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이 가진 하나의 맹점으로서 프로그램, <놀러와>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 ⓒ MBC


[기사수정 7월 9일 16시 15분]

<무한도전>에서 일곱 멤버 중 유재석이 전적으로 메인이라 할 수는 없지만(오히려 모두가 메인이다) 그가 진행하는 <무한도전>이 MBC 방송 정상화를 맞고 방송이 재개된 이후, 이번 주 두 번째 방송을 선보였다. <무한도전>에 대한 기다림과 기대는 다시 폭발적인 본방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유재석은 세 개의 공중파 방송국인 MBC에서 두 개의 프로그램, SBS에서 하나의 프로그램, KBS에서 역시 하나의 프로그램 진행을 맡고 있다. SBS의 <런닝맨>은 폭발적인 시청률로 상승 가도를 한참 밟아 나가고 있고, KBS의 <해피투게더> 역시 후반부에 마련한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야식 요리들을 출연자들이 소개하는 '야간매점'이라는 코너를 넣어 새롭게 포맷된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제 MBC의 딱 하나의 프로그램 <놀러와>가 남아 있다.

이는 유재석으로서는 이 세 개의 프로그램의 인기 이상으로 불명예를 안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역량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킬 공산이 큰, 그로서는 어떤 하나의 결여된 부분으로서의 구멍임에는 틀림없다.

프로그램을 '제 것으로 만들지는 않는' 유재석이라는 진행자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 특히 <놀러와>에서 '유재석은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재차 확인시켜 웃음 포인트를 주거나 공감해주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 특히 <놀러와>에서 '유재석은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재차 확인시켜 웃음 포인트를 주거나 공감해주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 MBC


유재석은 현장의 분위기를 원활하게 이끌고 명확하게 출연진들의 말을 잇고 전달하는 매개자의 역할에 충실한 편이다. 그 자신을 두드러지게 하는 편이 아니라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고 부각시켜 주는 따뜻하고 신뢰감 있는 진행이 장점이다.

특히 <놀러와>에서 유재석은 '자신의 말을 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을 재차 반복해 시청자에게 확인시켜 웃음 포인트를 제공해 주거나 그 스스로가 많이 웃고 박수치는 가운데 공감해 주는 역할이 대부분이다.'

이경규나 강호동은 자신의 이름을 타이틀로 걸지 않더라도 그들의 개성은 프로그램으로 순일하게 이어지고, 시청률과 프로그램의 화제의 고저는 그들의 명예로 이어지는 부분이 크다. 그러나 유재석의 경우는 그의 프로그램들이 '유재석이 진행하는'이라는 수식어는 붙어도 '유재석의'라는 소유격의 위상이 부여되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이는 앞선 언급처럼 그가 스스로보다는 프로그램을 빛내는, 말은 많이 하지만 주어진 본분에 매우 충실한 겸손함을 가진 진행자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인정하듯 특정 프로그램에서 유재석과 함께 할 때의 박명수는 유재석으로 인해 빛난다. 더 정확히는 빛날 수 있다.

역으로 보면 프로그램의 콘셉트나 방향이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로 나아가면, 유재석은 이 흐름을 획기적으로 깨는 아이디어나 진행 역량을 관철시키는 것까지는 나아가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놀러와>의 총체적 난국과 총체적 진단: 세 가지 구조적 문제

<놀러와>는 우선 유재석의 탓보다는 이 프로그램의 구조적 문제를 찾는 게 시급해 보인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가 스튜디오 중앙에 위치해 있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가 스튜디오 중앙에 위치해 있다 ⓒ MBC


첫 번째로 <놀러와>의 무대 틀이다. <놀러와>는 다양한 출연진을 비롯해 시청자를 초대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 <놀러와>는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이들이 놀러올 수 있는 편안함과 자극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간대 경쟁에서 크게 밀리고 있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를 한 번 살펴보자.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그 내용의 재미 여부를 떠나 방청객의 의견으로 토크의 자극도를 판별하고, 여러 카메라의 각도 역시 방청객을 적극적으로 품고, 방청객과 전체적으로 공명하며 가는 현장의 분위기를 적극 살린 프로그램이다.

그리고 가장 큰 장애물인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장소의 재배치가 늘 일어난다. '힐링캠프'라는 제목의 정체성과 맞물려 출연자와 어울리는, 내지는 출연자를 위해 특별히 선별한 장소를 제공한다. 야외로 자유롭게 촬영장이 이동하고, 덕분에 시청자는 시원한 무대를 통해 프로그램을 볼 수 있다. 특히 여름에는 더군다나 이 야외무대가 주효하다.

