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극중 천하그룹)에서 '팽'당하는 사람들이 모여 '성'공을 이루는 팽성실업. <초한지> 유방은 세계사에 길이 남을 한 나라를 세웠다면, <샐러리맨 초한지> 유방에게는 21C 대한민국 근로 환경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팽성실업이 있다.

SBS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번쾌(윤용현 분)와 천하그룹 구조조정 대상인 인천공장을 지키려다가 부당해고를 당한 유방(이범수 분). 이대로 무너질 유방이 아니다. 지난 7일 방영된 12회에서 부당한 방법으로 자신들을 공장에서 내몰고자 한 천하그룹에 맞선 유방과 직원들의 선택은 다름 아닌 새로운 기업 설립이었다.

살인과 같은 무참한 해고 앞에서 고스란히 무너진 채 몇 년 째 기약 없는 투쟁으로 골리앗들과 힘겨운 싸움을 견뎌야하는 현실에서는 다소 어이없는 이야기로 보여질 수 있다.

<샐러리맨 초한지>가 기특한 이유

 팽성실업을 세운 후 직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유방(이범수 분)

팽성실업을 세운 후 직원들 앞에서 연설하는 유방(이범수 분) ⓒ SBS


그런데 <샐러리맨 초한지>가 기특한 것은, 단순히 유방이 해고 위기에 놓인 직원을 규합하여 새로운 회사를 만들어낸 주인공의 성공 스토리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소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힘없는 서민들의 대리만족을 일깨워주곤 했던 '드라마'인 점을 감안했을 때, 요즘 공중파 뉴스에도 잘 나오지 않는 뼈아픈 진실이 이렇게 부각되는 것만으로도 고맙기까지 하다.

역사적인 개업식 첫 연설에서 유방은 딱 두 가지만 약속하였다. 첫째, 회사 이윤이 생기면 직원 모두에게 골고루 이윤을 나눠주겠다. 둘째, 형사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부당 해고당할 일 결코 없다. 왜냐, 팽성실업은 단지 유방만의 회사가 아니라, 직원 모두의 회사.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시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존재하니까 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유방. 흔히 개업식에서 오고가는 거창하고도 수려한 언변도 아니요, 다소 초라한 시작으로 비춰지기까지 한다. 곧 이어질 천하그룹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런 회사 또 없나? '팽성실업'을 주목하라

 <샐러리맨 초한지> 한 장면

<샐러리맨 초한지> 한 장면 ⓒ SBS


그럼에도 유방과 직원들에 의해서 설립된 '팽성실업'은 꽤나 믿음이 간다.

출세를 보장하는 자리를 뒤로 하고 거대한 권력에 대항하다가,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힘없는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였던 유방의 진심. 그런 그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사람을 우선시하고, 이윤을 직원들과 함께 나눠 가지겠다는 말이 결코 헛되게 들리지 않는다.

비록 시작은 미미할지 몰라도, 근무 환경도, 처우 개선 면에서도 천하그룹에 비해서 한참 뒤떨어질지언정, 팽성실업은 상당히 매력적일 뿐더러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충성하여 번영시키고픈 회사다. 앞으로 잘 될 것 같고, 꼭 잘되어야하는 기업으로 남아야 한다.

비록 드라마 속 가상 회사임에도 TV 밖 시청자들까지 앞다투어 가고 싶어하는 '팽성실업'. 과연 현실의 '천하그룹' 회장님들은 <샐러리맨 초한지>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지 문득 궁금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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