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안녕?!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 MBC


MBC 대기획 <안녕?! 오케스트라>는 이 사람이 없으면 완성되지 못했다. 바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MBC <하얀거탑> OST 참여로도 잘 알려진 그는 UCLA에서 6년째 후학을 양성하고, 그 스스로도 공연을 통해 관객을 찾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적인 음악가다. 그런 그가 <안녕?! 오케스트라>를 통해서는 지휘자로 무대에 서게 됐다.

22일 경기도 양주 MBC 문화동산에서 만난 그는 아이들과의 재회가 반가운 눈치였다.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과 소통하는 모습에선 지휘자와 단원 이상의 정이 느껴졌다. 김현숙 PD가 "리처드 용재 오닐을 잘 보면 아이들과 이야기할 때 항상 허리를 숙이고 눈을 맞춘다"며 놀라움을 표시할 정도다.

"공부만큼 중요한 것은 인생에서 무언가를 길게 배우는 과정"

리처드 용재 오닐 역시 지난 9월 방송된 <안녕?! 오케스트라> 1·2부를 봤다. 한국에 도착해 아이들과 보성 나들이를 가는 버스 안에서였다. 그는 "아이들은 이미 (프로그램을) 봐서 옆에서 (프로그램이 어땠는지) 코멘트를 하더라"며 "너무 귀여웠다"고 했다. 또 "아이들만 봐 왔기 때문에 가족들은 만날 수 없었는데, (제작진들이) 인터뷰를 찍어온 것을 보고는 굉장히 감동적이었다"며 "솔직히 보기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깊게 이해하는 기회가 됐다"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아이들의 내적 성장이) 확실히 보인 것 같아요. 처음 4월에 캠프를 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르거든요. 가족처럼 서로를 돌보고, 진짜 친구가 된 것 같아요. 이것이 제가 진짜 원하던 것이었어요. 보기에도 뿌듯해요. (웃음)"

그는 지난 9월 제작발표회 당시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음악으로 아이들이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고, 서로를 연결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27살 때부터 지금까지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의 경험에서도 우러나온 것이다. 그는 "단기간에 공부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길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아이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2012 MBC 대기획 <안녕?!오케스트라>의 한 장면

2012 MBC 대기획 <안녕?!오케스트라>의 한 장면 ⓒ MBC


 2012 MBC 대기획 <안녕?!오케스트라>의 한 장면

2012 MBC 대기획 <안녕?!오케스트라>의 한 장면 ⓒ MBC


"지난달에 한 아이가 오케스트라에서 빠졌어요. 어머니께서 (오케스트라보다) 학교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사회에서 학교생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아이들의) 인생에서 길게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음악 분야의 전문가라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지만, 음악 말고도 이런 활동들을 아이들이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이를 교육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가치가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삶의 의미를 주고, 에너지를 갖게 하니까요."

비단 <안녕?! 오케스트라>에 참가하는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리처드 용재 오닐에게도 이 오케스트라는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음악인으로서 일정 수준의 레벨에 다다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그만큼 굉장히 경쟁적이고 외로운 과정이다"라며 "27살에 교수 제의를 받았을 땐 학생을 가르칠 권위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보니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보다 더 값진 시간이 된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더 훌륭한 연주자가 돼서 전 세계에서 콘서트를 여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시간을 투자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더 큰 결과가 있겠더라고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더 큰 무대에 서고 음악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다면, 그것만큼 희열을 느낄 일은 없을 테니까요. <안녕?! 오케스트라>는 큰 도전인 게, 처음으로 대학생이 아니라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일이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아이들이 갖고 있는 잠재성만 봐도, 더 가르쳐서 아이들이 역량을 펼치게 하고 싶어요. 그럴 수만 있다면 그만큼 기쁜 게 없는 것 같아요."

