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 말

대한민국 예능계의 최강자 유재석의 고민의 깊어지고 있다. 8년간 한결같이 진행한 <놀러와>의 폐지에 이어 <해피투게더>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3위로 떨어지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지난 시간 공식처럼 여겨지던 '유재석 불패신화' 역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한계에 부딪힌 '유재석 토크쇼'

유재석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최고의 톱MC다. 강력한 라이벌인 강호동과 함께 유-강 투톱 체제를 형성하며 국민 MC로 등극한 그는 예나 지금이나 독보적 존재감으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무한도전>을 위시해 예능계 트렌드인 리얼 버라이어티의 선두주자로서 그의 명성을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2012년 현재, 유재석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여태껏 숱한 위기 상황을 잘 넘겨온 유재석이지만 최근의 악재들은 수습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공고한 브랜드 가치를 자랑했던 '유재석 토크쇼'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놀러와>의 폐지 결정은 유재석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

 최근 폐지가 결정 된 MBC <놀러와>

최근 폐지가 결정 된 MBC <놀러와> ⓒ MBC


유재석이 8년간 진행했던 <놀러와>는 유재석 토크쇼의 원형이자 상징적 존재다. 하지만 최근 이 프로그램은 저조한 시청률을 견디지 못하고 일방적 폐지 통보를 받았다. 자타공인 '흥행 보증 수표' 유재석이 시청률 부진을 이유로 프로그램 폐지의 주인공이 됐다는 건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유재석에게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그러나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해피투게더>가 위험에 처해있다. <해피투게더>는 유재석에게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우선 유재석이 가장 오랜 시간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장장 9년 여간 그는 시즌 1부터 시즌 3에 이르기까지 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유재석은 2005년 생애 첫 연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놀러와>가 종영된 지금 <해피투게더>는 유재석의 유일한 주중 프로그램이자 토크쇼다. 인기 MC를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는 주중 프라임 시간대를 얼마나 장악하고 있느냐다. 강호동, 이경규, 신동엽, 김용만, 김국진 등 내로라 하는 MC들이 주중 밤 11시 시간대에 경쟁적으로 출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유재석으로서도 포기할 수 없는 시간대인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해피투게더>가 최근 이상 징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MBC <무릎팍 도사> 재출범과 함께 동시간대 3위로 밀려나는 충격적인 성적표까지 받아들었다. 김준호를 위시한 G4 투입, '야간매점' 코너 도입 등 나름의 응급처치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유재석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놀러와>의 폐지와 <해피투게더>의 부진은 현재 '유재석 토크쇼'가 처한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의 분석처럼 요즘 토크쇼의 대세는 <무릎팍 도사>-<승승장구>-<힐링캠프>로 이어지는 1인 토크쇼다. 즉, 시청자들이 토크의 넓이보다는 깊이를 중시하며 토크를 통해 재미 뿐 아니라 의미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토크의 넓이에 집중하며 최대한의 잔재미를 뽑아내는 '유재석 토크쇼'의 본질과 완전히 대치된다. 시청자들의 기호가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료해 본다면, 최근 <해피투게더>의 부진을 일시적인 것이라 치부하긴 힘들다. 시청률 침체가 장기화되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꾀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KBS <해피투게더>를 9년간 진행한 MC 유재석

KBS <해피투게더>를 9년간 진행한 MC 유재석 ⓒ MBC


<해피투게더> 또 다른 변화 모색해야 할 때다

그렇다면 <해피투게더>는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새로운 시즌인 <해피투게더4>로 전면 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다. 예전부터 <해피투게더>는 시청률이 침체되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새로운 시즌을 통해 고비를 넘겨왔다. <해피투게더>만큼 시즌제가 잘 정착되어 있는 예능 프로그램도 드문 만큼, 이 정도 극약처방은 시도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작금의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

대신, 새로운 시즌은 '토크쇼'가 아니어야 한다. 현재 TV 토크쇼는 포화 상태다. 1인 토크쇼 뿐 아니라 집단 토크쇼까지 거의 모든 요일 방송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게다가 유재석의 토크쇼 스타일이 한계에 부딪힌 것도 문제다. 굳이 <해피투게더>가 토크쇼를 고집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경쟁작과 확실한 차별화를 두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해피투게더> '시즌 2'인 <해피투게더-프렌즈>는 '스타가 친구를 찾는다'는 새로운 컨셉을 시도해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좋은 전례를 남겼다. <해피투게더4>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피투게더-프렌즈>의 신선한 시도와 창의적 구성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해피투게더>가 보다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요구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뿐만 아니라 과감한 인적 쇄신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 김준호는 안고 가더라도 별다른 활약상이 없는 G4는 걸러내야 한다. G4 중에서 그나마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이 허경환을 제외한다면, 현재 나머지 멤버는 있으나 마나 한 상황이다. 사람만 많고 효율은 떨어지는 지금의 구도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가혹하지만 냉철한 판단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내년이면 10년의 세월을 함께 하는 유재석과 <해피투게더>가 상생하는 길은 결국 혁신과 변화뿐이다. 과연 유재석은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새로운 '유재석 시대'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까. 당대 가장 위대한 MC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흥행 보증 수표인 국민 MC 유재석이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냉엄한 심판대에 올라서게 됐다.


해피투게더3 유재석 박미선 박명수 허경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