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수영선수 박태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수영선수 박태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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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의 시청률이 동시간대 1위는 아니다. 지난 3일 방송분의 시청률은 7.1%로 KBS 2TV <안녕하세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달리는 말보다 빠른 게 사람의 세 치 혀라고 했던가. <힐링캠프>를 통해 전해진 게스트의 '말'들은 시청률의 숫자와는 상관없이 LTE급으로 대중들 속에 퍼져 나간다.

유명인들은 이른바 '공인'이라는 미묘한 처지로 인해 루머에 휩싸이거나 낙인이 찍히면 생사여탈권이 좌우되기도 하고, 전쟁의 상처보다 더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언론이나 인터넷의 뒷담화들도 그 사람의 사연을 제대로 풀어낼 생각은 안하고 그저 이런 '루머'가 있다는 사실만 퍼 나르기에 급급하다. 속사정이니 배 째고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기자회견이나 공식 발표를 해봤자 믿어 주지도 않는다. 그때 구원투수처럼 등장하는 게 <힐링캠프>다.

출연 요청만 들어온다면 '만사 OK'이다. 까칠하지만 언제나 해명할 거리의 물꼬를 거침없이 터주는 이경규, 무슨 말을 해도 호수 같은 눈망울로 그저 '당신을 믿어요'라거나 가끔은 눈물도 흘려주는 한혜진(심지어 그녀의 돌직구는 통쾌하게 가려운 데를 긁으면서도 교묘하게 출연자에의 공감을 도와준다), 거기다 적절하게 양념까지 얹어주는 김제동. 그 어떤 공식적 해명보다 진정성 있게 출연자의 사연을 세탁해 주는, 이보다 더한 '우군'이 어디 있겠는가.

마음고생 토로의 시간…루머가 공감으로

 지난 3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수영선수 박태환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수영선수 박태환 ⓒ SBS


3일 방송된 <힐링캠프>의 출연자는 수영선수 박태환이었다. 여러 말이 필요 없었다. 이미 예고편에서 보인 핼쑥한 박태환의 얼굴만으로도, '수영할 곳이 없다'는 멘트만으로도, 저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가를 시청자들은 가슴 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메달권 진입이 불가능하다 여겨졌던 수영에서 불굴의 의지로 그토록 많은 쾌거를 이룬 대한민국의 스포츠 영웅이 왜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정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청자들은 분노부터 느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가 '갑'이라 생각했던 박태환도 또 그의 위에 호령하려는 또 다른 '갑'에게 미운 털이 박히면 어려움을 겪는구나 생각하니 더 감정 이입이 되어 마음이 아팠다.

<힐링캠프>의 진행 방식은 현명했다. 다짜고짜 박태환의 아픈 상처를 내보이지 않았다. 살이 쪼옥 빠져 한눈에 보기에도 마음고생 한 게 눈에 훤히 드러나는데도, 밝은 면을 우선 내보였다. 요리도 하고, 친구 기성용과 결혼하는 '제수씨(?)' 한혜진과 아옹다옹하기도 하고, 스물다섯 살 아름다운 청년 박태환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줌으로써 마치 수영을 하기 전에 수영장 물로 몸을 적시듯 앞으로 다가올 사연에 대한 대비를 해두었다.

그 다음에 보여준 건, 대한민국의 스포츠 영웅으로 살아가면서 겪어야 했던 그의 아픔이었다. 겨우 15살 나이에 국가대표 선수로 나아가 실격 처리를 당하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의 부진한 성적으로 인한 모진 여론을 삭혀내야 했던 시간들을 토로하게 했다. 단지 수영이 좋아서 시작했을 뿐이지만 혼자 견뎌야 했던 레이스의 시간, 국민들의 변덕스런 정서까지 감내해야 하는 외로운 '스타'의 고뇌를 충분히 공감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박태환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는 시간 덕분에, '미운 털이 박혔다'는 덤덤한 그의 말이 얄밉게 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태릉선수촌에서 홀로 빠져나온 사건도, 항명으로 비춰진 홈쇼핑 출연도, 건방지게 보일 수도 있는 수영연맹 행사 불참도 그럴 수 있는 것들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물론 <힐링캠프>를 통해서 박태환이 했던 이야기들이 그와 관련된 기사 또는 루머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힐링캠프>를 통해 그의 편이 된 사람들에겐 그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새롭고 진정성 있게 들렸을 것이다. 심지어 마지막에 수영 연맹에 쓰는 영상 편지를 보면서 안쓰러움에 눈가가 촉촉해질 만큼.

물론 언제나 <힐링캠프>의 구설수 세탁 방식이 먹히는 건 아니다. 얼마 전 장윤정의 출연이 그녀에 대한 세간의 여론을 단번에 '호감'으로 역전시킨 홈런이었다면, 오히려 해명이 자충수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빨아도 빨아도 깨끗해 지지 않는 세탁물이 있듯이, 인간적 면모를 밝히고 마음고생 했던 시간을 토로해도, 애초에 절벽처럼 돌아선 마음은 <힐링캠프>식 세탁 방식으로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그 예전 MBC <무릎팍도사>가 시끄럽게 판을 벌리고, 이제는 <힐링캠프>가 보다 인간적으로 풀어내는 해명의 시간, 진정성 있는 토크쇼로서의 그 시간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출연자의 선택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출연자도 힐링 되고, 보는 시청자들도 공감하며 힐링할 수 있을 테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힐링캠프 박태환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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