이 점에서 <놀러와>는 각각 시청자를 비추거나 하지 않고 출연진 내부에서만 이야기가 일어나고 장소 역시 늘 좁은 무대의 갇힌 느낌을 주며, 더군다나 중반에는 '골방 토크'라고 더 비좁은 장소로 들어간다. 장소의 콘셉트가 신선하지 않은 게 아니라 비슷비슷한 또한 좁은 장소만을 고집하는 게 시청자가 알게 모르게 답답한 요소로 TV 감상에 영향을 끼친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출연자들이 사이드에 위치한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출연자들이 사이드에 위치한다. ⓒ MBC


 <승승장구>의 7월 24일 방송분 캡처, 출연진과 진행자가 마주보는 형태로 자리가 짜인다

<승승장구>의 7월 24일 방송분 캡처, 출연진과 진행자가 마주보는 형태로 자리가 짜인다 ⓒ K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안철수가 출연한, 지난 7월 23일 방송분 캡처, 진행자들이 출연진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며 진행된다.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의 안철수가 출연한, 지난 7월 23일 방송분 캡처, 진행자들이 출연진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며 진행된다. ⓒ 김민관



둘째, 더 자세히 보면 카메라의 각도를 따져 볼 수 있다. <힐링캠프>나 동시간대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승승장구>를 보면 출연진은 각각 좌측이나 오른쪽에 위치하며 반대측에 위치한 진행자들에의 시선과 마주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반면 <놀러와>는 중앙에 진행자를 배치하고 그 옆에 출연진을 협소한 위치로 둠으로써 가뜩이나 진행자의 특별한 장기를 두드러지게 반영하지 않는, 유재석‧김원희의 진행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는 측면이 크다.

더 자세하게는 <힐링캠프>와 <승승장구>는 진행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인터뷰어의 위치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고, 인터뷰를 받는 사람인 인터뷰이의 위치를 부각시키며 그 너머에서 은근한 목소리로 진행을 이어가는 측면이 크다. 반면 <놀러와>는 양 옆에 위치한 출연진들이 중앙의 유재석, 김원희에게 시선을 보내며 이야기함이 불편하게 화면상으로 제시되고, 카메라의 급격한 이동도 긴밀한 화면 연결의 요소를 떨어뜨리는 부분이 크다.

이는 무대 틀의 위치 선정의 문제인데, 실제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가 중앙에 위치해 있고, 출연자들은 이야기를 할 때 옆쪽으로 돌아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불편함의 시선은 시청자에게 전이된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골방토크'라는 중반 이후의 형식을 도입해 왔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골방토크'라는 중반 이후의 형식을 도입해 왔다 ⓒ MBC


세 번째, 단순한 토크만으로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으로 <해피투게더>가 그 변신이 길게 보아 성공적인지 아닌지를 떠나 음식이라는 것을 느끼고 감상하는 '체험적 시간'으로 시청자와 공명한다면, <놀러와>는 닫힌 형식의 무대와 그만저만한 토크만으로 일관되어 신선함이 부족하다.

<무릎팍 도사>가 연 토크의 새로운 세상은 그 신선도를 떠나 인물 자체의 내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이내의 시간동안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음 자체에서 진정성의 척도를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라디오스타>는 '보이는 라디오'라는 형식으로 '핑-퐁'하는(ping-pong, 왔다 갔다 하는), 간간이 스매싱하는 탄력 있는 공격적 토크들의 오고감이 하나의 리듬을 형성하는 정도로 형식적 재미를 전제한다.

다시 <승승장구>가 <무릎팍 도사>의 계보를 이어 한 명에게 주목하는 프로그램이라면, <강심장>은 <라디오스타>의 스매싱을 훨씬 많은 출연자들로 확장해 다양한 인물들의 개성을 시현하는 식으로 잔치판을 만드는 '풍부함'이라는 형식의 재미를 전제한다.

<놀러와>를 위한 몇 가지 대안과 방편들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

<놀러와> 지난 7월 23일 방영분 캡처, 프로그램 MC 인 유재석(좌측)과 김원희 ⓒ MBC


<놀러와>는 놀러올 수 있도록 이 집 자체의 배치와 재편을 늘 새롭게 가져가거나 '힐링'(치유)이라는 개념은 이미 쓰였으니 '놀다'와 '재미'에서 온 '펀(fun)'이라는 요소를 확보할 수 있는 개성 있는 출연자들의 '유희'(遊戱, play)적 화합과 함께, 진행자를 시청자가 보기에 좌측에 배치하고 출연자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틀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이미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식 이야기는 화제는 되더라도 진정성의 측면에서는 의문시되거나 그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난다. 한두 명 정도의 메인 출연자에 집중하는 <승승장구>의 잘 모르는 스타가 나오더라도 그 이야기의 심도 깊은 진행 과정이 공감을 주며 오히려 화려한 스타들의 <강심장>을 시청률 면에서 압도하는 경우들이 생겨남을 보자.

이야기를 아주 내밀하게 끌어내는 것은 누구를 초대하느냐의 문제보다는 '얼마나 많은 삶의 이야기를 가진 자'에게서 '다시 그 이야기를 끄집어내느냐'의 문제다.

<놀러와>는 출연자가 정말 편안하게 <놀러와>서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여유 있게 풀어낼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무대와 카메라 각도 등의 시각적 장치들을 개선함과 동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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