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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산다' 데프콘이 지난 방송에서 인터넷 악플을 받았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이자는 회원들의 모습. 그러나 여론의 개입은 이 프로그램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자연스러움'이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

▲ '나 혼자 산다' 데프콘이 지난 방송에서 인터넷 악플을 받았다며 '변화된 모습'을 보이자는 회원들의 모습. 그러나 여론의 개입은 이 프로그램이 지양해야 할 일이다. '자연스러움'이 침해받을 수 있기 때문. ⓒ MBC


일주일 중 가장 인기 있는 날을 고르라면 아마도 금요일이 아닐까. 요즘 말로는 '불금'이라고도 하는데, 바로 '불타는 금요일'의 줄임말이다. 휴일을 앞둔 금요일 밤의 들뜨고 즐거운 마음을 나타낸 것. 마침 그 '불금'에 '혼자 사는 사람들'의 '쓸쓸한'(?)이야기가 화제 속에 방송을 타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밤 방송되는 MBC <나 혼자 산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기러기아빠인 이성재와 김태원, 솔로인 김광규와 노홍철·데프콘, 그리고 막내인 서인국까지.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혼자 사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심해 보이는 소재지만 '자연스러움'이 강점

공중파와 케이블 TV 등에서 엄청난 수의 예능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그에 따른 소재의 빈곤현상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시작된 <나 혼자 산다>는 소소한 일상의 일들도 얼마든지 예능의 영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예능이라니, 언뜻 생각하면 참으로 심심하기 짝이 없는 소재다. 그것으로 사람들을 어떻게 TV 앞으로 모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일까? 방송을 보고 있어도 그 의구심은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 눈과 귀를 한 번에 사로잡을만한 현란한 리액션도, 기막힌 몸 개그도, 출연자들 사이에 오가는 심오한 대화 등도 별반 없기 때문이다.

일상의 일들이 예능에서 빛을 내려면 무엇보다 출연자 개개인의 예능감이 아주 출중해야 할 것 같지만, <나 혼자 산다>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자연스러움'이다. 덕분에 모든 것들이 마치 아무런 각본이 없을 것만 같이 여겨지는 것, 그것만으로도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화는 확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호칭은 민주화됐지만, 개성까지 민주화되어서야

'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자신들의 색'이 다양할수록 이 프로그램의 진가는 빛날 것이다. 회원들 각각의 개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 '나 혼자 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자신들의 색'이 다양할수록 이 프로그램의 진가는 빛날 것이다. 회원들 각각의 개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 MBC


<나 혼자 산다>의 출연자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회원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그들은 모두 방송 내의 1인 가구 동호회 '무지개'의 회원들. 호칭이 '회원님'으로 통일되어 있는 탓인지 아직까지 출연자들 사이에서 별다른 권력관계를 발견할 수 없다. '형님', '아우' 같은 지극히 사사로운 호칭은 사용되지 않는다.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호칭을 사용한다는 것, 간단한 것 같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흔한 일은 아니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살아있는 장유유서의 나라가 아닌가. 그러나 그러한 '격식'은 1인 가구의 진솔한 삶을 보여주는 데는 별 필요가 없다. 호칭을 '회원님'으로 통일한 것은 어쩌면 이 프로그램의 포인트를 철저히 '싱글 라이프'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호칭은 그렇다 해도 회원들 개개인의 '개성'까지 민주화된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심심한 이 프로그램이 주는 재미는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회원들의 게으름, 깔끔함, 외로움을 타는 모습 등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은 이제 그들의 캐릭터가 되어가고 있다. 연예계에서의 이들의 이미지와 평범한 일상의 대조는 반전의 묘미를 줌과 동시에 괴리감, 공감 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요소다.  

그렇듯 출연자들의 개성은 <나 혼자 산다>를 이끌어 나가는 최대의 강점이다. 때문에 더더욱 시청자게시판이나 관련기사들의 댓글 등을 통한 '여론'의 반영은 지양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회원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각각의 개성에 시청자들의 의견이 개입되기 시작하고, 회원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행동하게 된다면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는가.

아직 <나 혼자 산다>는 보여줄 것이 많다

'시의성'은 <나 혼자 산다>가 가지고 있는 아주 큰 장점이다. 현재 한국의 1인 가구가 무려 453만 가구라 하고, 그리고 그들에 관계된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현 시점에서 이 프로그램이 기획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로 볼 수 있다. 1인 가구가 큰 추세가 된 이 시점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내겠다는 취지는 높이 살만하다.

그러나 <나 혼자 산다>는 지금까지 출연자들의 '진솔한 모습'과 '재미있는 일상'을 보여주는 데는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다지만, '지혜로운 삶의 노하우', '삶의 철학' 등을 전달하는 측면에서는 아직까지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현재 <나 혼자 산다>의 성공을 논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론 보여줄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또한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적지 않은 사회적 의의를 가졌다는 자부심도 가질 만하다. 이제는 그 시의적절한 주제에 철학과 재미를 어떻게 잘 버무려내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나 혼자 산다 데프콘 이성재 노홍철 서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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