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과 4일 두 경기 연속 12회 연장전을 치른 KIA 타이거즈의 진기록(?)은 1986년 9월 8일과 9일 이틀 연속으로 12회 연장전을 치른 MBC 청룡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무려 26년 만에 새로운 진기록을 기록한 KIA 타이거즈는 5일 에이스 윤석민을 내세워 어린이날 광주구장을 가득 메운 1만2500명의 홈관중들에게 승리를 선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넥센 히어로즈도 에이스 브랜든 나이트를 내세워 만만치 않은 맞불을 놓았다. KIA 타이거즈 타선의 극심한 '변비증세'를 감안할 때, 결코 타이거즈로선 수월치 않은 경기가 될 것이 분명하였다.

1회말 타이거즈는 김선빈, 안치홍의 연속안타로 만들어진 1,2루의 찬스에서 최희섭의 안타때 김선빈이 무리하게 홈으로 들어오다 횡사당하고 말았다. 선취점 낼 찬스를 놓치면서 타이거즈 타선은 에이스 윤석민의 어깨를 '늘 그랬던 것처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다.

나이트는 1회 위기를 넘긴 이후 안정을 되찾았으며, 양팀은 4회까지 팽팽한 0의 행진을 지속한다. 5회말 타이거즈는 선두타자 이준호가 좌익수 장기영이 타구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놓치는 바람에 행운의 2루타로 출루하고, 후속타자 윤완주의 빚맞은 타구를 나이트가 1루에 악송구 하면서 어부지리로 선취점을 얻는다. 이어진 찬스에서 맹타를 휘두른 김선빈이 적시타를 터뜨리며 2점차 리드를 얻기 시작한다.

에이스 윤석민은 7회까지 히어로즈 타선을 4안타로 완벽히 틀어막는다. 그러나 8회에 접어들면서 투구수가 100개에 도달하기 시작하자마자 서건창, 정수성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며 무사 2,3루의 위기를 맞는다. 그리고 2루 견제를 시도하다가 2루수 안치홍과 사인이 맞지 않는 바람에 견제구가 중견수 앞으로 빠지면서 1점을 내주게 된다. 하지만 윤석민은 진정한 에이스 다운 모습을 다시 발휘하기 시작하며 무사 3루의 위기에서 장기영, 이택근, 박병호를 완벽히 틀어막으며 더 이상의 점수를 내주지 않는다.

타이거즈는 승리를 굳히기 위해 마무리 유동훈을 내세운다. 그러나 유동훈은 나오자마자 강정호에게 2루타, 오재일에게 안타를 허용, 무사 1,3루의 위기를 자초하더니 지석훈에게 좌측선상 2루타를 내주며 결국 블론세이브를 범하게 된다. 유동훈은 5월 3일 와이번스 전에 이어 또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선동열 감독에게 또다른 골치거리가 됐다. 무사 2,3루의 상황이 되며 히어로즈의 역전승 분위기가 가시화 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히어로즈는 여전히 진지하지 못한 강귀태가 어이없는 내야 플라이로 물러나고, 서건창은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바뀐 투수 라미레즈를 상대로 기습번트를 시도하지만 투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는 최악의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그리고 정수성 마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면서 히어로즈는 다잡은 역전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리고 만다.

타이거즈는 9회말 공격에서 별다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해 3연속 연장전이라는 유례가 없는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어린이날 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한 듯, 10회말 공격에서 여전히 어린이 같은 동안의 김선빈이 선제 2루타를 치고 나가면서 절호의 찬스를 맞았다. 좌완 박성훈은 안치홍을 고의 볼넷으로 거르고 좌타자 최희섭과 승부를 선택하지만 최희섭이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타이거즈는 1사 만루의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타이거즈는 대타 송산을 내세우고 히어로즈도 이정훈으로 투수를 교체한다.

송산은 이정훈의 초구를 노려치지만 강한 타구는 3루수 지석훈 앞으로 향한다. 결국 5월 3일 차일목의 연장 12회 병살타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려는 듯한 찰나에 지석훈은 무언가에 홀린 듯 머뭇거리다가 2루로 황급히 송구한다. 지석훈의 잠시 동안의 머뭇거림은 거대한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중계 플레이에 들어간 2루수 서건창의 조바심을 불러오게 되고 서건창은 순간 타자 송산의 발이 마치 우사인 볼트의 스피드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한(?) 나머지 1루에 원바운드로 송구하게 된다. 1루수 박병호가 어떻게 해서든 잡으면 이닝이 종료될 수 있었던 상황에서 박병호는 공을 블로킹 하는데 그치고 만다.

결국 지긋지긋한 타이거즈의 연장전 징크스가 마무리되고 3일 동안 덕아웃에서 끝내기 세리모니를 위해 대기하던 타이거즈 덕아웃의 선수들은 마침내 세리모니를 펼칠 수 있게 된다. 송산의 결승타라기 보다는 넥센 수비진의 결승 실책이 승부를 가르고 말았다.

어렵게 승리를 따냈지만 타이거즈 타선은 12개의 안타를 쳐내고도 고작 3점 밖에 얻어내지 못하는 극심한 변비증세를 보인다. 김선빈이 5타수 4안타 3도루로 종횡무진 분전했지만, 1회의 주루사가 옥의 티였다.

에이스 윤석민에게 좀처럼 편안함을 안겨주지 못하는 타이거즈 타선은 이범호의 복귀가 더욱 절실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타깝게 은퇴한 이종범의 빈자리는 여전히 채워지지 못한 모습이다. 또한 마무리 유동훈이 2경기 연속 난조를 보이면서 선동열 감독은 마무리 적임자를 다시 고민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외국인 투수 라미레즈가 첫 경기에 홈런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곤 이틀 연속 등판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투수진의 유일한 위안이었다. 만약 라미레즈가 계투로 등판해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고정 마무리로 기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할 듯 싶다.

히어로즈는 역전승을 눈앞에 두고 허망하게 승리를 날려버렸다. 9회초 무사 2,3루에서 점수를 못낸 것이 두고두고 뼈아프게 남게 되었다. 찬스에서 보다 진지한 집중력을 보여야 하는데, 고참 강귀태는 너무도 허망하게 찬스를 허비하였다. 그리고 10회말 수비에서 3루수 지석훈의 머뭇거림은 팀에 결정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는데, 자신에게 공이 올 경우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미리 머릿속으로 준비를 했어야만 했다.

히어로즈는 초반 상승세가 꺽이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5월 6일)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할 필요가 있다. 5선발 요원으로 낙점되었지만 좀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는 심수창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전망이다. 타이거즈 선발투수로 예정된 앤서니도 아직까지는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선동열 감독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제는 자신의 가치를 어필할 때가 된 듯싶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네이버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KIA타이거즈 넥센히어로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스포츠, 대중문화, 영화 등에 관해 읽는 분들이 함께 공감하고 때로는 즐거운 추억에 잠기기도 할 수 있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