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러와> 한 장면

MBC <놀러와> 한 장면 ⓒ MBC


MBC <놀러와>가 방영 8년 만에 전격 폐지된다.

지난 7일 마지막 녹화까지 제작진은 물론 유재석, 김원희 등도 몰랐던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방영한 지 한 달 만에 일방적으로 시간대를 변경하고, 그 이후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폐지를 통보받은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과 비슷한 방식으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폐지였다. 게다가 8년 동안 시청자들과 함께한 장수 예능임에도 불구, 마지막을 알리는 어떠한 작별 인사도 없이 현재 녹화된 분량까지만 방송하겠다고 알려진 상태다.

사실 요즘 <놀러와>의 시청률이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작년 초까지만 해도 10%대 이상 시청률은 기본으로 찍었던 <놀러와>는 항상 월요일 예능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세시봉'을 통해 대한민국 예능에 음악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방송 외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것이 불과 작년 일이다.

그러나 <놀러와>를 맡고 있던 신정수 PD가 전격 <일밤-나는가수다>로 옮기고, 그 이후 <놀러와>를 맡고 있던 이지선 PD와 <나는 가수다> 김유곤 PD가 자리를 맞바꿈으로써, <놀러와>는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그 사이 KBS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가 <놀러와> 외엔 딱히 대안이 없어 보이던 월요일 예능의 숨은 강자로 떠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위태위태하던 <놀러와>를 수렁에 빠트린 것은, 6개월간 이어지던 파업의 영향이다. 파업 중임에도 불구, <놀러와>는 간부급 보직을 맡고 있던 부장급 PD와 외주제작 연출로 계속 방송을 이어왔다. 그런데 대체인력으로 방송을 이어오던 <놀러와>는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구석이 없는 심심한 토크쇼로 전락해간다. 시청자들이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게스트 섭외는 늘 언제나 시청자의 트렌드에 부응하는 최고의 진행자 유재석도 어쩔 도리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지금의 <놀러와>는 여러모로 확 달라졌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심상치 않은 '트루먼쇼'를 통해 과거 착한 토크쇼를 지향하던 <놀러와>는 아슬아슬한 19금 토크로 성인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지난 3일 새로 시작한 '수상한 산장'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현재 <놀러와>의 변화를 두고 마니아적이라고 평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녕하세요>와 <힐링캠프>가 월요일 예능의 대세가 된 시절에 '착한' 대신 '19금'으로 틈새시장을 노리며 다시 과거의 명성을 기약하는 <놀러와>의 변화는 의미가 있었다.

허나 여러모로 좋아질 기미가 보이던 <놀러와>를 MBC는 일방적으로 사망선고를 내린다. MBC도 8년 장수 프로그램 <놀러와>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약간의 시간을 주긴 하였다. 그러나 어떻게 변화를 꽤한지 불과 넉 달 만에 같은 시간대 최하위 프로그램이, 나름 확고한 시청자들을 확보한 경쟁 프로그램들을 제치고 단숨에 정상을 차지할 수 있을까. 지금은 월요 예능 투톱을 달리는 <안녕하세요>와 <힐링캠프>의 시작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리고 <놀러와>뿐만 아니라, 요즘 평일 예능의 시청률이 다 그만그만하다. 10%를 넘는 평일 심야 예능 자체가 드물다. MBC도 나름의 기대를 걸고 야심 차게 출발시켰던 <황금어장-천기누설 무릎팍 도사>도 돌아온 강호동과 첫 게스트 정우성은 큰 화제가 되었지만, 정작 시청률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같은 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KBS <해피투게더3>와 SBS<자기야> 시청률이 그리 높지 않은데도 말이다.

또한 8년 장수 <놀러와>의 시청률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은 불과 올해 이야기이다. 그리고 <놀러와>는 방송 사상 최악의 위기에 맞서기 위해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고작 시간대 하나 옮겼을 뿐인 <뉴스데스크>보다 시청자들에게 진심으로 어필하고자 변화를 보인 프로그램이 <놀러와>다. 하지만 오직 시청률에 눈이 먼 무늬만 공영방송 MBC는 이러한 <놀러와>의 노력을 무참히도 짓밟아버린다. 올해 시청률이 한 자릿수를 맴돈다는 이유로 8년의 아까운 역사를 고민 없이 휴지통에 버린 것이다.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놀러와>를 폐지한 MBC. 그럼 <놀러와> 후속작으로 탄생한 새로운 예능은 <놀러와>의 현 저조한 시청률을 뛰어넘고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금처럼 잠시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조기 종영시키는 조급증으로 어떻게 <안녕하세요>와 <힐링캠프>를 넘는 대박 예능이 탄생할 수 있을까?

 MBC <놀러와> 한 장면

MBC <놀러와> 한 장면 ⓒ MBC


현재 시청률만 낮으면 오랜 역사와 잘 될 가능성에도 불구, 일방적으로 폐지를 지시하는 MBC는 미꾸라지 하나가 맑은 물을 어느 정도로 흐리게 할 수 있는지 명백하게 보여준다. 만약 현재 MBC가 보여주는 행보라면 젊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는 <무한도전>과 <황금어장-라디오스타>도 잠깐이라도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면 폐지를 운운할 기세다.

"의욕이 안 나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래도 힘냈어야 했는데, 정신이 자꾸 오락가락 어지러워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미안하고, 면목 없고" (<놀러와> 조연출 한영롱PD 트위터 발췌)

과연 8년 역사 <놀러와>가 저조한 시청률 탓에 제작진과 출연자도 모르게 기습 폐지될 정도로 의미 없는 프로그램이었을까? 지난 8년 동안 <놀러와>와 함께 웃고 지내온 시청자들은 슬프다.

1등 방송국이 되기 위해, 8년 동안 자사 예능을 조용히 빛내왔으면서도,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특별한 작별인사 없이 허무하게 끝날 <놀러와>가 아니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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