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적자>에서 열연했던 배우 (시계방향으로) 손현주·박근형·장신영·류승수가 <황금의 제국>에도 출연한다.

지난해 <추적자>에서 열연했던 배우 (시계방향으로) 손현주·박근형·장신영·류승수가 <황금의 제국>에도 출연한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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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단 2회만을 남겨 놓은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이렇게 흐지부지 끝날 모양이다. 지난 화요일 방송되었던 22회의 시청률은 8.8%. 막판에 다다랐는데도 아직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마지막 2회분에서 극적인 한 방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역대 장희빈 드라마 중 가장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는 작품이 되고 말 것이다.

드라마 시청률은 생각보다 많은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시청을 했느냐를 따지는 그 수치 하나는 작품성에 대한 논란, 광고한 회사들의 매출, 제작진의 사기 진작, 방송국과 광고주들의 관계 등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시청자들에게는 재미있다·없다를 구분하는 기준에 불과하지만, 사실 시청률이 의미하는 것은 언급한 바대로 그 이상을 말한다.

여기에 또 하나. 드라마 시청률은 뒤를 이을 후속작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작의 시청률이 높을 경우 후속작은 어느 정도의 고정된 시청자들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드라마 충성도가 전작에서 후속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는 작품의 바통을 이어받는 경우는 다소 불리한 경쟁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충성도라 여길만한 것도 없고 그저 핸디캡만 잔뜩 안고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추적자'와 상반된 캐릭터 연기하는 배우들

그런데 <장옥정, 사랑에 살다> 후속으로 방영될 <황금의 제국>은 굉장히 미덥다. 이 작품에서는 전작이 남긴 이런 저런 불리한 상황을 완전히 뒤집어엎을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TV 드라마에 출연한 고수의 희소성 덕분에? 아니면 그와 이요원의 조합이 엮어낼 '케미(화학작용)'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물론 고수와 이요원이 주연인 것은 반갑고 설렐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이 시청률 반등의 능력을 가졌다고 확실하게 말하는 데는 약간의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같은 시간에 방송될 경쟁작 MBC <불의 여신 정이>가 만만치 않다. 이 작품의 남녀 주인공은 문근영과 이상윤이다.

그럼 뭘 믿고 그렇게 호언장담을 하느냐고? 지난해 <추적자>에서 열연을 펼치며 호흡을 맞췄던 배우들, 손현주·박근형·류승수·장신영이 <황금의 제국>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딱 1년 만에 한 작품을 위해 다시 모였다. 한 둘이 아닌 네 명의 배우가 시즌제도 아닌 전혀 다른 내용의 드라마에서 다시 뭉치는 경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간의 단단한 연합이 있지 않는 한 이런 캐스팅은 불가능하다.

이 불가능한 일을 <추적자>의 조남국 감독과 박경수 작가가 해냈다. <추적자>가 끝날 무렵 이들은 자신들이 구상한 새로운 이야기에도 배우들이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작정하고 러브콜을 보냈다. 손현주를 비롯 네 명의 배우는 흔쾌히 수락했다. 스타 하나 없던 드라마, 막장 요소 하나 없던 드라마, 홍보할 만한 여력도 없던 드라마 <추적자>가 세상을 향해 터트린 기적을 믿었고, <황금의 제국>을 통해 다시 한 번 이루게 될 것임을 믿었던 것이다. 

조남국 감독과 박경수 작가는 그들을 막연하게 불러내지 않았다. 획기적인 발상으로 그들에게 새로운 옷을 입혔다. 네 명의 배우는 <추적자>에서 연기했던 캐릭터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해야만 한다. 악역이 선한 역을 맡게 되고, 선했던 자가 잔인한 자로 변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을 상대로 한 롤 체인징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시도다.

<추적자>에서 손현주가 흘린 정의의 눈물이, 지극한 딸 바보의 사랑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런데 <황금의 제국>에서 그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냉혈한 최민재로 분하게 된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냉혹했던 박근형 역시 전작과는 180도 다른 쇠약하기만 한 병든 기업의 회장 역을 맡게 되었다. 정의로운 검사였던 류승수는 전직 조직폭력배 두목 조필두로 변신을 하게 되고, 청와대 입성을 꿈꿨던 장신영은 미모를 사업에 이용하는 팜므파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다.

네 명 모두가 하나같이 전과는 다른 성격, 다른 역할을 맡았다. 반전에 가까운 캐릭터 변신이며 '극과 극'의 처방이다. 조남국 감독은 "전과 비슷한 캐릭터를 선보일 거라면 아예 캐스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부터 그들을 데리고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릴 요량이었던 거다. <추적자>의 배우들과 함께 <추적자>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다시 한 번 기적을 일으켜보겠다는 게 그의 최종 목표였던 것이다.

전혀 다른 캐릭터를 부여한 것에 대해 기대감이 가득 쏠린다. <추적자>에서 보여줬던 연출력과 완벽에 가까웠던 극본의 힘을 다시 한 번 믿어보고도 싶다. 손현주, 박근형, 류승수, 장신영. 이 네 명의 배우들의 연기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듬직한 요소들로 뭉친 <황금의 제국>이니, 이 작품이 또 한 번의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은 예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아직 완전한 시놉시스가 나오지 않은 터라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그려나가게 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드라마 수준이라는 차원에서 막장 드라마와는 엄격한 차이를 보여줄 것이라는 것이며, 배우들의 힘이 얼마나 거센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줄 작품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고수와 이요원에게는 조금 미안한 얘기지만, <황금의 제국>에 대한 기대치는 <추적자>의 4인방. 그들에게 '올인'되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황금의제국 추적자 손현주 박근형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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