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 ⓒ MBC


제목은 <못난이 송편>이지만, 이것은 추석 특집극이 아니다. 일단 추석이 한참 지난 다음 방송되기 때문이기도 하고, 으레 명절 특집극 하면 떠오르는 '가족의 끈끈한 정'을 전면으로 다루지 않는 때문이기도 하다. 대신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극본 최은경·연출 이은규)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의 문제와 이로 인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초점을 맞췄다.

첫 방송을 앞두고 17일 기자들과 만난 이은규 PD와 주요 출연진인 김정화·경수진·정지은·오민석은 입을 모아 "많은 깨달음을 준 의미있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왕따 경험'까지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배우들은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상하며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고통받는 이들에 대한 감수성 길러주는 드라마 되었으면"

<못난이 송편>은 신임 교사로 부임한 주희(김정화 분)이 자신의 학급에서 일어난 왕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13년 전 자신이 외면했던 따돌림의 기억과 부딪히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와 함께 13년 전 과거에 함께한 인물로 따돌림을 당하다 자신을 놓아버린 순복은 배우 경수진이, 순복을 괴롭히다 사고를 당한 후 스스로의 기억에서 도망치며 살아온 소정은 배우 장지은이 연기했다. 순복의 친오빠로 꿈을 접고 가장의 의무에 붙들린 태수는 배우 오민석이 맡았다.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주요 출연진과 이은규 PD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주요 출연진과 이은규 PD ⓒ MBC


이 드라마는 "올해 유달리 학교폭력에 관한 기사들도 많았고, 실제로 아이 키울 때 보니까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이은규 PD의 생각으로부터 출발했다. 그리고 우연히 만난 최은경 작가가 "연속극뿐만 아니라 단막극도 쓰고 싶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고는 대본을 의뢰했고, 또 우연히 출연 제의를 받기 전 왕따를 다룬 연극을 관람하고 깊은 감동을 받았던 배우 김정화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틀을 갖췄다.

그렇게 기획에만 총 넉 달이 걸렸고, 16일에 걸쳐 촬영이 이루어졌다. "더욱 극적인 효과를 내고자 유난히 비가 내리는 신을 많이 연출했다"는 이은규 PD는 발작을 일으킨 순복과 그의 어머니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을 찍다 촬영장인 아파트에서 쫓겨날 뻔했다는 일화를 전하면서도 "그래도 촬영하면서 행복했고, 연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 PD는 "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촬영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진작 했어야 한다'는 걸 새록새록 느꼈다"고 털어놨다. 다만 그동안 학교 폭력이나 왕따를 학생의 시선에서 다루던 것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부모와 선생님으로 이야기를 확장했다고 설명한 이 PD는 "한 해에 한국에서 이 문제로 백여 명의 학생이 죽는다고 한다"며 "고통받는 사람에 대한 연민과 (공감할 수 있는) 감수성과 같은 것들을 길러주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김정화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김정화 ⓒ MBC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경수진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경수진 ⓒ MBC


배우들도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순복 역의 경수진은 "다른 역할에 비해 부담이 컸지만, 할머니가 비슷한 장애를 앓으셔서 그런 경험이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왕따라는 사회적 문제를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장지은 역시 "아주 친한 친구가 왕따를 당한 적이 있었다"며 "그 때 제대로 손을 잡아주지 못했던, 비겁했던 어린시절을 인정하기가 힘들었는데 이 드라마를 찍으면서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연기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극중 '서로가 가해자이면서 서로가 피해자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런 사회적인 문제와 현실을 느꼈습니다. 드라마 하면서 성장한 것 같아요." (김정화)

"장편 드라마로 할 수 있는 이야기,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MBC <베스트극장>의 전신인 <베스트셀러>의 1회 조연출을 했다는 경력을 언급하기도 한 이 PD는 <못난이 송편>이 추석 특집극이 아니라 기획된 단막극임을 강조했다. <못난이 송편>에도 <베스트셀러>와 <베스트극장>을 합한 이름인 '베스트셀러극장'을 붙이고 싶었다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한 그는 무엇보다 단막극 부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막극 제작이 축소된 이후 KBS는 <드라마스페셜>이 생겼지만, 아직 MBC은 단막극이 활성화되지 못했어요. 올해에도 <못난이 송편> 한 편만 제작됐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단막극이 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이번 작품으로 충분히 누렸다는 생각에 고마웠어요. 장편 드라마가 이런 소재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사회적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단막극을 할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이은규)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장지은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장지은 ⓒ MBC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오민석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배우 오민석 ⓒ MBC


그 말대로, <못난이 송편>은 왕따와 학교 폭력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세 여성의 이야기를 통해 그려 나간다. 이에 더해 이것이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이 아니라, 그 정체성을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임을 설파한다. 그리고 그 주제는 제목인 <못난이 송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은규 PD는 "편성이 바뀌면서 제목을 바꿀 수 있었는데도 이것으로 고집을 했다"며 "우리가 받는 고통의 근원이 사람을 두고 잘났다, 못났다를 구분하는 데서 나오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못생겨도 맛은 좋다' '생김새 갖고 그러지 말자'는 뜻이 담긴 <못난이 송편>이라는 제목이 사소하지만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못난이'라는 말이 너무 좋아졌어요. 우리 스스로 다 못난 것들을 인정하고 못난 사람들끼리 위해주고 살면 좋겠어요. 보는 분들에게 '잘난 사람도 없고 못난 사람도 없이 알고 보면 다 고만고만한 건데, 너무 잘난 척도 말고 못났다고 기죽지도 말고 위해주고 용서해주며 살자'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은규 PD)

한편 2부작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은 <아랑사또전> 후속으로 10월 24·25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한 장면

MBC 기획특집드라마 <못난이 송편>의 한 장면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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