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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간판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결방이 장기화하면서 KBS의 <불후의 명곡2>이 왕좌 자리를 꿰찼다. 제작진은 불편할 수도 있으나 <불후의 명곡>은 <나가수>의 '짝퉁 프로그램'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불후의 명곡>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나름대로 '원조'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나가수2>는 4~5%의 시청률에 머물며 <나는 가수다-시즌1>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원조'인 <나가수>와 '짝퉁'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출발한 <불후의 명곡>의 명암이 엇갈린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MC. 바로 그 차이가 가장 눈에 띈다.

 KBS <불후의 명곡> MC 신동엽

KBS <불후의 명곡> MC 신동엽 ⓒ KBS


신동엽 선택한 <불후의 명곡2>, 아류라는 오명 벗고 호평 이끌어 내

<불후의 명곡2>는 태생적으로 <나가수>의 '짝퉁'이라는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MBC <나가수>가 엄청난 인기를 끌자, KBS가 '견제용'으로 부랴부랴 급조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제목만 <불후의 명곡>이지 사실상 시즌 1과는 구성이나 제작 방향 모두 어긋나 있었다. 그렇기에 <불후의 명곡2> 출범 당시 시청자들은 '아류', '짝퉁', 'B급'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이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확연히 달라졌다. 출연진부터 경연 방식을 끊임없이 변화시키면서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은 최소화시키는 '제작 변주'가 제대로 먹힌 결과다.

'김구라 하차'라는 위기를 한차례 맞기도 했지만, 아나운서보다는 '예능전문 MC'가 더 잘 어울려 보이는 전현무가 메꿨고, 출연 가수들의 폭을 더욱 넓힘으로써 오히려 <불후의 명곡>만의 틀을 완성했다. 이런 변화 덕에 현재 <불후의 명곡2>에서 <나가수>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KBS <불후의 명곡> MC 신동엽

KBS <불후의 명곡> MC 신동엽 ⓒ KBS


이 과정에서 누구보다 굳건히 프로그램을 지켜온 이가 바로 메인 MC 신동엽이다. 신동엽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불후의 명곡2>에 적절한 긴장감과 재미를 부여했다.

경연 순서 뽑기라는 단순한 작업을 수단 삼아 TV 앞의 시청자와 현장의 관객 모두를 쥐락펴락했다. 여기에 관객 점수가 나오기 전 가수들에게 툭툭 던지는 농담들은 가히 '원조' 국민 MC라고 불릴만큼 재기발랄하고 위트가 넘친다.

신동엽은 누구보다 분위기를 조였다, 풀었다가 하는 자신만의 솜씨를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알고 있다. 그는 가수들을 극도로 긴장하게 하기도 하고, 실없는 이야기를 해 큰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전설로 출연한 인물에게 특유의 깐족거림으로 대들다가도, 무대 평가에 이르러선 누구보다 진지하게 전설의 말을 경청한다.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신동엽의 진행은 놀라울 정도로 적절한 균형감각을 선보인다.

 KBS <불후의 명곡>, 신동엽이 에일리의 돌발 행동을 센스 있게 넘기고 있다.

KBS <불후의 명곡>, 신동엽이 에일리의 돌발 행동을 센스 있게 넘기고 있다. ⓒ KBS


"스튜디오 녹화의 천재" 신동엽의 윈-윈 전략

과거 신동엽과 <남자셋 여자셋> 등을 함께 했던 '오락프로그램의 명장' 송창의 PD는 "스튜디오 녹화에서는 신동엽을 이길 자가 없다. 심지어 유재석-강호동이라고 할지라도" 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사실 신동엽이 없었다면 <불후의 명곡2>는 시종일관 무겁거나 썰렁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을 게 뻔하다. 수백 명이 넘는 관객들의 집중도를 일정 이상으로 유지 시키면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사항을 꼼꼼히 점검하며 이끌고 있는 인물은 신동엽 혼자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불후의 명곡2>의 제작진이 선택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은 신동엽을 메인 MC로 발탁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신동엽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의 환경을 마련해줬고, 신동엽은 이에 보답하듯 전성기 때의 기량으로 프로그램의 성공을 견인했다. 제작진과 신동엽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

