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는 스타는 물론 예능, 드라마 등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시민기자들의 리뷰나 주장을 폭넓게 싣고 있습니다. 물론 그 어떤 반론도 환영합니다. 언제든지 '노크'하세요. <오마이스타>는 시민기자들에게 항상 활짝 열려 있습니다. [편집자말]

예능프로그램들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그간 유명인들의 잡담 수준의 이야기가 예능의 주류를 이뤄왔지만, 이제 뚜렷한 목적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SBS <화신>은 '생활밀착형 궁금증', KBS <달빛 프린스>는 '책', 그리고 MBC <배우들>은 '영화'에 관한 내용이다. 그리고 KBS <인간의 조건> 또한 지구적 환경에 관한 주제를 내세우고 있다.

그 중 <배우들>은 낮은 시청률로 이미 폐지가 결정된 바 있으며, 나머지 두 프로그램은 내세운 목표에 걸맞는 콘텐츠를 생산해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인간의 조건>은 주제에 충실하려는 모습으로 좋은 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이며 배워야 할 점은 무엇일까.


<인간의 조건> 성공비결, 생활 속 주제를 웃음 속에 자연스럽게 실천해 나가는 것

드라마나 예능 등의 주제가 뚜렷할 때 소비계층은 좁아질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SBS <드라마의 제왕>, KBS <광고천재 이태백>, SBS <골든타임> 등을 예로 들어보자. 이들 드라마들은 특정한 직업세계를 다룬 것으로, 그리 큰 관심을 끌지 못한 앞의 두 드라마와는 달리 <골든타임>의 경우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완성도를 떠나 생각해 볼 때, 우리의 삶과 밀착한 주제가 좀 더 유리한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조건>이 호평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점일 것이다. 개그맨들이 생활 속에서 하나의 주제를 끄집어내 실천하는 모습이 공감을 사고 있는 것.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미션의 수행이 주된 내용이 되고, 그에 따른 재미는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인위적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고 주제를 올곧이 그려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랄 수 있겠다.

그에 비해 <달빛 프린스><화신> 등은 몇 회가 지난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 3%대로 부진한 <달빛 프린스>에 비해 <화신>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등 연착륙에 성공했다지만, 과연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시청자들은 주제와 웃음이 적절히 어우러지며 진화해가는 프로그램을 기다려

따지고 보면 위의 프로그램들이 내세운 주제는 우리의 삶과 그리 무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제가 명확함에 비해 그것에서 눈여겨볼만한, 귀 기울여 볼 만한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한계가 아닐까. 얻는 것은 공감일 뿐, 한 발 더 차고 나가는 진취적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화신>이 2회가 진행되는 동안 나온 질문을 살펴보자. '상사의 부담스러운 행동', '배우자나 연인에게 정떨어지는 점' 등, 대부분 '뒷담화'에 가까운 내용들로, 현재까지 그 이상의 뭔가를 발견해내기 어렵다. 진행자, 게스트들의 요란한 리액션은 질문과 답을 통해 이끌어낼 수 있는 최소한의 진지함조차 가리고 있다.

<달빛 프린스>를 살펴보면, 책에 내포된 철학을 프로그램 내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책 속의 특정한 단어와 문장들만을 가지고 말장난을 하듯 가볍게 진행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주입식교육과도 같아 끝난 후에 뇌리에 남는 것이 별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예능에서 다큐멘터리 식의 진지함만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지향점을 분명히 내세우고 있는 프로그램들의 특성을 생각해 본다면 아쉬운 일임에 틀림없다. 당장의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성패를 판가름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으로 프로그램의 질의 높고낮음을 논하기는 어렵다.

시청자들도 프로그램들이 시청률에 따라 별다른 설명도 없이 곧바로 폐지되는 등의 사태를  반기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재 보다 길게 갈 수 있는, 믿음직한 콘텐츠를 가진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명확한 주제를 내세우고도 그저 말장난에 의존하는 프로그램들이 계속되는 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청자들은 방송이 끝나고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기를, 현재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조금 미진하더라도 계속 진화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자면 주제가 최전방에 서고, 그 위에 웃음이 적절히 버무려지는 것이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