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간의 대장정. 2012 런던올림픽은 한국 국민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17일간의 대장정. 2012 런던올림픽은 한국 국민들에게 '감동'과 '추억'을 선사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에 올라 나라 밖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일궈냈다.

2012 런던올림픽 폐막식.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에 올라 나라 밖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일궈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전 세계의 눈길을 끌었던 2012 런던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이제 올림픽 성화는 4년 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다시 타오른다.

한국선수단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로 종합순위 5위에 올라 나라 밖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일궈냈다. 이로써 금메달 10개 이상으로 종합순위 10위 내에 들겠다는 '10-10' 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했다.
미국이 4년 전 중국에 빼앗겼던 종합 1위를 되찾았고, 중국은 다시 2위로 밀려났다. 영국은 3위에 오르며 개최국 효과를 마음껏 누렸고, 러시아는 4위에 그치며 옛 영광에서 더욱 멀어졌다.

하지만 마음속에 남게 될 것은 메달 개수나 순위가 아닌 '감동'과 '추억'이다. 지난 4년간, 아니 더 많은 시간 동안 땀을 흘리며 우리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사한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놀라운 한국 펜싱, 세계를 찌르다

 김지연 선수가 2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엑셀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8강에서 세계랭킹 4위 바실리키 부지우카(그리스)를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하는 순간 기쁨의 환호를 지르고 있다.

한국 여자선수로는 처음으로 목에 금메달을 건 김지연 선수. 사진은 지난 2일(한국시각) 열린 런던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8강전 당시. ⓒ 런던올림픽조직위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를 가장 많이 울리고 웃게 했던 이들은 펜싱선수들이었다. '땅콩 검객' 남현희 말고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펜싱에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유일한 희망이라 여겼던 남현희마저 개인전에서 탈락하자 펜싱은 그대로 잊혀질 뻔 했다.

이런 와중에 신아람의 오심 사건이 터졌다. 1초가 평생처럼 길게 느껴지는 야속한 시계와 심판의 사려 깊지 못한 경기 진행은 신아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4년간 쏟아온 노력이 다른 사람의 실수로 물거품이 되자 신아람은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신아람이 눈물을 흘린 뒤 '괴짜 검객' 최병철이 따낸 동메달이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렸다. 곧이어 김지연이 여자선수로서 첫 개인전 금메달을 따냈고, 남자사브르 단체전에서 한국 대표팀이 역대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며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다.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한국 펜싱의 검객들은 무려 6개의 메달을 따냈고, 여자 에페의 신아람도 단체전 은메달로 노력을 보상받으며 '해피 엔딩'으로 끝났다.

최병철은 동메달을 따낸 뒤 "비인기 종목이라 힘든 것은 당연하지만 묵묵히 땀흘릴 뿐"이라며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한국 펜싱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으며 땀을 흘리길 기대해본다.

런던에서 활짝 핀 장미란, 그녀는 아름다웠다

 장미란은 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엑셀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역도 여자 최중량급(+75㎏급)에서 인상 125kg, 용상 164kg으로 합계 289kg을 들어 올리며 4위에 올랐다.

장미란은 이번 올림픽에서 4위에 그쳤지만, 그녀가 들어 올린 것은 우리의 마음이었다. 사진은 지난 6일(한국시각) 역도 여자 최중량급 경기 당시. ⓒ 런던올림픽조직위


'역도의 여왕' 장미란은 비록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어도,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메달보다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 있는지 몸소 알려줬다. 그녀가 존경을 받는 이유는 화려한 우승 경력이 아닌 훌륭한 인품과 끈질긴 노력 때문이다.

어느덧 서른을 눈앞에 둔 나이와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던 장미란이 인상 1차 시기에서 120㎏을 신청했을 때 우린 이미 그녀가 4년 전의 장미란이 아니란 것을 알았다.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인상 140kg을 거뜬히 들어 올린 장미란이었다.

도전자인 저우루루와 타티아나 카시리나가 150kg이 넘는 바벨을 들어 올리며 연거푸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웠지만 장미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금메달이 아닌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용상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끝내 바벨을 들어 올리지 못한 장미란은 자신의 인생이나 다름없는 바벨에 입 맞춘 뒤 웃으며 플랫폼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최선을 다했기에 부끄럽지 않다"고 말했다.

장미란은 사춘기 시절 여자로서 역도 선수라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했지만 이제 모두가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찬하고 있다. 장미란은 4년 전 세계를 들어 올렸지만, 이번에는 우리의 마음을 들어 올렸다.

양학선, 비닐하우스에서 세계로 뛰어오르다

 6일(한국시각)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도마 결선 1차 시기서 '양1'을 선보인 양학선은 착지에서 다소 앞으로 쏠리는 실수를 저지르긴 했지만 16.466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어 그는 2차 시기에서 난도 7.00짜리 스카라 트리플 기술을 완벽하게 선보이며 총점 16.533점으로 금메달을 확정 지었다.

천신만고의 노력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 선수. 사진은 지난 6일(한국시각) 런던올림픽 남자 도마 결선 당시. ⓒ 런던올림픽조직위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어두컴컴한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부모님에게 멋진 집을 선물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체조 선수가 자신의 이름을 딴 세계 최고의 기술로 마침내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양학선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야기를 현실에서 이뤄냈다. 양학선은 체조 남자 도마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최고 난도의 '양1' 기술을 선보이며 한국 체조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다.

어린 시절 극심한 가난과 고된 체조 훈련이 싫어 가출도 하며 방황했다는 양학선이었지만 그를 가난에서 구해줄 수 있는 것도 오직 훈련뿐이었다. 제자리로 돌아와 이를 악문 양학선은 결국 꿈을 이뤘다.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자 세상이 바뀌었다. 번듯한 아파트, 그리고 수억 원의 후원금이 쏟아졌다.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정말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초라한 비닐하우스가 아니라,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양학선의 메달과 상패다. 아직 스무 살 청년으로서 앞으로 이뤄야 할 꿈이 더 많은 양학선, 그가 다음 올림픽에서는 과연 어떤 신기술을 선보일지 기다려진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이 오륜기를 흔들고 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리우데자네이루 시장이 오륜기를 흔들고 있다. ⓒ 런던올림픽조직위


런던올림픽 신아람 장미란 양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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