 MBC <나는 가수다2> MC 박명수

MBC <나는 가수다2> MC 박명수 ⓒ MBC


박명수 잘못 활용한 <나가수2>...오히려 악재로 작용 

<불후의 명곡2>가 신동엽을 통해 살아났다면 반대로 <나가수2>는 MC 박명수 탓에 손해를 본 경우다.

<나가수>를 기획한 김영희 PD가 다시 메가폰을 잡고 김건모, 김연우, JK 김동욱, 이영현, 박완규 등의 기존 가수들과 이은미, 박상민, 이수영, 국카스텐 등 새로운 가수들이 출연을 결정한 <나가수2>는 그 위용만 따지면 사실상 <불후의 명곡2>를 압도한다.

하지만 시청률이 말해주듯 <나가수2>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물론 <런닝맨>과 <1박 2일>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틈새시장 공략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출연 가수들을 데리고 3~4% 시청률을 기록한다는 건 치욕적인 결과다.

시청률이 나오지 않으면 작품성에 대한 호평이라도 있어야 함에도 <나가수2>는 시즌 1만큼의 반향이나 감동을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다.  <나가수2>의 가장 큰 패착은 프로그램을 녹화 경연이 아닌 생방송 경연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음질은 떨어지고, 구성은 조악해졌으며, 무대 평가가 인기투표로 변질하는 여러가지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생방송 진행이라는 큰 임무를 '박명수-노홍철'에게 맡김으로써 안정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힘들게 만들어 버렸다. 안타깝게도 생방송 MC로서 박명수는 적합한 인물이 아니었다.

 MBC <나는 가수다2>

MBC <나는 가수다2> ⓒ MBC


녹화방송 전환한 [나가수2]...박명수 캐릭터부터 살려야

알다시피 박명수는 돌발적인 언행을 즐겨 사용하는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의 이런 캐릭터는 편집이 쉬운 편인 녹화방송에서는 상당한 매력을 드러내지만, 날것 그대로를 모두 드러내는 생방송에는 적합하지 않다.

박명수의 '날 애드리브' 진행은 현장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 일쑤였고, 프로그램의 안정적 운영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여기에 정제되지 않은 그의 표현은 시청자들에게 피곤함과 불쾌감을 안겨다 주며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뜩이나 갈길 바쁜 <나가수2>의 발목을 붙잡았다.

사실 <나가수2>에서 보여준 박명수의 실패는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제작진이 그를 잘못 활용했기 때문이다. 박명수의 캐릭터에 대한 몰이해가 그를 부자연스러운 자리에 서게 하였고, 십여 년간 견고히 쌓아온 그의 '막말 캐릭터'를 비호감으로 만들었다. 녹화방송으로 회귀한 <나가수2>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박명수를 제대로 '활용'해 예능 본연의 재미를 찾는 데 있다.

 <불후의 명곡2>의 신동엽과 <나가수2>의 박명수

<불후의 명곡2>의 신동엽과 <나가수2>의 박명수 ⓒ KBS, MBC


전환기 맞은 <불후2>와 <나가수2>, MC 활용이 성패 가를 듯

이처럼 신동엽과 박명수는 각각 <불후의 명곡2>와 <나가수2>를 통해 '일인자'와 '이인자'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줬다.

신동엽이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하고 강력한 뚝심으로 최선의 성과를 뽑아냈다면, 박명수는 여전히 갈팡질팡하며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그들을 활용하는 제작진의 안목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불후의 명곡2>와 <나가수2>는 각각 고정출연자 변경과 녹화 방송 복귀로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과연 이 두 프로그램은 신동엽과 박명수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신동엽과 박명수뿐 아니라 제작진의 '피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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