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시작된 대학가요제가 올해로 36회를 맞았다. 방송은 8일 오후 11시 15분에 시작, 3시간가량 진행되었다. 산울림, 배철수, 신해철 등의 스타들을 배출한 명실공히 대한민국 최고령의 오디션은 그렇게 심야에 조용히, 소리소문없이 끝났다.

'스타의 산실'이었던 화려한 가요제, 골방으로 밀려나

 8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파사'(계명대)

8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한 '파사'(계명대) ⓒ MBC


<대학가요제>가 스타들의 산실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참가자들의 창작곡은 지금의 <슈퍼스타K>나 <위대한 탄생>처럼 음원의 형태가 아니라 음반으로 발표되었다. 그것은 발매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은 물론, 우승자를 비롯해 많은 수의 참가자가 가요제가 끝남과 동시에 스타덤에 올랐다.

그 후 음악산업이 확장되면서 <대학가요제>나 <강변가요제> 등을 거치지 않고도 가요계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대학생들의 가요제'이라는 신선함도 더 이상 메리트가 없어졌다. 음악활동이라는 전문영역에서 학력이 더 이상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요제'라는 이름의 퇴락도 거의 동시에 이루어졌다.

어찌 되었든 이날 대학가요제는 각종 입상자들을 발표하며 '오전 2시'에 막을 내렸다. 8일 수능을 치룬 입시생들을 위한 위로방송이라고 보면 적당할까. 아니면 옛 <대학가요제>의 영광을 알고 있는 세대가 이제 잠이 없는 세대로 전환된 것을 눈치 챈 제작진의 배려라 생각하면 되는 것일까. 참으로 보기 힘든 가요제가 되어 버렸다.

골방으로 밀려난 것도 억울한데, 총 상금이 천백만 원이라니

 8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 신문수(광운대)

8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서 열린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자 신문수(광운대) ⓒ MBC


<대학가요제>는 '창작곡으로 치러지는 세계 유일의 가요제'라고 한다. 그런데 입상자 특전을 보면 대상을 받은 신문수(광운대)에겐 오백만 원과 상품을 주는 것을 비롯해 총 상금이 천백만 원과 트로피 증정에 그친다. 불황의 늪이 세계를 덮은 요즘, 상금의 규모로 가요제를 폄하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학가요제>의 형태로는 음악을 알리는 효과도, 도전자들의 동기유발도 기대하기 어렵다.

'가요제'라는 이름은 이제 '오디션'으로 바뀌어 지상파를 비롯, 케이블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치러지고 있다. 상금규모는 적게는 일억 원에서 많게는 오억 원까지 다양하다. 동기부여가 확실해진 것이다. 그만큼 치열해진 경쟁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의 <대학가요제>는 말 그대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행사가 되었다. 순수한 아마추어 행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프로페셔널한 가수를 뽑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상금을 없애고 트로피 증정만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종의 '명예'를 수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는 지금처럼 골방에서 명맥만 잇는 행사로는 안된다는 것이다. 황금시간대가 곤란하다면 최소한 시청이 용이한 시간대로 편성해 줘야 한다.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그 방법이 얼마간의 상금보다 나을 수도 있다. 37회 MBC <대학가요제>는 좀 더 나아지기를 기대한다.

대학가요제 신문수 MBC 슈퍼스타K 위대한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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