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골든타임> 이성민 이기태 @ [Pi:k] studio

MBC <골든타임>에서 최인혁 교수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 이기태 @ [Pi:k] studio


인터뷰하기 전, 이성민의 출연 작품을 정리해보던 중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언젠가 재밌게 챙겨봤던 드라마에 그 역시 출연했던 것이다. 단번에 어떤 역할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한참을 찾아보아야 했다. 오랜 검색 끝에, 바가지 머리를 하고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하던 모습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역할과 지금 <골든타임>의 최인혁 교수를 생각해 보면, 백만 광년쯤의 거리가 날 것이다. 이 외에도 입에 주먹을 넣어가며 오열했던 영화 <작은 연못>에서도, 주지훈과 엄태웅의 대결에 숨죽였던 드라마 <마왕>에서도, 사회의 부조리에 치를 떨며 주먹을 쥐었던 영화 <부당거래>에서도 이성민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그런 그가 내 환자에게만은 따뜻한 남자, 최인혁이 될 줄을 어떻게 상상했겠나.

그래서였을까. 이성민은 유독 <골든타임> 제작발표회에서 '미천하다'는 표현을 즐겨 했다. 함께 연기하는 배우가 송선미라는 점에 대해서도 "제가 어떻게…"라며 말을 쉽게 잇지 못했고, "제작발표회에는 처음 와 본다"며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도 낯선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제는 이것도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골든타임>이 종영한 지금,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향해 있다. 팬클럽이 생겼고,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고 목 놓아 고백하는 이들도 숱하게 생겨났다. 몰려든 인터뷰 요청에 생전 처음으로 라운드 인터뷰라는 것도 해 보게 됐다. 이 모든 상황이 이성민에게는 신기한 눈치다.

"인터뷰도 일인 것 같아요. (요청이 왔을 때) '내가 왜? 미친 것 아냐?' 했어요. (웃음) <힐링캠프> 섭외가 왔을 때도 '내가 왜? 왜 나를 관심 있어 하지?' 했고요. 제가 무딘 것도 있지만, 또 이것도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하기로 했고요."

 MBC <골든타임> 이성민 이기태 @ [Pi:k] studio

"(딸에게도) 애기 때부터 '아빠는 그냥 이게 일이다, 연예인 만나러 가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해 줬거든요. 그래서 그냥 (연기가) 일인 줄 알아요." ⓒ 이기태 @ [Pi:k] studio


'미친 것 아냐?'라는 격한 표현 뒤에, '감당해야 하는 일'이라는 말이야말로 지금 이성민의 생각을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저 자신은 직업인 연기를 계속해 왔을 뿐인데, 오랜 세월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대중이 한 번에 그에게 주목하기 시작한 상황에 놀랐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성민은 그 놀라움을 뒤로 하고 책임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모양이다. 익숙하지 않은 인터뷰도,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그 '책임'의 하나이다.

가족들 역시 갑작스러운 유명세에 초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성민은 부인을 두고 "(놀라는) 그런 거 없다"며 "부산에서 올라와 보니 (팔을 베고 눕는 자세를 취하며) 집에서 아주 거만하게 맞아 주더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딸 역시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직업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준 덕인지, 아빠가 유명해진 데에 그렇게 놀라고 있지는 않다고.

"애기 때부터 '아빠는 그냥 이게 일이다, 연예인 만나러 가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많이 해 줬거든요. 그래서 그냥 (연기가) 일인 줄 알아요. 어렸을 땐 집에서 자기랑 놀아주는 게 더 좋다고 했던 아이예요. 요즘은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이해하더라고요. 내가 나가서 일해야 먹고산다는 걸. (웃음)"

"다음, 다다음 작품" 기약한 이성민...빨리요, 현기증 날 것 같단 말예요

어쨌건 한 번 스타 반열에 오른 이상, 이성민을 둘러싼 대중의 시선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을 것이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었고, 그 역시 쉴 틈 없이 일하는 성격이니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을 찾아가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가 걸어온 길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배우'의 길이었다면, 이제는 많은 이들에게 주목받는 '연예인'의 길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MBC <골든타임> 이성민 이기태 @ [Pi:k] studio

"이젠 내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관심 받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이기태 @ [Pi:k] studio