"연주를 잘 못하더라도 '그대로도 괜찮아'고 말해주고 싶어"

뿐만 아니라 <안녕?! 오케스트라>의 아이들이 그와 비슷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 오케스트라는 그에게 특별한 의미일 수밖에 없다. 전쟁고아인 한국인 어머니가 미국으로 입양되고, 아일랜드계 조부모 아래에서 자란 그 역시 '자신이 어쩔 수 없었던' 모습 때문에 차별을 당해야 했던 아픔을 1·2부에서 담담히 고백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유독 리처드 용재 오닐은 아이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에 크게 공명하고 있었다. 그는 "차별이 없고, 같은 기회와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나도 차별을 겪었다"며 "이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구분하고 자신의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차별하는 인간들의 악한 면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안녕?!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안녕?!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 MBC


"참 가슴 아픈 게 인종 때문에 차별을 당하는 거예요. 사람이 태어나는 것에는 선택이 없었거든요. 이 때문에 차별을 받고 아픔을 겪어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한국 사회에서 자라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 아이들은 정말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건 진짜에요. 괴롭히는 것은 옳지 않죠. 그런 현실이 있다는 것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보듬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큰 병폐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의 바람은 아이들에게 기댈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관심 받고 있고,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것.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만으로도 <안녕?! 오케스트라>의 존재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그였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단 한 사람만이라도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여기에서도 나나 카이, 그리고 스태프들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주고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할 뿐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것이 '다문화 가정'나 '음악'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안녕?! 오케스트라>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음악인으로서 아이들이 화음을 이루고 연주를 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주를 잘 못하고 음을 틀리더라도 '너희들은 그대로도 괜찮아, 너희들이 하는 것을 우리가 들을 준비가 돼 있어'라는 걸 느끼게 해 주고 싶어요. 그렇게만 된다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이 아닐까 싶어요."

좋아하지 않는 옷 입고, '간디작살'에 웃는 이 지휘자, 진짜다

이번 합숙에서 리처드 용재 오닐은 총천연색의 옷을 캐리어에 싣고 왔다. 평소 어디서나 쉽게 맞춰 입을 수 있게 검은 옷을 즐겨 입는다는 그지만, 아이들이 "색깔이 있는 옷을 입어 달라"고 말하자 특별히 준비해 온 것이다. 또 아이들이 편지에 쓴 '간디작살'이라는 표현의 뜻을 알고 밝게 웃던 그는 진정 단원들을 사랑하는 지휘자였다.

다시 연습 이야기로 돌아와,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번 합숙의 목표가 "기본적인 성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말 콘서트를 앞두고 아이들의 부족한 기본기를 다지겠다는 것. 지난 7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는 처음으로 무대를 경험할 아이들을 연주회에 내보내는 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란다.

 22일 경기도 양주 MBC 문화동산에선 <안녕?!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합숙이 이어지고 있었다.

22일 경기도 양주 MBC 문화동산에선 <안녕?!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합숙이 이어지고 있었다. ⓒ MBC


이를 두고 그는 "많은 분들이 좋아할 수 있는 곡들이 담겨 있을 것"이라며 "연말 콘서트지만 1년간 아이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콘서트이니만큼 많은 분들이 오셔서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살뜰히 콘서트를 '홍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내년에는 이 오케스트라를 못 할 수 있다고 걱정하더라'는 말을 전하자, 이내 그의 표정에는 진지함이 감돌았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향해 "걱정할 필요 없으니, 절대 멈추지 말라"며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분들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연락해오고 있고, 나 역시 카메라 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에 아이들이 조를 나누어 두 곡을 작곡했어요. 그 중 한 조가 만든 곡 제목이 '네버 엔딩 오케스트라 스토리'였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큰 감동이 느껴졌어요. 아이들이 얼마나 <안녕?! 오케스트라>를 끝내기 싫어하는지 알 것 같았죠. (아이들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달려와 주고, 기회를 줄 수 있다면 모든 것들을 다 해주고 싶어요. 절대 이 아이들을 잊지 않을 겁니다."

====MBC <안녕?! 오케스트라> 현장취재 관련 기사====
[①현장]왜, 우리는 이 서투른 오케스트라에 이토록 감동받았나
[②인터뷰]'클래식계 아이돌' 용재오닐 진한 사랑에 빠지다
[③인터뷰]카이 "<안녕?! 오케스트라>로 '다문화' 진짜 의미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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