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 SNL 코리아> 이영자 편

tvN < SNL 코리아> 이영자 편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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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방송 된 tvN <SNL 코리아> '이영자 편'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주특기인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배꼽을 쏙 빼놓은 데다가 오랜 콤비였던 신동엽과의 앙상블 역시 뛰어났기 때문이다. 시청률 역시 3.9%(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그야말로 '영자의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쉽지 않았던 이영자의 '공중파 복귀'

이영자의 공중파 복귀는 쉽지 않았다. 90년대 최고 인기 개그우먼이자 MC로 명성을 떨쳤지만 다이어트 파문의 후폭풍은 생각보다 훨씬 거셌다. 일정기간 자숙을 거쳐 몇 번이나 공중파의 문을 두드렸지만 시청자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2007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경제야 놀자>에 출연해 친구인 이소라가 선물했던 다이아몬드 반지의 감정을 의뢰한 일이 오해를 사며 발목을 잡았다.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여러 논란 끝에 MC를 맡은 <지피지기>와 <쇼바이벌> 역시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채 1년도 안 돼 폐지되면서 이영자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오랜만의 공중파 컴백이 무위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왕년의 이영자'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참담한 시청률, 차가운 대중의 반응, 그리고 '초라한 이영자' 만이 남았을 뿐이다.

당시 이영자가 컴백에 실패한 이유는 '낡은 진행 스타일'과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영자의 진행 스타일은 남성 MC조차 기죽게 만드는 걸걸하고 파워풀함이 특징이다. 그러나 시대는 바뀌었고, 코드도 변했다.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MC 스타일은 소리를 지르며 좌중을 압도하는 '이영자 스타일'이 아니라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섬세하고도 깔끔한 조율을 자랑하는 '유재석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이영자는 여전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여기에 메인 MC로 나섰다는 중압감이 그를 짓누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더욱 '오버 캐릭터'를 극대화 시키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선호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혼성 개그콤비, 신동엽-이영자

199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혼성 개그콤비였던 신동엽-이영자 ⓒ SBS


당시 이영자가 재빨리 자신의 캐릭터와 스타일의 한계를 깨닫고 '90년대 오버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로운 캐릭터를 구축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면 훨씬 빨리 공중파에 안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이영자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영자라는 이름 자체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를 포기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것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다이어트 파문으로 망가진 이미지도 문제였다. 특유의 유쾌하고 서민적인 이미지를 '거짓말쟁이'라는 주홍글씨가 대신하면서 대중에게 편안히 다가갈 기회를 잃어버린 것이다. 트렌드를 좇아가지도, 이미지가 좋지도 않은 연예인이 대중의 사랑을 받기란 쉽지 않다. 이영자의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다시 찾아온 '영자의 전성시대', 도대체 왜?

그런데 놀랍다. 최근 그가 다시 한 번 '영자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대중의 반응 역시 대단히 우호적이다. 불과 6년 전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스타일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우악스러운 원톱 진행 스타일을 버리고 집단 MC 체제에 녹아드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 주효하게 먹혀들었다. 그 스스로의 말처럼 '나'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빛나는 법을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2010년 <안녕하세요>에 합류한 그는 신동엽-컬투와 함께 찰떡궁합 호흡을 맞춰가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특히 오랜 선후배 사이인 신동엽과는 12년 만에 재회하며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콤비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 <기쁜 우리 토요일><기분 좋은 밤>의 '신동엽-이영자 흥행신화'를 <안녕하세요>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 게스트 뿐 아니라 방청객들에게 누구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는 것도 강점이다. 프로그램 녹화 시작 전 사전 분위기 조율에 직접 나설 뿐 아니라, 녹화 내내 게스트와 방청객들을 따뜻하게 챙기는 모습은 예전의 이영자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혁신적 변화다. 인기에 대한 집착,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는 모두 내려놓는 대신 특유의 푸근함과 서민적 매력으로 얼어있던 대중의 마음을 녹이는데 성공한 것이다.

결국 동시간대 꼴찌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이영자 합류 1년 만에 동시간대 1위 프로그램으로 올라섰고, 이영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1년과 2012년 KBS 연예대상 여자 버라이어티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영자는 이 상들을 받으며 "인생은 참 살아볼만한 것"이라며 "나는 사실 거저먹는다. 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는 소감을 남겨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기도 했다. 과거 독단적인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던 이영자는 그 곳에 없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이미지 역시 과거 이상으로 호전됐다는 것이다. 특히 절친한 친구였던 고 최진실의 죽음 이 후, 그의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는 이영자의 모습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 최진실 자녀들의 운동회에 참석하고, 최진실의 생일인 크리스마스이브에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최진실 가족과 함께 하는 행동은 연예인을 넘어 '인간 이영자'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과거의 실수조차 너그러이 용서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지금 대중이 생각하는 이영자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개그우먼이자 의리 있고 배려 깊은 사람이다. 탄탄한 진행 실력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고, 특유의 서민적인 매력은 언제 봐도 친근함을 자아내고 있으며, 미처 드러나지 못했던 인간미와 의리는 은은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현재 예능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MC 중 이영자만큼 도드라진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변하지 않아서 대중과 멀어졌던 이영자는 이제 사라졌다. 과감한 변신과 적응을 통해 다시 자신의 '전성시대'를 일궈내는 이영자만 있을 뿐이다. 성실함과 겸손함을 무기로 버라이어티 진행, 코미디 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그가 꾸준히 '승승장구' 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이영자라는 걸출한 여성 MC와 동시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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