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이하 화신)>은 <강심장>의 후속으로 편성된 프로그램이다. '연애, 직장, 사회, 패션, SNS까지, 대한민국 사람들의 가장 솔직한 속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데, 10만 명의 시청자들이 인터넷과 모바일의 설문조사를 통해 직접 답을 해준다는 식이다. 10대에서 50대까지, 세대를 망라한 시청자들이 그 대상이라 한다.

<화신>은 최근 유행처럼 번진 이른바 '생활밀착형 궁금증'에 관한 예능이다. 이미 방송되고 있는 <안녕하세요>를 비롯해 <풀하우스-가족의 품격>, 거기에 <자기야>까지…. 거기에 <화신>까지 합세하고 보니, 이제 온 국민의 궁금증과 고민은 각종 예능프로그램이 다 풀어줄 심산였다.

<화신> 첫 방송은 기획의도와는 동떨어진 채 어수선하게 진행되었다. '생활밀착형 토크'가 게스트들의 '사생활 밀착형'이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

▲ <화신> 첫 방송은 기획의도와는 동떨어진 채 어수선하게 진행되었다. '생활밀착형 토크'가 게스트들의 '사생활 밀착형'이 되어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 ⓒ SBS


일단은 반갑기 그지없다. 예능이 주로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로만 일관하던 것에서 '책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 조금씩 그 방향성을 달리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 <화신>이 내세운 슬로건도 '대한민국의 '마음'과 '심리'를 꿰뚫는 시청자 공감 토크'라니, 이제 예능이 다각화되려는가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든 시청자들이 아마 한둘이 아니었을 것.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어떤가. 말 그대로 '마음'과 '심리'를 관통당하고 싶었던 시청자들은 대체 어디에 주안점을 두고 <화신>을 시청해야 할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초반 콩트 등으로 흥겨운 분위기 속에 기대감을 증폭시켰지만, 그것이 이날 방송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여자와의 말싸움에서 이길 신의 한 수', '선배는 좋다는데 후배에겐 부담되는 행동' 등 두 가지 질문을 두고 설문을 진행했던 본론이 시작되자 지루한 토크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질문이 무엇인지조차 잊어버릴 정도의 어수선함은 진행자 신동엽, 윤종신 등의 노련함으로도 제어되지 않았다.

'예능은 예능'이니 그저 웃고 말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미 몇 번은 들은 것 같은 이야기 속에서 '웃음 포인트'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예능에서 활약 중인 게스트들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라는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시감'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쯤에서 제작진에게 대국민 질문 거리를 하나 권하고 싶다. ''생활 밀착형 궁금증'을 해결해 주는 예능이라면서 결국 연예인 신변잡기로 흐르는 놀라운 '신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한 것 말이다. 아마도 10대에서 50대까지 아무도 못 맞추는 최초의 문제가 되지 않을까.

<화신> '대국민 설문조사'라고 내세웠지만 정작 그 내용은 충실히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세 엠씨들의 역할이 아직 불분명하여 캐릭터 구축이 시급해 보였다. 첫 방송의 어수선함을 얼른 극복해 내야 하는 것이 과제다.

▲ <화신> '대국민 설문조사'라고 내세웠지만 정작 그 내용은 충실히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세 엠씨들의 역할이 아직 불분명하여 캐릭터 구축이 시급해 보였다. 첫 방송의 어수선함을 얼른 극복해 내야 하는 것이 과제다. ⓒ SBS


첫 회의 미숙함, 기획의도의 충실한 실천으로 풀어나가야

물론 이번이 <화신>의 첫 방송임을 생각한다면 조금은 너그러워질 수는 있겠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진부한 속담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프로그램이 한두회 지날수록 성장할 거라는 전제 하에 이뤄지는 일이다. 그러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시급한 일은 방송이 정한 주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 대상자가 10만 명이라 하니, 그 중 충실한 답변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튼실한 내용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첫 회에서는 설문에 따른 충실한 문제풀이보다는 모두가 발맞춘 듯 사생활 이야기에 열중하는 모습에 그쳤다.

다음으로는 진행자와 게스트의 확실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회에서는 역할분담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설문에 따른 답변조차 진행자, 게스트 가릴 것 없이 비슷해 혼동을 주었다. 언뜻 보면 누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집중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무리다.

또한, 진행자 세 사람의 확실한 캐릭터 구축이 시급해 보인다. 신동엽은 중심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고, 윤종신은 특유의 재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또한, 김희선은 '망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부족해 보였다. 프로그램이 내세운 '대한민국 대표 MC', '언어의 신' '센스 넘치는 돌직구', 이 세 사람의 캐릭터가 첫 방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좀 더 실용적으로 발전하려는 최근 예능의 경향은 시청자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진행되거나, 늘 보던 진부한 모습으로 회귀한다면 실망감은 배가 될 것이다. 앞으로 <화신>이 본래 의도했던 '세대 간의 소통'에 관한 '생활 밀착형'의 실용적 아이템을 잘 살려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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