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의 마지막 날이 저물고 있습니다.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선 27일 오후 7시(현지시간 기준)부터 폐막식과 시상식으로 피날레를 장식했고 이젠 각국 매체 기자들이 저마다 기사를 마감하며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는 어떤 이들에겐 씁쓸한 기억일 수도 있을 겁니다. 장편과 단편을 합쳐 총 5작품이나 칸 영화제에 진출한 만큼 기대가 컸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기 때문이죠.

홍상수·임상수의 힘은 여전...다음 작품 기대해볼 만하다

 영화 <다른 나라에서>로 프랑스 칸을 찾은 홍상수 감독. 인터뷰는 24일 오후 그가 묵고 있는 숙소인 르 플뤠르 레지던스에서 진행했다.

영화 <다른 나라에서>로 프랑스 칸을 찾은 홍상수 감독. 인터뷰는 24일 오후 그가 묵고 있는 숙소인 르 플뤠르 레지던스에서 진행했다. ⓒ 이선필


특히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나란히 경쟁 부문에 진출하며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였습니다. 경쟁 부문 후보작에 이름을 대거 올린 일본과 중국 영화가 최종 심사에서 탈락, 22편의 경쟁부문 작품에 한 편도 끼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큰 성과인 셈입니다.

수상은 못했지만 칸에 각각 8번, 3번 초청받은 '두 상수' 감독의 저력은 여전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는 비록 공식 데일리 매체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이 2.1점으로 다소 낮았지만 관객들과 각국 언론은 영화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유준상이 이자벨 위페르에게 불렀던 노래를 현지 관객들이 흥얼거리며 거리를 다니기도 했습니다. 영화 관계자에 따르면 출연 배우들이 극장 주변을 지날 때 관객들이 영화 대사를 읊으며 호응했다는 후문. 또한 국내에선 저예산 예술영화에 가까운 <다른 나라에서>가 영화제 기간 20개 국가에 판매됐다는 점도 고무적입니다.

 24일 오후 <돈의 맛> 임상수 감독이 인터뷰 직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는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인 팔레 데 페스티발 내에 있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진행했다.

24일 오후 <돈의 맛> 임상수 감독이 인터뷰 직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터뷰는 영화제가 열리는 장소인 팔레 데 페스티발 내에 있는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부스에서 진행했다. ⓒ 이선필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칸에서도 절대 기죽지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비록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은 1.4점으로 경쟁 부문에 오른 22편 중 가장 낮았다지만 각국 언론은 임상수의 작품 세계를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와 관련짓거나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코드로 보는 등 여러 각도로 작품을 조명하기도 했습니다.

<돈의 맛> 역시 마켓에서 주목받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투자·배급을 맡은 데이지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돈의 맛>은 임상수 감독의 전작 <하녀>와 비슷한 수준인 약 60만 달러 수준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하네요. 또한 <돈의 맛>을 직접 판매를 하진 않았지만 공동 투자·배급한 롯데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에 비해 약 2.5배 정도 판매 수익이 늘었다고 합니다.

원석의 발견...연상호와 신수원 감독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경쟁 부문에서 까날 플러스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경쟁 부문에서 까날 플러스상을 받은 신수원 감독. ⓒ 김꽃비


이번 칸 국제 영화제를 통해 얻은 한국 영화의 소득은 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의 면모를 보아서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장르의 다양화와 신구의 조합이라는 점입니다. 경쟁 부문엔 걸출한 두 감독이 작품을 내놓은 것과 함께 감독 주간과 비평가 주간에는 각각 신진 감독이 칸에 작품을 진출시켰죠.

특히 두 작품의 장르가 애니메이션과 단편 드라마라는 점에서 고무적입니다. 잔혹 스릴러를 표방한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은 현지 상영에서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고 이후 황금 카메라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죠.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로 한국 사회와 현대인들의 계급과 갈등이라는 주제를 진중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큰 강점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신수원 감독의 작품 <순환선>(Circle Line)은 칸에 진출한 한국 작품 중 유일하게 수상작이 됐습니다. '까날플뤼'상을 통해 <순환선>은 유럽 각국에 배급될 예정입니다. 이번 수상으로 신수원 감독은 차기작인 <명왕성>의 제작 지원을 받게 되기도 했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습니다. 두 감독이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만큼 차기작 역시 기대해볼 만합니다.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와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이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영화 <돼지의 왕>에 목소리 출연한 배우 김꽃비(좌)와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 우측은 목소리 출연한 배우 박희본의 모습.

영화 <돼지의 왕>에 목소리 출연한 배우 김꽃비(좌)와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 우측은 목소리 출연한 배우 박희본의 모습. ⓒ 이선필


홍상수 임상수 연상호 신수원 돈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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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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