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적60분> 홈페이지 캡쳐

KBS <추적60분> 홈페이지 캡쳐 ⓒ KBS


감흥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어땠을까. 지난 1일 '50대 퇴직자의 절규 - 내일이 두렵다'편이 방송되고 이틀 뒤인 3일, 트위터 검색창에 '추적 60분'을 쳤다. '추적 60분 보는데 앞날이 겁난다', '보는 내내 한 숨만 나온다.', '결론은 개인연금, 국민연금 들어라?' 등 총 4건이 검색됐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들어갔다. 시청자 의견도 4건에 불과했다. <추적 60분> 방송을 받아 쓴 기사도 없었다. 우리나라에 50대가 700만 명이고, 그 가족까지 합하면 1000만 명은 족히 넘을 텐데 '50대 퇴직자'를 다룬 지난 방송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막장 드라마는 '욕하는 맛', 시사고발프로그램은 '고발하는 맛'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자극적이다. 소재선택부터 흥행요소가 될 만한 것을 고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다보니 공익성 짙은 아이템은 드문 편이다. <그것이 알고싶다>였다면 '50대 퇴직자'를 아이템으로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러 매체에서 수없이 다뤄 새로울 것이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 60분>은 '50대 퇴직자'를 선택했다.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이 봐야할 이유는 던져주지 못했다.

 <추적 60분>' 50대 퇴직자의 절규 - 내일이 두렵다'편 자료화면

<추적 60분>' 50대 퇴직자의 절규 - 내일이 두렵다'편 자료화면 ⓒ KBS


50대 가장이 자살한 장소, 주변 지인 인터뷰…. 모두 뉴스 리포팅에서 한 번씩은 봤던 장면이다. 진부한 이슈인 만큼 새로운 내용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저 두루뭉술하게 사례만 소개하는 느낌이었다. 시사고발의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막장드라마의 힘이 '욕하는 맛'에서 나온다고 한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고발하는 맛이 있어야 한다. 비판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두려움을 갖는 사람이 생기고 문제 해결의 가능성도 커진다. <뉴스타파>의 조세회피처 발표가 큰 관심을 받은 이유도 특정 기업과 인물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심히 추적하더라도 그 추적으로 인해 두려움에 떠는 사람이 없다면 반쪽짜리 추적에 불과하다.

말하는 PD따로, 취재하는 PD따로… 현장감 떨어뜨리는 요인

 50대 퇴직자를 인터뷰 하고 있는 김범수PD

50대 퇴직자를 인터뷰 하고 있는 김범수PD ⓒ KBS


<추적 60분>은 PD가 취재하고 PD가 직접 MC를 맡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문제는 말하는 PD따로, 현장 취재를 하는 PD가 따로 있다는 점이다. 물론 MC를 맡고 있는 강희중 책임PD도 취재과정에 일정부분 관여를 할 것이고, 전혀 모르고 말한다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현장 PD와 스튜디오 PD가 나뉘어져 있는 지금의 시스템이 프로그램의 현장감을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IMF로 사업이 망하고 보조출연자 일을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50대를 만난 사람은 이번 편 담당인 김범수 PD였다. 행복이라는 게 길어지지 않더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이는 중년 남성과 눈을 마주치며 함께 대화를 나눈 사람도 김범수 PD였다. 하지만 방송은 그의 목소리가 아닌 스튜디오에 있는 강희중 PD의 목소리로 마무리됐다. 물론, 중요한 그래프나 수치를 보여주기 위해선 스튜디오가 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좀 더 달리해보면 더 효과적인 방법은 충분히 있었을 것이다.

 취재기자가 이동 중에 실업자 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자의 차 유리에 통계 자료가 나타나있다.

취재기자가 이동 중에 실업자 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기자의 차 유리에 통계 자료가 나타나있다. ⓒ BBC


BBC의 대표 다큐멘터리인 <파노라마>를 좋은 참고대상으로 삼을 만하다. 담당PD가 탄 차 유리창에 수치를 시각적으로 더 단순화해서 보여줄 수 있고, 돈을 찢어버리는 퍼포먼스로 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 할 수도 있다. 실제 취재에 임하는 PD의 입으로 현장의 생생함을 전함과 동시에 현장감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으로 시청자 몰입도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30돌 맞은 <추적 60분>

30년. 적지 않은 세월동안 <추적 60분>은 사회의 파수꾼 역할을 해왔다. 독재정권당시 기자의 언론활동이 위축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감시로부터 자유로웠던 PD들이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을 만들었다. 구석구석 탐사하고,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묵직하게 드러냈다. 그 효시가 1983년에 탄생한 <추적 60분>이다. 시사교양프로그램이 위축되고 있는 요즘, 탐사보도의 자존심 <추적 60분>이 조금 더 날카로웠으면, 시청자의 사랑을 많이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적60분 50대 퇴직자 강희중PD 김범수PD BBC 파노라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