어티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신년특집에 출연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스피드퀴즈를 하고 애창곡으로 거북이의 '빙고'를 부르는 등 그간 '얼음공주'라고 불린 차가운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노력했다. ⓒ SBS


그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은 지난 1월 2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에 게스트로 출연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역사상 가장 빨리 시작된 대선 레이스'라는 평가에 그 힘을 더하기라도 하듯, 새해 벽두부터 이 대권 주자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했다. 그리고 이 방송분은 영화배우 최지우가 출연했던 그 전주의 방송분보다 시청률을 무려 6.3%나 끌어올려 보이며 올해 대한민국의 화두가 단연 정치와 선거임을 짐작하게 했다.

또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과 개그맨 최효종의 고소로 유명해진 강용석 의원은 3일 tvN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했다. 5일에는 MBC <주병진 토크콘서트>에 이준석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출연한다. 또 9일에는 박근혜 위원장에 뒤를 이어 <힐링캠프>에 출연예정인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모습을 비춘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큰 틀을 가져왔다는 MBC <웃고 또 웃고>의 코너 '나는 하수다'도 지난 12월 말께 시작된 이후 커다란 화제를 일으켰다. 아직 2012년이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연초부터 정치와 예능 프로그램의 만남은 이렇게나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

오는 5일 MBC <주병진 토크 콘서트>에는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인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출연할 예정이다. ⓒ MBC


그리고 이러한 바람은 작년 '오디션' 열풍과 맞물려 부드럽게 연착륙할 가능성이 크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엄청나게 히트할 수 있었던 것에는, 훌륭한 노래나 연기 그 자체 외에도 대중이 '권력을 미디어에서 다시 가져왔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그 이면에 존재했다. '투표'로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고 특정 후보자를 떨어뜨리는, 본질적으로 정치·선거와 일맥상통하는 이 일련의 행위는, 올해 그 평가 대상을 정치인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즐거운 정치'를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MBC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새 코너 '나는 하수다'의 출연진들. 왼쪽부터 조현민, 고명환, 신동수, 유상엽.

MBC 개그 프로그램 <웃고 또 웃고>의 새 코너 '나는 하수다'의 출연진들. 왼쪽부터 조현민, 고명환, 신동수, 유상엽. ⓒ MBC


하지만 여기선 걸림돌도 분명히 존재한다. 아직 예능에서 정치라는 주제는 민감하다. 특히나 요즘처럼 검열이 심한 시기에는 이 주제에 쉽게 손을 대기도 어렵고 그 여파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이는 어째서 한국은 미국의 <콜베어 리포트>나 <데일리 쇼>를 만들지 못하냐고 성토하기 이전에 정치가 먼저 바뀌어야 할 이유다. 그리고 강용석 의원이 최효종을 고소한 것이 단순히 개인의 일로 치부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2012년 예능 프로그램의 키워드가 정치와 선거이긴 하겠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생긴다면 웃음의 코드를 짚어내는 데도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결국 예능과 풍자는 같은 포맷을 반복할 것이고 웃음은 얼어붙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그러므로 대중은 올해 정치와 선거과정에서 예능프로그램들이 표현하는 자유의 크기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풍자와 시사 코미디가 크게 성장하는 시기는 선거가 맞물려 있는 시기다. 이 중요한 시기에 방송사들과 연기자들이 얼마나 '쫄지 않고' 커다랗게 대중들의 속을 뚫어 줄 것인가 하는 것이, 웃으며 맞이하는 정치와 선거의 조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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