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서 싸이와 함께 출연한 박칼린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서 싸이와 함께 출연한 박칼린 ⓒ SBS


금요일 심야를 즈음하여 방송되는 <고쇼(GoShow)>와 <유희열의 스케치북> 27일, 28일 프로그램에서는 박칼린의 얼굴을 연이어 볼 수 있었다.

<고쇼>는 '생존의 법칙'이라는 주제로 김병만을 비롯한 <정글의 법칙> 팀의 지난주에 이은 출연이 끝나고 중간 정도부터 싸이와 박칼린이 쇼 엔터테이너로서 누가 더 적합한지를 캐스팅한다는 콘셉트 아래 진행됐다. 박칼린이 <고쇼>에서는 뮤지컬 배우를 포함한 그녀 자체의 역량들을 뽐냈다면,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는 일종의 현재 그녀가 예술감독을 하고 있는 <시카고> 팀의 무대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28일 방영된 시카고팀의 특별 무대에 뮤지컬 시카고의 예술감독으로서 출연한 박칼린(사진 왼쪽), 그 옆에 각각 아이비와 인순이

유희열의 스케치북, 28일 방영된 시카고팀의 특별 무대에 뮤지컬 시카고의 예술감독으로서 출연한 박칼린(사진 왼쪽), 그 옆에 각각 아이비와 인순이 ⓒ SBS


두 개는 다르지만 한편 비슷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작품을 위해 나온 것이고, <고쇼>는 인간 박칼린으로서 나온 것에 가깝지만 두 프로그램은 무대를 관객에게 열어젖힌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띤다.

곧 <고쇼>는 매번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상의 영화를 만든다는 가정 아래, 캐스팅이라는 형식을 도입하고 토크가 벌어지다 중간 중간 오디션이 벌어진다. 그리고 이 오디션에는 카메라를 직접 향해 연기나 노래 등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보여주는 시간이 벌어진다. 

그래서 하나의 무대가 형성되고, 이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처럼 출연자와 근황 등을 잠시 나눈 뒤 온전한 무대가 펼쳐지는 시간이 벌어진다는 점의 공통 지점이 생긴다.

TV가 무대를 끌어들이는 이유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서 자신의 무대를 선보이는 싸이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서 자신의 무대를 선보이는 싸이 ⓒ SBS


이 무대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가령 TV는 미디어 이론가 맥루한(Herbert Marshall McLuhan)에 따르면 '쿨(cool)한 미디어'로 '핫(hot)한 미디어'에 비해 큰 집중력을 요하지 않는 미디어다. 혼자 보기보다는 여럿이 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볼 수 있는 공동체를 상정한 미디어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히 혼자 TV를 본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로, TV가 다른 행동을 하며 그저 틀어놓고 흘려보내듯 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있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기에 TV는 영화와 소리의 연관관계를 다룬 미셸 시옹의 의견을 종합해 본다면, TV는 라디오에서 연장된, 일종의 '보이는 라디오'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반면 영화는 여럿이서 극장에서 관람을 하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한 시도 놓쳐서는 안 되는 집중력을 갖고 봐야 한다. 영화는 특히 모든 이미지가 다른 이미지와 연결되도록 또는 의미를 갖도록 만들어진다. 특히 반전 추리 스릴러 같은 장르는 더 말할 것이 없다.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출연한 싸이와 박칼린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출연한 싸이와 박칼린 ⓒ SBS


최근 TV에는 온갖 자막들이 이 라디오를 대리하며 편집 포인트를 이해하고 이에 맞춰 수월하게 TV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여기까지 본다면 ,TV가 무대를 끌어들이는 순간은 이 자막을 거의 내려놓고 또 느슨한 집중력 대신 매우 강렬한 집중력으로 핫한 미디어로 일시 변한다는 것이다.

어제 역시 그러했다. 싸이의 말 타는 듯한 땅이 흔들리는 듯한 강렬함을 카메라로 그대로 전한 이후 박칼린은 뮤지컬 <시카고>에서의 'all that jazz'로 뮤지컬 배우로서 매우 매력적이고 여유 있게 무대를 장악함을 보여줬다.

한편 박칼린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대해 "차마 말로 다 전할 수 없어 노래로 터지는" 것이라는 설명을 전했다. 뮤지컬의 노래가 '일종의 절실한 형태의 말'이고, 말이 극대화된 말 그 이상의 말이 곧 뮤지컬의 노래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고현정이 의문을 제시한 것처럼 말을 하다 노래를 하는 뮤지컬 문법이 낯선 사람들에게 뮤지컬이 대부분 노래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제시했다. 나아가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이해를 도왔다.

무대를 기존의 무대 이상으로 더욱 실감나게 만드는 TV

 유희열의 스케치북, 28일 방영된 시카고팀의 특별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비

유희열의 스케치북, 28일 방영된 시카고팀의 특별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비 ⓒ SBS


<고쇼>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시카고> 팀과 출연한 박칼린은 직접 무대를 선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참여한 뮤지컬을 소개했다.

이날 <시카고> 팀의 인순이와 아이비의 무대를 볼 수 있었는데, 실제 뮤지컬의 무대 일부분을 볼 수 있게 <시카고> 팀에게 시간을 할애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정말 역동적이고 실제보다 더 실감나게 보였다.

실제 프레스콜에 가더라도 내지는 공연을 보러 가더라도 무대와의 거리가 앞자리더라도 상당히 있다. 또한 TV에서처럼 방송 시스템이 만드는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구동과 클로즈업이 눈으로만은 불가능하다. 음향 역시 너르게 스피커를 타고 공간을 적시는 것 이상으로 이어폰을 끼고 듣는 것과 같이 TV의 사운드 시스템은 꽤 정교한 맛을 선사한다.

이 점에서 <시카고>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어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온 이들을 보며 매우 즐거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인순이의 가수와는 다른 카리스마, 아이비의 광대와 같은 이채로운 표정들은 꽤 경이로웠을 것이다.

TV, 무대를 통해 핫한 미디어를 만들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28일 방영된 시카고팀의 특별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비

유희열의 스케치북, 28일 방영된 시카고팀의 특별 무대를 선보이는 아이비 ⓒ SBS


<시카고>는 무대 자체의 힘을 간직한 뮤지컬로, 어떤 드라마를 관객과 극 속 현실이 분리되어 있는 제4의 벽을 가정하기보다 중간 중간 특히 무대 그 자체를 관객에게 직접 보여주는 뮤지컬에 가깝다.

'이 무대의 TV로의 두 열어젖힘'의 사례는 안방을 신선하게 달궜고 핫한 미디어로서 TV의 집중도를 높였다. 실상 TV 대신 무대를 찾는 사람들은 TV를 많이 보지 않는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편이다. 무대의 강렬함이나 살아 있는 배우 그 자체를 보는 것에 비해 TV는 그 생생함이 덜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TV가 점점 보이는 라디오의 특성보다는 보이는 것 자체를 강조하고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 핫한 무대들을 계속 만드는 경향을 추구하고 있다. 일시적으로는 여름 더위를 이기기 위해서, 또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과 강렬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해 그 시도를 넓히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서 싸이와 함께 출연한 박칼린

고쇼(GO Show), 27일 방영된 '쇼타임'이라는 콘셉트 아래 진행된 시간에서 싸이와 함께 출연한 박칼린 ⓒ SBS


어제 박칼린의 두 번에 걸친 등장은 박칼린이 대단한 재능을 가진 매력 있는 엔터테이너라는 점 이상으로, 그 '무대가 TV를 잠식하는' 내지는 'TV가 무대를 끌어들이는' 특별한 지점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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