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지난 2월 2일 첫방송을 시작한 SBS의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온 가족이 보기에 민망만 키스신과 애정표현 장면 등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로부터 '막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SBS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지난 2월 2일 첫방송을 시작한 SBS의 주말드라마 '돈의 화신'에서 온 가족이 보기에 민망만 키스신과 애정표현 장면 등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로부터 '막장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김대오


'돈의 화신'은 1, 2회를 거치며 '막장 드라마'라는 오명을 들어야 했다. 치정, 복수, 살인,  음모 등, 각종 자극적 요소들이 집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회가 지난 지금, 이 드라마에 붙어있던 각종 혐의들은 점차 벗겨지고 있다. 열거한 여러 막장의 요소들이 계속 진행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드라마는 현재 15% 내외의 시청률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거칠다싶은 드라마 주제와 남성캐릭터에 비해 주요 여성캐릭터들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인 부분에만 머물고 있는 점은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으로 구축돼가고 있는 캐릭터들과 탄탄하게 펼쳐지고 있는 줄거리 등은 인기의 요인으로 꼽을 수 있겠다.

남성적 드라마, 자칫 취약해지기 쉬운 여성캐릭터를 잘 그려내야

권력의 실세들과 돈줄로 그들을 조정하는 세력,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음모를 파헤치는 검사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여인들. '돈의 화신'은 다분히 남성적이라고 생각될만한 드라마다.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배치되어 극의 무게감이 만만치 않은데다, 현직 대통령의 멘토인 전직 서울시장, 냉혹한 사채업자, 자신의 공명심 때문에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검사 등, 등장인물들의 면면도 만만치 않다. 

이런 드라마들에서 여성캐릭터는 주인공의 사생활에나 관여된 인물로 그려지기 쉽다. 일과는 전적으로 별개의 인물들로 그려지거나, 주인공의 인간미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설정으로 쓰이는 경우도 많다. 물론 복화술(김수미 분)과 전지후(최여진 분) 등 예외는 있지만, 주요 여성캐릭터들은 여전히 전형적 모습에 머물러 있다.

은비령(오윤아 분)은 지세광(박상민 분)에게 모든 것을 다 바친 후 배신당하고도 끝없이 그를 사랑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아직까지 그 실체를 완벽히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복재인(황정음 분) 또한 이차돈을 둘러싼 감정놀이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비극을 떠안고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는 이차돈의 모친 박기순(박순천 분)까지 합세하면 이 드라마의 감성적 영역은 모두 여성캐릭터의 차지다.

아름답지만 멍청하기 그지없는 은비령, 예뻐지기 위해 전신성형까지 감행한 복재인, 수식어만으로도 물렁하기 그지없다. 그들은 자칫 빡빡해지기 쉬운 내용을 조금은 온화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로 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여성캐릭터들이 드라마의 주체가 되지 못한 채 그저 양념 역할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은 생각해 봐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그들의 구체적 행동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무조건적으로 의존적이며 수동적 성향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러려면 그들이 앞으로 펼쳐질 일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관건이 되겠지만 말이다. 

 <돈의 화신>에서 지세광(박상민 분)

<돈의 화신>에서 지세광(박상민 분) ⓒ SBS


비극으로 시작된 드라마, 웃음 포인트, 복선 많아 긴장감 높여

이 드라마는 비극으로 가득 차 있음에도 재미있는 설정 또한 담겨있다. 앞부분에서 많은 복선을 깔아놓았고, 주인공들에게 얽힌 일들이 결코 가볍지 않은 터라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중요한 순간, 질식할 듯한 분위기에서 한 번씩 터지는 주인공들의 엉뚱한 실수는 시청자들의 맘을 턱 놓게 한다.

드라마는 분명 비극으로 시작되었다. 부모에 얽힌 살인 사건 후에 처절하게 버려진 소년 이강석(박지빈 분)은 충분히 비극적 주인공이었다. 아버지는 사망하고,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감금되었으며, 본인은 친척들에게도 철저히 외면당한 채 빵 한조각 살 돈도 없이 세상에 내쳐진 것.

비극적 캐릭터의 표본이라 할 만한 그가 실수를 연발하고 허점투성이의 캐릭터로 변한 데에는 우연한 교통사고의 탓이 컸다. 그는 기억은 상실했지만 엄청난 기억력의 소유자가 되었다. 또한 후원자의 도움으로 이차돈(강지환 분)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고 이제 검사가 되었다. 이쯤 되면 '질질 짜는' 설정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진중한 분위기가 조성될 만도 한데 드라마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차진 욕이 대화의 절반인 사채업자 복화술과 그의 딸 복재인은 드라마 웃음 포인트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심에 비극적 주인공 이차돈이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앞으로 그에게 펼쳐질 극적 반전을 생각한다면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 아닌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할 수 있는 요소들을 도처에 깔아놓았다는 것. 또한 주, 조연을 비롯한 각종 캐릭터들이 지나치게 편중되는 일 없이 고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는 것. '돈의 화신'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그런 부분이 아닐까.

'돈의 화신'은 주인공들이 엄청난 사건들의 소용돌이에서 과연 어떻게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가 큰 관심거리다. 만만하지만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활약, 그리고 그에게 이미 부여된 비극적 요소들은 앞으로의 극의 전개에 큰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다. 끝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SBS 돈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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