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김재철 MBC사장이 26일 오전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논의될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방문진 도착하는 김재철 MBC사장 김재철 MBC사장이 26일 오전 자신에 대한 해임안이 논의될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방송문화진흥회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권우성


오랜만에 '만우절 거짓말' 같은 소식이 하나 들려왔습니다. 김재철 MBC 사장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는 소식 말입니다. 지난 26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임시이사회에서 해임된 지 하루만인 27일, 김재철 MBC 사장은 사표를 제출하고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되었습니다.

늘 좋은 일을 해 오셨던 분입니다. '큰집'에 불려가 '쪼인트'를 맞아 가시면서도, 김 전 사장은 3년여 간 커다란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2010년에는 4대강 사업을 다룬 < PD수첩 >을 방송 보류하며 온 국민의 관심을 MBC로 돌리셨고, 이후엔 제작진을 프로그램과 상관없는 부서로 보내면서 < PD수첩 >이 얼마나 훌륭한 시사교양 프로그램인지를 알려주셨습니다. 지난해엔 170일 파업을 이끌어내신 덕에, <무한도전>이 진정으로 우리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프로그램인지도 알게 됐습니다. 이 외에도 그 분의 공은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만 같습니다. 공영방송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온 몸으로 알려 주신 분께, '해임'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 같습니다. 그러니 그 분께서도 스스로 사표를 던지고 표표히 떠나셨겠지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분께서 자진 사퇴하신 덕에 노후를 편안히 보내실 수 있는 퇴직금은 챙겨 가셨다는 점입니다. MBC 임원의 퇴직연금 지급규정(제8조)을 미리 알고 일시불로 3억여 원을 받아 가셨다지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 공연을 지켜본 시민들이 성의껏 공연비를 모금함에 넣자, 김정근 MBC 아나운서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MBC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3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의 모습. 공연을 지켜본 시민들이 성의껏 공연비를 모금함에 넣자, 김정근 MBC 아나운서가 감사의 인사를 하고 있다. 김 아나운서는 MBC 파업에 참여한 이유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았다. ⓒ 유성호


만일 김재철 전 사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동안 너무나도 익숙했던 나머지, 우리는 김완태·허일후·최현정 아나운서와 왕종명·김수진 기자 등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을 겁니다. 거리에서 그 분들을 가까이 뵐 기회도 없었겠지요. 그 분들이 2일이면 업무와 상관없이 배치됐던 부서를 떠나 본래 근무하던 부서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아아, 우리는 김재철 전 사장을 잃었지만, 원래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MBC 구성원 65명을 얻었습니다.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힘을 가진 단 한 명이 얼마나 조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되새겨야 합니다. 언제든 김재철 전 사장과 같은 분께서 MBC, 아니 그 어떤 곳에라도 소중한 교훈을 남겨 주실 수 있다는 점을 말입니다. 김재철 전 사장께서 오롯이 스스로를 헌납하면서까지 이 '진실'을 알려주셨다는 것을, 우리는 기려야 합니다. 

절이라도 한 번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해 4월 이 분 덕분에 담을 타고 넘어 보는 진귀한 경험을 했거든요. 학창 시절 월담으로 벌점 한 번 받아보지 않았던 제가, 성인이 되어서 사다리를 타고 방송국 담장을 넘었습니다. '추억'을 남겨 주신 것, 정말 감사합니다. 참, 검찰이 김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내내 평안하시길 빕니다.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가운데,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정문 앞에서 사측이 출입문을 막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자, 노조원들이 사다리를 동원해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돕고 있다.
이날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은 상복을 의미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프리랜서 앵커와 계약직 기자 채용 등 사측의 비정상적인 조치를 규탄하며 김재철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해 4월 2일의 모습. MBC 아나운서와 기자들이 프리랜서 아나운서 채용 규탄 기자회견을 열 자 사측이 출입문을 막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결국 MBC 노조원들이 사다리를 동원해 취재기자들의 출입을 도왔다. ⓒ 유성호



김재철 MBC 김완태 허일후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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