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이자 달동네 바보 원류환 역의 배우 김수현이 3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북한 최고 엘리트 요원 원류환이자 달동네 바보 동구 역을 맡은 배우 김수현이 31일 오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지난 2012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도둑들>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이 영화를 온전히 '김수현의 작품'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드라마 <드림하이>(2011), <해를 품은 달>(2012)로 안방극장에서 먼저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낸 김수현은 2013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스크린까지 접수하러 왔다. 김수현은 아쉬움을 넘어 "분하다"고까지 표현했지만,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개봉 5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수현이 말한 손현주 Vs. 박기웅·이현우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수현은 "양쪽이 팽팽하게 당겨지듯이 긴장되는 기분으로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고 운을 뗐다. 동명의 원작 웹툰을 보다가 혼자 컴퓨터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는 그는 "웹툰의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캐릭터인 동구를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수현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남파해 달동네 바보 동구로 위장한 특수 공작부대원 원류환 역을 맡았다. 북에서는 엘리트 요원이지만, 남에서는 동네 슈퍼를 지키는 동구를 표현해야 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 캐릭터를 최대한 따라가고 싶었다. 웹툰 속 좋은 대사나 신을 최대한 지켜서 가져오려고 했다. 맨 마지막에 비를 맞으면서 액션신을 소화하는 부분에 가장 욕심을 냈다. 비를 계속 맞는데 몸이 얼기도 하고 굳고 아파서 마음 같지 않았다. 분하더라. 신경을 빼앗겨서 연기에 자꾸 집중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다. 조금 과장되어서 나약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싶었다. 완벽하게 무너져버리는 모습 말이다. 하지만 육채적으로도 긴장되어 있었고 마음 같지 않다 보니까 조금 아쉽다."


김수현이 심혈을 기울인 이 장면에서는 극 중 총교관 김태원(손현주 분)과의 기싸움도 팽팽하다. "손현주 선배님이 원래 입담이 좋으시고, 빵빵 터지는 스타일인데 현장에서는 말수가 거의 없으셨다"는 게 김수현의 설명이다. 원류환의 스승이었지만, 결국 그와 맞서게 된 김태원 역을 위해 손현주는 현장에서도 캐릭터를 잡고 있었다고. 김수현은 "포스가 하루하루 쌓이니까 나중에는 그냥 눌리더라"면서 "카리스마가 엄청나다. 목소리도 정말 좋았던 것 같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반면 '남파 요원'이라는 공통점으로 뭉친 리해랑(박기웅 분), 리해진(이현우 분)과는 형제 같은 모습이다. 김수현은 "셋이 모이면 조금 산만했다. 반대로 말하면 생기 있고 활기찼던 것"이라면서 "장난도 많이 쳤다. 북한 사투리 대사로 장난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수현과 박기웅, 이현우는 선배인 손현주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김수현은 "날씨는 추웠지만, 셋이 모이면 힘이 났다"면서 "어느새 (합을 맞추는) 연습도 자연스럽게 되어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원류환 잘하고 싶었고, 동구에 애정 듬뿍 담았다"

김수현은 극 중 동구를 연기하며 자신을 많이 내려놓았다. 지붕을 넘어다니며 마을 주민들의 동태를 살피다가도 이내 여자 속옷을 입고 동네를 뛰어다니며 아이들이 던진 돌에 맞곤 했다. 콧물 분장을 하고, 노상에 대변을 보는 설정까지 소화한 김수현은 "이런 특별한 액션 없이 마을 사람들과 뒤섞여있을 때 바보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조금 더 어려웠다"면서 "현장에 있는 동안은 마음이 가벼워서 좋았다. 연기 고민 외에 다른 고민은 없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원류환은 잘하고 싶었고, 동구는 정이 많이 들었다. 연기하면서 마음을 어디까지 가볍개 할 수 있나, 얼마나 내려놓고 나를 포기할 수 있나 많이 생각했다. 바보스러운 연기를 과하지 않게 하려고 힘빼는 작업을 많이 했다. 그 결과, 막상 촬영할 때는 마음이 가벼워져서 재밌게 나를 놓을 수 있었다. 바보짓을 하면서 참 재밌었다.(웃음) 보는 사람들보다 내가 더 재밌었던 것 같다. 임무로서 바보 역할을 하는 거지만, 동구는 참 편안한 아이다. '우리 동네에도 저런 친구 하나 있으면 어떨까' 싶지 않을까."


<해를 품은 달>로 사랑받고, 각종 CF를 찍으면서 김수현은 두려움이 많아졌다고 고백했다. 굉장히 많은 것을 얻었지만, 책임감과 부담감도 커졌다. 김수현은 "작년에 갑작스럽게 사랑을 받으면서 조심해야 할 것도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겁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까 사람이 변했다"고 말한 그는 "그러던 중, 동구를 만나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학교로 돌아간 것도 이때문이라고. 김수현은 "강의실에서만큼은 다시 자유로울 수 있다"면서 다가올 기말고사에 대한 걱정도 숨기지 않았다.

작품을 고를 때 캐릭터의 매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본다는 김수현. 왕(<해를 품은 달>), 도둑(<도둑들>), 바보(<은밀하게 위대하게>)까지 소화한 그는 앞으로 어떤 매력에 도전할지 고민 중이다. "지난해, 월셋집을 전세로 이사하고 '연기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앞으로 관객에게, 또 시청자에게 신뢰 받는 배우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금 나는 도전자다. 캐릭터에 어울릴 수도 있지만, 부족할 수도 있다. 다만 '신뢰 받는 배우'가 된 이후에는 그때까지의 캐릭터를 직접 조합해서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김수현 은밀하게 위대하게 박기웅 이현우 손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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