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이 끝나고 퇴장하는 배우 김강우, 김효진씨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반갑게 응하는 두 배우의 모습.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이 끝나고 퇴장하는 배우 김강우, 김효진씨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반갑게 응하는 두 배우의 모습. ⓒ 이선필


칸의 대여정이 끝날 날도 이제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상식과 폐막식을 앞두고 대부분의 일정이 끝물을 타고 있죠. 이젠 폐막 직전 경쟁 부문에 오른 작품 중 어떤 작품이 무슨 상을 탈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는 상황.

영화 <돈의 맛>이 25일 기자를 대상으로 그 면모가 공개된 가운데 26일에는 영화 관련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식 상영을 앞둔 행사인데다 폐막을 하루 앞두고 진행된 만큼 세계 각국의 기자들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① <돈의 맛> 이런 작품 맞니? 맞아?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전경. 회견이 끝나고 각국 기자들이 철수하고 있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전경. 회견이 끝나고 각국 기자들이 철수하고 있다. ⓒ 이선필


우선 자리가 자리인 만큼 영화 자체에 대한 질문을 피해가지 않았습니다. 영화가 돈과 권력, 그리고 섹스에 대한 담론을 담았다지만 그런 주제는 특별한 거부반응 없이 수용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오히려 <돈의 맛>을 두고 유럽영화와 비교하거나 캐릭터들의 특징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어요.

한 이탈리아 기자는 <돈의 맛>에 사용된 세트와 각종 예술품에 대해 물었습니다. 실제로 지은 집인지. 화려한 미술품과 세트는 어떻게 구했는지 관심을 보였죠. 이에 대해 임상수 감독은 "물론 집은 특별히 지은 스튜디오이며, 영화에 등장한 예술작품들은 세계적 작가 것, 한국 작가 것도 있는데 그것들이 영화의 제작비보다 비쌀 것"이라며 "다 무료로 제공받은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해당 작품들은 임상수 감독 개인의 친분 관계 등을 통해 대여받은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임상수 감독은 "한국의 수퍼리치(재벌)들은 그렇게 산다. 그들은 영화를 보고 날 싫어하겠지만 그들의 부인들은 내 영화를 보고 참고해서 집을 꾸미지 않을까"라며 재치 있는 답을 했다죠. 이 대답에 회견장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프랑스 기자는 끌로드 샤브롤 같은 유럽 아트하우스의 대표적 감독을 언급하며 혹시 <돈의 맛>이 그 연장선상에 있는 건 아닌지 물었습니다.

임상수 감독은 이에 딱 잘라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임 감독은 "1960년대 유럽 아트하우스의 영향이기보단 오히려 세익스피어나 발자크 같은 고전 소설가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촬영 때도 리어왕이나 햄릿 등을 책상에 펴놓고 읽으며 그 기운이 작품에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계 매체 기자로 보이는 한 남성은 윤여정의 캐릭터를 두고 마녀가 연상된다며 판타지적 요소가 있는 건 아닌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엔 윤여정씨가 직접 "마녀는 맞다, 판타지로 봐주신다면 나도 좋다"며 답했습니다. 임상수 감독은 "마녀라지만 대단히 귀엽게 그리고 싶었다, 극중 백금옥(윤여정 분)과 윤 회장(백윤식 분)의 관계에도 페이소스를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어요.

이밖에도 프랑스 현지 매체 기자들은 임상수 감독의 전작 <하녀>와 비교하며 그 연계성에 대해 묻기도 했어요. 이미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런 질문에 답한 바 있는 임상수 감독은 "텍스트에서 연결되는 점이 있겠지만 완전히 새롭고 독립적인 작품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일관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돈의 맛>은 그냥 <돈의 맛>이라는 얘기죠.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모습. 배우들이 취재진들 질문을 받고 있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모습. 배우들이 취재진들 질문을 받고 있다. ⓒ 이선필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임상수 감독 이하 배우들이 취재진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임상수 감독 이하 배우들이 취재진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선필


② 외신들도 <돈의 맛>으로 한국 사회를 읽었다

<돈의 맛>과 관련해 영화와 한국 사회를 연결 지어 바라보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특히 이번 기자회견의 사회자 역시 임상수 감독이 한국 사회를 소재로 많이 활용한다는 점을 짚더군요.

