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미 LPGA US 여자 오픈 '맨발의 신화'를 떠올리는 박세리

1998년 미 LPGA US 여자 오픈 '맨발의 신화'를 떠올리는 박세리 ⓒ SBS


1998년 온 국민은 IMF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었다. 당시 우리 대표팀은 프랑스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조차 1무 2패로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국민의 허탈한 마음을 채워줄 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희망을 안기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LPGA 4대 메이저리그 중 하나인 US 여자 오픈에서 갓 20살을 넘은(당시 20세 9개월) 골프선수 박세리가 극적으로 우승한 것.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연못 수풀 러프에 걸친 어려운 공을 쳐올리며 어려움에 빠지더라도 굽히지 않고 헤쳐가는 '맨발의 신화'를 보여줬다.

이후 '희망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박세리는 데뷔 첫해 LPGA 4승이라는 위엄을 달성하였고 박세리를 롤모델로 삼고 그처럼 성공하려는 '박세리 키드'(신지애 최나연 등)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신여성상의 기준을 내세운 박세리

SBS '힐링캠프'에 출연하여 신여성상의 기준을 내세운 박세리 ⓒ SBS


7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서는 이러한 박세리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세리는 골프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베테랑이었다. 여자 조폭설과 아버지가 사업이 실패해 골프를 계속한다는 식의 루머를 재치 있게 받아치는가 하면 "남자에게 기대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새로운 여성상의 기준을 내세우기도 했다.

남자친구와 6년째 교제하고 있는 박세리는 "장거리 연애를 선호하고, 남자친구와 단둘이 만나기보다 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게 좋다"고 털어놨다. "아직 남자친구와 손잡는 것도 어색하다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할 도리는 다한다"는 말로 남자친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힐링캠프'에서 자신의 슬럼프 극복기를 담담히 말하는 박세리

'힐링캠프'에서 자신의 슬럼프 극복기를 담담히 말하는 박세리 ⓒ SBS


지난 2007년 LPGA 명예의 전당에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헌액된 박세리. 그녀는 "LPGA에 데뷔하면서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 것과 그랜드 슬램(브리티시오픈, US여자오픈, LPGA챔피언십,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날 방송에서 박세리는 LPGA 명예의 전당에 서서 "오늘 밤이 제 인생 최고의 밤이에요. 저는 제 꿈을 이루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히고, 태극기를 게양하며 느꼈던 희열과 뿌듯함, 떨림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아울러 아직 나비스코 챔피언십 우승을 하지 못해 그랜드 슬램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목표와 성공만을 바라보며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박세리. 그녀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슬럼프를 미리 대비했기에 자신에게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고 했다. 빡빡하게 훈련하며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으며 철저히 자신을 관리했지만 결국 그것이 스스로를 아끼지 못하고 혹사했다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휴대폰 배터리가 남아있지 않다는 신호가 오면 충전을 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전 그것을 무시했어요. 제 몸을 혹사해서 끝내 방전되고 말았죠. 이유 없이 찾아온 슬럼프 때문에 아무것도 되는 게 없었어요.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그려졌죠."

성적 부진과 함께 '한물갔다' '배가 불렀다'는 등 쏟아지는 비난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는 박세리.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던 그녀는 그러나 어느 순간 주위의 평가에 무관심하게 됐다고 했다. 그리고 1년 반 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많이 성숙해졌노라고 전했다. 항상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팬들을 보게 됐고, 그동안 너무 빨리 달려왔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힐링캠프>에서 박세리는 사람에게 누구나 찾아오는 슬럼프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다. 잠시 멈춰 서서 보면 보이는 것들, 그동안 지나쳤던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우리 국민들이 IMF 시대에 그랬듯 지금 이 순간, 슬럼프에 빠진 이들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희망을 얻고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최주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daum.net/spdhrkeldjs)와 블로그와이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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