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의 주요 출연진들. 왼쪽부터 배우 최우식, 조안, 주상욱, 윤지혜, 김상호.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의 주요 출연진들. 왼쪽부터 배우 최우식, 조안, 주상욱, 윤지혜, 김상호. ⓒ CJ E&M


이토록 불친절했던 드라마는 없었다. 2011년 방영된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이하 <텐>)의 마지막 회는 청테이프로 여성을 숨지게 하는 연쇄살인마에 트라우마를 가진 여지훈(주상욱 분)이 사라지고, 사건을 조사하던 프로파일러 남예리(조안 분)의 앞에 청테이프를 든 의문의 인물이 나타나며 끝났다. 주연 배우였던 주상욱조차 "결말을 묻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할 정도로, <텐>의 끝은 불완전했다.

그리고 종영한 지 1년 3개월여 만에, <특수사건전담반 TEN2>(이하 <텐2>)가 방송된다. 이재곤 작가와 이승영 PD가 전작에 이어 또 다른 미제사건을 한 보따리 들고 돌아온 것. 10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상암CGV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승영 PD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들은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는 기본적인 목표가 있다"며 "<텐>이 열린 결말로 끝나서 그에 대한 부채감까지 갖고 <텐2>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텐' 스러운 드라마? "100% 이해되지 않아도 괜찮다"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남예리 역을 맡은 배우 조안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남예리 역을 맡은 배우 조안 ⓒ CJ E&M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여지훈 역을 맡은 배우 주상욱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여지훈 역을 맡은 배우 주상욱 ⓒ CJ E&M


하지만 이 불친절함과는 별개로 <텐>이 거둔 성적은 뛰어났다. 3%대를 웃돈 최종회 시청률을 차치하고, 뛰어난 영상미 덕에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그리메상 2011'에서 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연이어 '2012년 케이블TV 방송대상 대상'까지 <텐>의 몫이 됐다. 그 때문인지 이승영 감독은 '<텐>스러움'을 강조했다. "전작과의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을 수 있지만, 우리의 원칙은 '온고지신'"이라는 것이 이 PD의 설명이다.

이 '<텐>스러움'에 대한 생각은 각각 달랐다. 먼저 백도식 역의 배우 김상호는 "기업들이 세계 표준이 되려 싸우는 것처럼, 앞으로 나올 한국 수사물에서도 <텐>이 기준이 됐으면 좋겠다"며 '<텐>스러움'을 정의했다. 박민호 역의 최우식은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해 주고, 함께 고통을 느껴 주는 형사들이 나온다는 것이 <텐>스럽다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안은 "무시무시한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팀원들 간의 관계 속에 따뜻함이 있다"고 말했고, 주상욱은 "현실적인 내용인 데다가 각각의 캐릭터와 범인들이 사연을 갖고 있다는 점도 장점인 것 같다"며 "또 그간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촬영기법이나 앵글, 미술적인 효과를 통해 영화적인 느낌을 내는 것도 '<텐>스럽다를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승영 PD도 나름의 생각을 전했다. 그가 생각하는 '<텐>스러움'은 하나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되고 재해석되는 그 자체라고. 이 PD는 "그간 어려운 드라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작가와 대본 회의를 하면서 '꼭 보는 이들이 100%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며 "방송이 끝나고 누군가가 올린 글을 보거나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러면서 이야기가 파생되는 것도 '<텐>스러움'의 하나인 것 같다"고 말했다.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의 이승영 PD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의 이승영 PD ⓒ CJ E&M


'F'의 의미…'범죄자는 사라져도, 잔악한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텐>으로 돌아가, 결말에서 이승영 PD가 느꼈다는 이 '부채감' 때문에 <텐2>의 1회와 2회의 시점은 과거로 돌아간다. 이승영 PD는 "스케줄이 있는 분들은 완결 편에서 사망시켜 드리겠다"고 했지만, 배우들은 모두 드라마와의 의리를 지켰다. '언더스탠드'(Understand)라는 제목이 붙은 이번 에피소드에서 남예리와 백도식, 그리고 박민호는 '금요일'(Friday)마다 '여성'(Female) 피해자의 '얼굴'(Face)을 훼손시키는 연쇄살인마 'F'를 본격적으로 쫓게 된다.

이와 함께 이들은 자신들도 알지 못했던 사이에 'F'를 둘러싼 인연이 있다는 것도 깨닫는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이승영 PD는 시즌 1의 첫 회에서 사용했던 유명한 '소나기 신'을 다시 한 번 변주했다. 동시에 이것은 "사회에 있는 무수한 사건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지만, 돌아 돌아 우리와 연관돼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는 이승영 PD와 제작진의 주제의식이 담긴 장면이기도 하다.

"이창동 감독님의 <시>를 보면서, '타인을 이해하는 고통'에 대해 말하는 감독님의 말씀이 인상적이었어요. <텐2>의 이 장면은 네 사람이 각기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다 연결되어 있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드라마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텐>의 소나기 신이는 이 팀이 뭉치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번 장면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사실은 모두 연관되어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승영 PD)

결국 <텐>과 <텐2>는 수사물이라는 외피에, '사람에 대한 이해'를 담은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이승영 PD는 "<텐>에서 사람에 대한 높은 정도의 이해가 담겼냐고 자문했을 때 부끄러운 지점이 있었다"며 "'언더스탠드'라는 제목 역시 '이해하다'라는 뜻 외에도 '아래에 서다'라는 뜻에서 지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래에 선다는 것은 '겸손'을 뜻하고, 이는 타인의 고통을 섣불리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그래서 <텐2>는 인물이 성장했다기보단 타인을 이해하려고 몸부림치는 과정을 담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박민호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박민호 역을 맡은 배우 최우식 ⓒ CJ E&M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백도식 역을 맡은 배우 김상호

OCN <특수사건전담반 TEN2>에서 백도식 역을 맡은 배우 김상호 ⓒ CJ E&M


마지막으로 "주인공을 설명하는 1막과 본격적 갈등이 생기는 2막, 그리고 결론이 나는 3막 중 <텐2>는 2막에 해당한다"고 말한 이 PD는 시즌 3 제작을 두고도 여운을 남겼다. 그는 "'F'와의 한 판 승부를 결정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며 "사실 'F'에는 '포에버'(Forever)라는 뜻도 있다"고 귀띔했다. 범죄자는 사라져도 서로를 해치는 잔악함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이 드라마의 메시지라는 말이다.

"'F'는  계속되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텐>과 <텐2>는 범죄자를 잡는 단순한 수사드라마라기 보단, 범죄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거든요. 어떤 형태로든 'F'는 존재할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수사관들이 어떻게 살아나가는지, 어떻게 행복을 추구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이승영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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