"한 번은 촬영장에 있다가 송선미와 함께 밥을 먹으러 간 적이 있어요.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자긴 연예인이잖아, 왜 그래'라고 말하니까 '선배도 연예인이잖아요'라고 말하더라고요. 당시엔 '내가 무슨' 하고 넘어갔는데 좀 놀랐어요. 딸에게도 늘 '아빠는 연예인이 아니라 배우라고 해'라고 했는데 이젠 내가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관심받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잠시 쉬더니) 인정하고요. (웃음) 조심하려고 하고. 폐 안 끼치려고 하고. 관심 가져 주면 웃어주려고 하고. (웃음) 아직은 내 원래 생활습관이 있으니 잘 안돼요. 잘 잊어요. 그래도 뭐랄까 슬슬 사람 없는 델 찾게 되고 그런 건 있어요. 불편하니까. <힐링캠프>에서도 이런 이야길 했거든요. '내가 유명세를 타면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인터뷰고 하는 거니까, 어쩔 수 없이 이제 인정해야겠다'고요."

다만 앞으로는 '미천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잘 모르겠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내가 대단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았고 캐릭터가 좋아서 누가 했어도 이렇게 됐을(유명해졌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이성민은 "다음, 다다음 작품을 잘하면 모르겠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툭 던진 말이었지만, '어레스트'(심정지를 뜻하는 의학용어)가 올 정도로 차기작을 기대하게 하는 묵직함이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뒤늦게 진가가 발견됐으면 또 어떤가. 그저 진가를 알아보지 못했던 시간만큼 더 그를 기대해 보기만 하면 된다'고. 이성민, 우리는 <골든타임>으로 이 보석 같은 배우를 얻었다.

 MBC <골든타임> 이성민 이기태 @ [Pi:k] studio

물론 영화 한 편이 대기하고 있지만, 차기작 기다리다 '어레스트' 걸려 '익스파이어' 할 것 같습니다. 어서요, 교수님. ⓒ 이기태 @ [Pi:k] studio


* 이성민 인터뷰 3편으로 이어집니다

본격 '연예인 입문' 기념, '그것이 알고 싶었다'

이성민의 인터뷰 전, <오마이스타> 트위터를 통해 팬들의 질문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이들이 무려 200개가 넘는 질문을 '투척'했다. 시간관계상 모든 질문을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몇 가지의 질문은 인터뷰 말미 '스피드 퀴즈'처럼 물어볼 수 있었다. 아직 이성민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질문들이 그를 설명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연기 외에 유일하게 하는 것은?
"사실 없다. 자전거 타는 것? 부산에서는 유일하게 촬영하지 않을 때 한 게 바닷가에 나가 커피를 마시는 거였다. 마시면 안 되는데 중독이 돼서. (웃음) 지금도 부산에 있었으면 좋겠다."

- 이성민의 노래방 18번은?
"그 겨울의 찻집(조용필). 가끔 부른다."

- 좋아하는 색깔은?
"딱히 없는데…. 옷은 어두운 색깔을 좋아한다."

-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를 좋아하는데 요즘 못 먹는다. 그래서 생선을 많이 먹고 있다."

- 어릴 때의 장래희망은?
"고등학교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다."

 MBC <골든타임> 이성민 이기태 @ [Pi:k] studio

ⓒ 이기태 @ [Pi:k] studio


- 롤모델은?
"'누구처럼 되겠다'는 건 없었다. 누구나 좋아하듯 알 파치노는 좋아했지만. 그런데 이것도 나이가 들면 의미가 없어진다."

- 사인을 해 줄 때마다 본인의 극 중 캐릭터 이름을 써주는 이유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네, 내가 그러네. (웃음) 내 이름 쓰기가 어색해서 그럴 거다."

- CF 제의는 안 들어오나? 희망하는 CF가 있다면?
"안 들어왔는데. (웃음) (양복이나 커피 CF는 어떻냐고 묻자) 감히 내가? (웃음) 커피 CF는 은아와 함께라면 묻어갈 수 있겠다."

- 연말 시상식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받을 수 있다면 신은아·이민우·지한구 중 누구와?
"당연히 신은아지. 지한구는…어우, 싫어. (웃음)"

- 요즘 고민이 있다면?
"연극이 잘 올라가야 한다는 것. (웃음)"


===<골든타임> 최인혁 교수로 열연한 이성민 인터뷰 관련 기사===

[인터뷰 ①]카메라가 쑥쓰러운 이 남자...어떻게 최인혁됐나?
[인터뷰②]이성민 "사람들에게 관심받는다는 것, 인정하려고 한다"
[인터뷰③]이성민의 '연기학 총론'..."배우에게 두려운 건"
[오마이프렌드]이성민의 반전 이끈 세 남자, 권석장-이선균-이재규


이성민 골든타임 송선미 힐링캠프 알 파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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