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관람 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둔 김수현 주연·장철수 감독의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이하 '은밀 위대')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이 뜨겁습니다.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고, 개봉 첫 주말 역대 한국 영화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가 대단한데요. 이쯤에서 영화 마니아 시민기자가 <은밀 위대>의 인기 원인을 간결하게 짚어 보았습니다.<편집자 말>

'은밀 위대' 인기 원인① - 보다 새롭다


이 영화는 기존 영화를 보는 시각에서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영화보다 만화색이 강한 실사 영화이기 때문이다. 원작 웹툰의 장면들을 거의 원형에 가깝게 영화화했기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애니메이션 같은 실사 영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바로 그 점이 <은밀 위대>가 인기인 첫 번째 원인이다. 만화를 좋아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이 영화에서 기존 영화와는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상상의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기존 영화처럼 영화 문법 틀에 맞춰져 있지 않고, 보다 능동적으로 관객들이 상상하며 영화에 참여하듯이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원작 웹툰의 팬이라면 너무 기대치가 높지 않는한 열광하며 즐길 수 있는데, 워낙 이 영화 원작 웹툰의 팬들이 충성도가 높다. 그래서 이전의 원작 웹툰을 둔 영화보다 실제로 극장에 가서 표를 사고 영화를 보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은밀 위대' 인기 원인② - 여심 폭발


미남이면서 바보 연기까지 잘해내는 능력남(김수현), 유쾌하고 재밌으면서 노래도 잘하는 능력남(박기웅), 예쁘장하게 생겨 모성애를 자극하는 능력남(이현우). 이 세 능력남이 서로 도와주고, 우정을 뽐내며 선량한 우리 이웃들을 괴롭히는 자들을 혼내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셋 다 실제로 젊은 미혼이다. (극 안팎으로 모두 그렇다) 대한민국 여심이 나이 불문하고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여심 폭발은 이 영화가 순정 만화에서 볼 수 있었던 '남자 동성애적 코드'를 지니고 있는데에서도 일어난다. 사실 영화 상에서 류환(김수현)과 해진(이현우) 사이는 상사와 부하 또는 형제애로 이해할 수 있는 관계지만, 여성 관객들은 둘 사이에서 동성애적 코드를 발견하며 재밌어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남성 관객보다 여성 관객에게 인기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중 적극적인 여성 마니아 관객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실상 최초의 한국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은밀 위대' 인기 원인③ - 분단 현실의 묵은 스트레스 해소


이 영화는 거의 답보 상태인 분단 현실의 묵은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기능을 하고 있다. 워낙 남북의 대치 상태가 오래 되어와 남한 사람들의 북한 리스크에 대한 불안과 스트레스는 뿌리 깊다. 겉으로는 별 신경 안 쓰는 듯 하지만 평화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근원적인 분단 현실 스트레스가 남한 사람들에게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은밀 위대>가 그런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준다. 결국 이 영화는 간첩이 남한 사람들을 돕다가 소멸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늘 북한을 더 도와만 왔다고 여기던 보수적인 남한 사람들로서는 역발상적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의 성격이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어느 한 쪽에 치우친 것도 아니다. 간첩이 패배하는 이야기지만 이야기의 중심 인물이 모두 간첩이며, 그들을 인간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균형을 잘 잡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종북 좌파', '수구 우파' 하며 그간 남한의 이념 스트레스도 분단 스트레스 못지 않게 이어져 왔는데, <은밀 위대>는 그런 '남남 갈등'에서 받아온 묵은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특히 10대와 20대 등 어린 학생들에게 이 영화의 인기가 높은걸 보면, 그동안 일부 어른들이 벌여온 볼썽사나운 이념 싸움이 이미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