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에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었으면 연애를 더 잘하지 않았을까요?"

허진호 감독과 배우 장동건이 영화 <위험한 관계>의 원작 소설을 읽으며 나눈 농담이다. 오는 11일 개봉을 앞둔 영화 <위험한 관계>의 허진호 감독과 여주인공 장백지가 6일 오후 4시 40분경 해운대 비프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영화의 원작과 각색에 관해 특별한 대화를 나눴다. 같은 원작을 사극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로 각색한 이재용 감독도 함께 자리했다.

오후 4시 30분에 예정된 오픈토크는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에 십여 분 지연됐으나 예정대로 진행됐다. 관객들도 우산을 받쳐 들거나 우비를 입고 뜨거운 환호로 자리를 지켰다. '영원한 <파이란>의 그녀' 장백지는 "영화 <파이란>을 찍을 당시 추위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있는데 오늘도 비가 온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해운대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장백지, 이재용 감독.

해운대 비프 빌리지 야외무대에서 열린 오픈토크. 왼쪽부터 허진호 감독, 장백지, 이재용 감독. ⓒ 김희진


 오픈토크에서 허진호 감독과 배우 장백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픈토크에서 허진호 감독과 배우 장백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희진


"원작을 바탕으로 한 훌륭한 작품들이 워낙 많다보니 굉장히 부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원작을 바꿔보고 싶다는 용기를 갖게 됐죠. 특히 1930년대 상하이라는 배경이 매우 매력적이었어요. 화려해 보이지만 극심한 빈부격차를 겪었던 당시가 원작의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 불안했던 귀족사회 심리와 연결되지 않았을까요?"

<위험한 관계>는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상하이 최고의 플레이보이 셰이판(장동건 분)과 돈과 권력을 지닌 사교계의 여왕 모지에위(장백지 분)가 벌이는 은밀한 거래와 치명적 사랑을 다룬 영화다. 영화의 원작인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는 이미 수많은 영화로 재탄생했다. 1988년 같은 제목의 <위험한 관계>(1988년작), 영화 <아마데우스로>로 유명한 밀로스 포먼 감독의 <발몽>(1989년작), 라이언 필립 주연의 청춘물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1999년작)이 대표적이다. 국내 영화로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각색한 이재용 감독의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2003년작)가 잘 알려졌다.

 허진호 감독, 장백지, 이재용 감독(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 장백지, 이재용 감독(왼쪽부터)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희진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재구성한 <위험한 관계>를 연출하기까지 허진호 감독은 이재용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원작소설을 읽어보라고 추천한 것 역시 이재용 감독이었다고.

이재용 감독은 "스캔들을 만들 당시 175통의 편지로 이뤄진 원작 소설을 한 편의 시나리오로 만드는 데 고충을 겪었다"며 "남녀 간 교류가 없던 조선시대에 최대의 스캔들을 만들어내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이 감독은 "사랑하고 질투하는 감정들은 프랑스나 조선시대 사람이나 보편적인 것이라며 그 보편적 감정을 조선사회로 배치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허진호 감독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들의 사랑과 감정이 어떤 것이었을까 하는 고민에 바탕을 두고 두 주인공의 관계를 조명하려 했다"고 말했다.

장백지, 극중 인물과 가상 대화 나누며 캐릭터 정립

<위험한 관계>의 모지에위 부인은 그동안의 영화에서 탄생한 캐릭터들보다 더 강한 욕망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장백지는 "웃을 때 보조개가 들어가고 평소에 만들어진 귀여운 이미지 때문에 모지에위를 표현하는 데 고충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모지에위라는 역할은 저보다 나이도 많고 카리스마가 필요한 역할이에요.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현장에 들어가면 모지에위의 옷을 입고 모지에위가 되려 했어요. 특히 모지에위와 대화를 나누려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장백지라는 사람이 모지에위라는 극중 인물과 소통하면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고민이 있는지 또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죠."

 대화를 마친 장백지가 팬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화를 마친 장백지가 팬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김희진


장백지는 모지에위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허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촬영 중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첫날 촬영만 해도 담배신이 있었는데 40테이크 이상 계속 찍어야 했어요. 대체 뭐가 문제냐고 물어보니 모지에위의 위험한 느낌이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캐릭터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감독님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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