프랑스 현재 매체의 어느 기자는 임상수 감독을 이창동 감독과 연결하며 한국 영화에서 여성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물었습니다. 이 질문에 역시 여배우로서 이창동 감독과 임상수 감독을 모두 경험한 윤여정씨가 답했네요.

윤여정씨는 "두 감독의 여주인공은 서로 굉장히 다르다, 남자에 비해 여자는 돈과 섹스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면서 "<돈의 맛>에 나오는 백금옥은 한국에서 아직 시도하지 않은 진일보한 여성상"이라고 답했습니다.

③ <돈의 맛> 보니 임상수가 궁금해진다?

외신들의 질문 중 특이했던 건 다름 아닌 연출을 맡은 임상수 개인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프랑스 한 매체의 기자는 "임상수의 미장센이 섬세하고 차가운 느낌인데 직접 보니 많이 웃는 모습이다"라면서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고 했다죠.

이 질문에는 모든 배우들이 다 나섰습니다. 백윤식씨는 "보는 그대로다, 항상 배우하고 소통을 잘 하고 재미있다"며 "본인이 쿨하다고 강조해서 우리는 '쿨 감독'이라고 부른다"고 재치있게 답했어요. 이를 받아 김강우씨는 "웃는 모습이지만 그 이면엔 엄청난 독설이 숨어있다, 여러분은 속는 거다"라고 응수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했어요.

여배우들은 하나같이 임상수 감독의 연기 시범을 지적했습니다. 김효진씨는 "감독님이 동작이 큰 편인데 그걸 똑같이 하라는 건지, 사실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속이야기를 털어놓았죠. 윤여정씨는 "머리가 굉장히 좋은 감독이다"면서 일단 칭찬의 말을 던졌어요. 하지만 이내 "나보다 머리 좋은 감독이 주는 지시는 받아들이는데 정사신에서도 시범을 보이려고 하는 통에 그냥 내가 하겠다고 말렸다"는 사연을 소개해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배우들 입장하고 회견 시작 직전 취재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배우들 입장하고 회견 시작 직전 취재진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선필


한국은 좁다..."이젠 백인들 세계를 대상으로 공격할 것"

임상수 감독은 <돈의 맛> 이후로 더 충격적인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싶다는 의중도 전했습니다. 임 감독은 프랑스 사회를 존경한다고 하면서도 "<사르코지와 친구들>이라는 책을 보고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네요. 이쪽 프랑스도 재벌·준재벌 등이 활개를 치고 있는 때랍니다.

특히 임 감독은 영화에 등장하는 유일한 백인 캐릭터인 로버트(달시 파켓 분)에 대한 상징성을 설명했어요. "식민지 시대가 끝났다고 하지만 경제적으론 식민지 시대는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로버트의 모습을 칸의 백인들이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고 직접 질문을 던지기도 했어요.

더 나아가 임 감독은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주 우아하게 폭력 없이 사는 사람에게 질문하고 싶은 건 그 삶의 바탕엔 고통 받는 이주민들과 아시아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들의 고통을 오랫동안 외면한 결과가 테러리즘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젠 한국이 아닌 백인을 공격하는 영화를 찍을 것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뜨거운 관심에 임상수스러운 대답이었습니다. 옆자리에 앉은 스페인 매체 기자에게 살짝 물어보니 "흥미로운 회견이었다"고 소감을 전하네요. 일정상 아직 <돈의 맛>을 못 봤다는 그는 "꼭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각국 기자들의 반응 속에 <돈의 맛>은 이제 26일 밤에 있을 공식 상영 행사를 남기고 있습니다. 자 이제 기자가 아닌 전 세계 관객들은 어떻게 이 영화를 볼까요? 수상 예측과 더불어 흥미로운 순간입니다. 아, 참고로 그 스페인 기자가 영화를 보고 제게 감상평을 보낸다고 했으니 그것도 기다려지네요. 칸의 밤은 이렇게 또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배우들 입장 직전 무대의 모습이다.

26일 프랑스 칸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팔레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돈의 맛> 기자회견장. 배우들 입장 직전 무대의 모습이다. ⓒ 이선필


돈의 맛 임상수 윤여정 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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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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