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타를 이야기 해주는 것에는 소품 역할도 중요합니다. 김남주 귀걸이, 전지현 티셔츠...그렇다면 음식은 어떨까요. 영화나 드라마 때론 현실에서 스타들이 먹는 음식을 통해 그들의 이미지를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조을영 드림.

 19년 전 연극 <짜장면> 전단에 '등장'했던 이영애

19년 전 연극 <짜장면> 전단에 '등장'했던 이영애 ⓒ 김상수


최근 딸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 된 후 더욱 관심 받는 배우 이영애. 그간 대중이 가진 이영애에 대한 이미지는 조신하고 차분한 여성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훨씬 이전의 그녀는 그런 고정된 분위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화장품 모델로 데뷔할 당시에는 과감하고 역동적인 현대 여성의 상징이어서 이후 출연한 드라마 대다수가 그와 비슷한 현대적 여성미를 상징하는 것들이었다.

때론 70년대 왈가닥 칠공주파로 분해서 교복 입은 껄렁한 여고생의 모습도 내보였지만, 대중들은 그 같은 모습에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녀의 이미지는 조신하고 내성적인 모습 하나로만 다듬어져 갔다. 순애보를 믿는 격정의 여주인공으로, 의지를 굽히지 않는 수랏간 나인으로 그렇게, 그렇게.

 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 ⓒ 싸이더스


가장 이영애다웠던 캐릭터 '은수'

그래도 가장 이영애답다 싶은 캐릭터를 고르라면,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은수가 아닐까? 뭔가 조신한 듯 보이지만 속을 알 길이 없고, 자기주장은 똑 부러지지만 섣불리 내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녀의 캐릭터를 가장 강하게 만들어 준 매개물도 들어있다. 라면!

이 영화 속에서 라면은 다양한 것을 함축한다. 일상의 소소함이자 '사랑도 즉석조리가 될 수 있는 거냐'고 대신 묻는 말, 혹은 그 하나로는 맛있다는 사명을 다하지 못하기에, 김치는 꼭 곁들여 먹어야 하는 음식.

그런 면에서 보자면 가볍게 홀로 사는 싱글에게 딱 어울리는 메뉴인 라면은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대변하는 상징물로 배치돼 있기도 하다. 지독히 자기중심적인 이 영화 속 여주인공. 그녀는 라면으로 남자에게 작업을 건다. 게다가 그 방식도 꽤나 저돌적이다.

"라면 먹고 갈래요?" 그 다음엔,
"자고 갈래요?"

 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 ⓒ 싸이더스


<봄날은 간다>, 아...라면이었던가

단지 마음의 허기나 면하려는 요량이었던지 여자는 별 거침없이 남자에게 다가서고, 그에게 배운 운전으로 면허를 따고, 일요일 오후엔 소파에 느긋하게 기대어 발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배고프다고 외쳐댄다.

"라면 먹자. 오늘은 떡라면! 김치도 넣어."

남자는 열심히 라면을 끓인다. 아버지가 담근 김치를 곁들여 상을 차리면서 결혼할 마음을 내비치는 그에게 여자는 딱 잘라 말한다.

"나 김치 못 담궈(난 솔로가 편해)." 그러면 남자는 사람 좋은 얼굴로,
"내가 담궈 줄게. 그러면 돼(사람은 어울려 살아야해)."

겨울에 시작된 둘의 사랑은 봄과 함께 절정을 이루더니, 흐드러진 벚꽃이 떨어질 쯤엔 영원히 떠나가 버린다. 그와 동시에 사랑에 겨워서 함께 먹던 라면 맛은 옛이야기가 되어버린다.

 영화 <봄날은 간다>

영화 <봄날은 간다> ⓒ 싸이더스


'천의 얼굴' 이영애와 라면이 잘 어울린다. 특히 봄날에...

사실, 라면은 가장 간단하고 일상에 상비된 음식이면서도 변화무쌍한 조건을 갖춘 음식이다. 얹는 고명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기도 하고, 조리법에 따라 차갑게 혹은 뜨겁게 먹을 수도 있다. 이같은 라면의 속성처럼 천의 얼굴을 가진 여자 이영애는 수많은 얼굴로 팬들을 사로잡고 그 이름을 남겨놓았다.

아직은 아침저녁 찬 기운이 스치는 이 봄, 사랑을 시작할까 말까 망설이는 솔로들에겐 한 밤에 끓여먹는 라면 같은 영화 <봄날은 간다>, 그리고 라면을 통해 기억해내고 싶은 여자 이영애다.

이영애 봄날은 간다 유지태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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