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블루밍스

삼성생명 블루밍스 ⓒ 삼성생명 블루밍스

삼성생명과 KDB의 운명을 가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2초였다.

지난 7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DB 금융그룹배 프로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KDB 생명 위너스의 경기. 삼성생명은 올 시즌 다섯 번째 맞대결에서 결승 득점 및 16득점 5리바운드를 기록한 헤리스와 내·외곽을 휘저은 박정은(20득점·3점슛 3개)의 공격력을 앞세워 에슐리 로빈슨(18득점·15리바운드)과 신정자(10득점·12리바운드)가 활약한 KDB에 66-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최근 3연승으로 시즌 12승(13패)를 기록한 삼성생명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KB 스타스(10승 15패)와의 승차를 두 경기로 벌렸다. 반면, 아쉽게 패한 KDB는 시즌 18패(7승)를 기록했다. KDB는 5연패의 늪에 빠졌다.

한편, 이날 경기를 끝으로 5라운드까지의 일정을 소화한 여자 프로농구는 1월 13일부터 19일까지 경북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첼린지컵대회에 돌입하게 된다. 6라운드는 1월 24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맞대결로 재개된다.

두터워진 중·하위권 성적표

올 시즌 여자 농구를 보면, 흥미로운 상황이 전개됨을 알 수 있다. 우선 선두 우리은행과 2위 신한은행이 사실상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비록 맞대결에서 신한은행이 패했지만, 신한은행 역시 플레이오프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다.

문제는 중위권과 하위권 팀들이다. 3위 삼성생명(11승 13패)부터 6위 KDB생명(7승 17패)까지의 경기 차가 단 4경기밖에 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3위 삼성생명과 5위 하나외환이 2연승을 달리는 동안 4위 KB와 6위 KDB가 나란히 4연패를 당하면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4위 KB는 외국인 센터 카이저의 공백 때문에 부진이 예견됐지만, KDB가 최하위로 떨어진 것은 의외라는 평이다. 팀의 포인트 가드인 이경은이 부상으로 '개점휴업' 상태고,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던 조은주·김보미 등은 부진에 빠졌다.

반면, 헤리스·샌포드가 가세한 삼성생명과 하나외환은 확실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삼성생명은 이미선·김한별이 부상에서 복귀, 남은 시즌과 플레이오프를 기약할 수 있는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 다만 뛰어난 선수 구성에 비해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7일 경기 결과에 따라서는 3~6위간의 순위표의 간격이 더 촘촘해질 수도,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날 경기의 승패는 컵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중요했다.

일찌감치 앞서나간 삼성생명 

3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삼성생명이나 플레이오프 커트 라인인 4위 이내의 진입을 위해서는 당장 연패 탈출이 급한 KDB생명 모두 7일 경기의 승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일단 상대전적에서는 삼성생명이 61-69·50-66으로 2연패를 당하고, 61-55·63-57로 2연승을 기록했다. 특히 2연승을 구리 원정 경기에서 거둔 터라 이날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는 자신감이 더 붙을 수밖에 없었다.

삼성생명은 1쿼터부터 앞서나갔다. 7점을 몰아넣은 박정은을 앞세운 삼성생명은 헤리스와 이유진까지 득점에 가세하면서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갔고, 1쿼터 종료 1분 31초를 남기고 이미선의 미들슛으로 13-6까지 달아났다.

반면, 로빈슨이 번번히 트레블링 실책을 범하는 등 고전한 KDB는 공격에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결국 1쿼터 막판 홍보람까지 3점포 두 방을 작렬한 삼성생명은 19-10으로 1쿼터를 마쳤다.

2쿼터 들어서도 좀처럼 점수 차는 줄어들지 않았다. KDB는 한채진을 앞세워 추격전을 펼쳤으나 삼성생명은 헤리스와 박정은이 공격을 주도하면서 2쿼터 초반 25-12, 13점 차까지 달아났다. 그러나 한채진의 3점 플레이를 신호탄으로 KDB는 로빈슨과 김진영이 득점에 가세, 25-29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삼성생명이 일찌감치 앞서나갔으나 성급한 공과 실책으로 KDB에 추격을 허용한 전반이었다.

또다시 승리 문턱에서 좌절한 KDB 

KDB의 기세는 3쿼터까지 이어졌다.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로빈슨이 연속 6득점에 성공하면서 3쿼터 2분 37초가 경과한 시점에서 31-29로 역전에 성공한 것. 기세가 오른 KDB는 원진아의 연속 4득점 깜짝 활약을 앞세워 39-34로 경기를 주도했다.

뒤늦게 이유진의 연속 4득점과 홍보람의 3점포로 다시 한 번 역전에 성공한 삼성생명은 이미선까지 득점에 가세했다. 3쿼터 역시 삼성생명이 46-44로 앞선 채 끝냈다.

비록 재역전을 허용했지만, 3쿼터에서만 10점을 몰아친 로빈슨의 기세를 앞세워 KDB는 4쿼터에서도 여전히 박빙 승부를 이어갔다. 4쿼터 초반 삼성생명은 박정은의 3점포 두 방이 터졌지만, KDB는 조은주의 3점포와 신정자의 골밑 득점으로 맞불을 놨다. 그리고 KDB는 한채진의 3점슛과 신정자의 골밑 득점으로 4쿼터 종료 4분 52포를 남기고 57-56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여기에 김진영의 3점슛으로 60-57로 한 발짝 더 달아났다.

위기를 맞은 삼성생명은 62-62 동점을 만들었지만, KDB는 신정자의 자유투와 한채진의 슛이 24초 공격제한시간 경과를 알리는 부저와 함께 뱅크슛을 성공시키며 65-62로 점수 차를 벌렸다. 행운의 여신이 KDB의 손을 들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결국 승부는 4쿼터 마지막 '1분'에 갈렸다. 46.1초를 남기고 어렵게 미들슛을 성공시킨 삼성생명은 조은주의 실책을 틈타 다시 한 번 공격권을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 공격 상황에서 이미선의 랍 패스를 받은 헤리스는 3.2초를 남기고 노마크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반면, 65-66으로 뒤진 채 마지막 공격을 시도한 KDB는 빠르게 타임아웃을 부르지 못해 소중한 시간을 날렸고, 0.5초를 남기고 던진 로빈슨의 슛 역시 헤리스에 블록에 막혔다.

13점 차로 경기를 주도하다가 패배 직전까지 몰렸던 삼성생명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연패 탈출을 목전에 두고 실패한 KDB는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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