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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가 장렬한 죽음으로 안방극장에서 퇴장했다.

이연희는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주인공 최강치(이승기 분)의 생모 윤서화 역을 맡아 지조 있는 조선여인을 연기했다. 3회까지 등장하는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있는 연기로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1년 SM엔터테인먼트에서 주최한 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연희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며 많은 남성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리고 청순한 외모로 많은 작품에서 주인공을 맡아왔지만, 외모에 비해 연기력은 많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것도 사실.

하지만 <구가의 서>에서는 지난해 출연했던 SBS 드라마 <유령> 때보다 일취월장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극중 조관웅(이성재 분)의 모함으로 역적의 자식이 된 서화는 한순간에 관기로 전락했다. 양반집 규수로 자란 서화가 기생이 된다는 것은 청천벽력과 같은 일. 서화는 속옷차림으로 문 밖에 내몰리면서도 기생은 절대 되지 않겠다는 기개를 꺾지 않았다.

이연희는 초반 독을 품고 기생이 되지 않으려는 서화를 연기하며, 여리한 몸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에너지와 강렬한 눈빛 연기로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사했다. 선배 연기자 이성재, 정혜영(천수련 역)과 맞서는 신에서도 밀리지 않은 팽팽한 기 싸움으로 좋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그런가하면, 자신의 장기 역시 잃지 않았다. 월령(최진혁 분)과의 멜로신에서는 화사한 표정연기로 사랑스러운 서화를 만들어냈던 것. 이연희는 자신의 적 앞에서는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강단을 보여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운 여인 서화로 분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였다.

외모에 비해 연기력이 다소 모자란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연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에 대한 편견을 깨고, 앞으로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