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우린 눈이 멀었어요.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 먼 사람들이라는 거죠.(눈 먼 자들의 도시)

지난 22일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12년, 대한민국의 숨은 진실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천사의 탈을 쓴 사이코패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2012년 12월 4일, 대전의 한 주택가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된 중증 지체 장애인 최씨. 그녀는 지역에서 '얼굴 없는 천사'로 불리던 성씨에 의해 살해됐다. 장애인들과 노인에 대한 복지 활동으로 칭찬이 자자했던 그가 그녀를 살해하게 된 데에는 필연적인 이유가 있었다.

2002년 성씨가 운영하던 장애인 시설에서 한 시각 장애인이 사망했고, 타살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던 경찰은 이 사건을 사고사로 결론 내리려고 했다. 이때 성씨에게 살해당한 '중증 지체 장애인 최씨'의 증언으로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사망한 시각 장애인은 음식을 흘리며 먹는다는 이유로 잔혹한 폭행을 견디다 못해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성씨의 범행을 세상에 드러나게 한 최씨는 성씨가 출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변고를 당한 것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이미 그 전에 성씨가 술에 취해 자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단 이유로, 친아들을 공기총으로 사망에 이르게 했던 사실이 있었다는 것이다. 강도로 오인했단 주장으로 그는 존속 살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지역의 다정한 복지가로 다시 돌아왔다.

집안에 온통 저주의 문구들을 적어 놓은 사이코패스 성씨를 사회로 계속해서 돌려보낸 눈먼 자들로, 최씨는 사건에 대해 진술한 순간부터 후회하며 매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다가 결국 죽음을 맞게 되었다.

# 사냥꾼과 두 여인, SJM 폭력 사태, 송전탑 위 쌍용차 해고 노동자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서른 살이나 차이가 나는 사냥꾼에게 매일 폭행과 성적 유린을 당한 모녀. 주위의 많은 사람이 그들을 목격하였고 경찰에 신고된 건수도 무려 5차례나 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구제를 제때 받지 못한 채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야만 했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 고통을 더 빨리 줄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 통보에 갑작스레 직장을 잃게 되어,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자리를 지키다 용역 경비에 의해 무차별 폭행을 당했던 SJM 노조원들. 날아다니는 부품에 치명상을 입고서 구조대를 보내달라 외쳐도, 바깥에 출동해 있던 경찰들은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 SBS


고압 전류가 흐르는 위험천만한 송전탑에서, 쓸쓸히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는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들도 있다. 영하의 추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오랫동안 지속했지만, 벌써 스무 명 가까이 늘어난 희생자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이다.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며, 이제 해고자 가족들의 겨울만이 쌀쌀할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눈먼 사람들이 너무 많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면 보려 하지 않기도 한다.
눈을 뜨고 있으나 보지 못하는 우리가 과연, 잘 몰랐다는 말 한마디로 모든 죄책감을 쉽게 덜 수 있을까?

송년특집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함께 사는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주위엔 관심을 바라는 '진실'들이 산재해 있음을 환기해 주었다.

그것이 알고싶다 SBS 눈 먼 자들의 도시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