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사람들' 김원해 "무대는 배우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자 동시에 배우를 정화할 수 있는 곳이다. 방송으로 진출한 많은 배우가 무대로 돌아오지 않고들 있다. 방송 활동을 하는 연극인 출신 배우들이 무대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서툰 사람들' 김원해 "무대는 배우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자 동시에 배우를 정화할 수 있는 곳이다. 방송으로 진출한 많은 배우가 무대로 돌아오지 않고들 있다. 방송 활동을 하는 연극인 출신 배우들이 무대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필름있수다


프레스콜 현장 취재를 하면 중년의 연배임에도, 아니 20년 이상 무대에서 살아온 관록을 지녔음에도 항상 취재진에게 배꼽 인사를 하는 배우가 있다. 배우 김원해다. 항상 그의 겸손함을 눈여겨보고 있었지만 <SNL 코리아>를 통해 유명세를 타고 있음에도 인터뷰하는 내내 방송이라는 유명세를 탐으로 말미암아 교만해지지 않을까 경계하고 있는 배우가 김원해이기도 했다.

그는 <SNL 코리아>도 모자라 연극에도 출연하고 있는데, 일정이 가히 살인적이다. 연극 <짬뽕>을 마치면 7월에 바로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로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유월에 이어 <서툰 사람들> 역시 공연해야 한다. 방송과 무대 준비로 구슬땀을 흘릴 시간도 부족한 '진중건' 김원해를 만났다.

- <SNL 코리아> 하기도 바쁜데 세 작품이나 출연한다. 2007년 이후 오랜만에 서는 <서툰 사람들>에 대한 감회도 궁금하다.

"<서툰 사람들>과 <짬뽕>을 공연하고 있다. 7월에는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에 출연할 예정이다. 작년에 김대령, 송유현 배우와 <허탕>을 공연했다. <허탕>을 마치고 '셋이 다시 뭉치면 재미있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는데 거짓말처럼 무대에 다시 서게 되었다. <서툰 사람들>에서 1인 3역을 연기한다.

초연 당시 유료관객 점유율이 120%에 달했다. 당시 공연했던 배우들이 좋은 배우들이자 기억에 남는 배우들이다. <서툰 사람들>을 발판으로 류승룡이라는 대스타가 탄생하고 한채영도 처음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연 리스트 가운데 손가락 안에 꼽는 작품이 <서툰 사람들>이다.

<서툰 사람들>의 각본은 1992년에 장진 감독이 만들었다. 요즘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극 중 김추락이라는 인물은 장진 감독이 집필할 당시인 90년대보다 요즘의 세대에 더욱 부합하는 캐릭터다. 유달수는 아내 없이 외동딸을 키운 아버지다. 제 딸들도 언젠가는 결혼하면 출가하지 않겠는가. 이런 심정에서 보면 유달수의 대사 하나 하나가 제게 와 닿는 대사들이다.

여주인공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여주인공 딸이 나와 사는 걸 보니 마음은 편하지 않고 아버지도 딸과 떨어져서 혼자 살다 보니 적적하고 힘들다. 실제로 딸을 키우는 저의 심정이 반영되는 캐릭터가 주인공의 아버지인 유달수인지라 유달수에게 감정이입이 많이 된다."

- 연극 제목이 <서툰 사람들>이다. 개인적인 서툼에는 어떤 게 있을까.

"인생 자체가 서툴지 않을까. 배우는 인생 자체가 연기밖에 모르는 외길 아닌가. 화장하고 무대 복장으로 갈아입으면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무대 불이 꺼지면 허당인 경우가 많다. 세상의 이치와는 부합하지 않는 삶을 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이익과는 상관없이 지신의 분야에만 몰두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걸 잘 모른다. 저 자신을 보더라도 육아, 증권, 교육, 인터넷뱅킹 등에 관해서는 서툰 게 맞다."

’서툰 사람들' 김원해 "지금의 이십 대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세대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보장받지 못한다. 호연지기라는 큰 꿈을 펼쳐야 할 이십 대의 젊은이들이 위축되고 만 세대가 지금의 이십 대라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 ’서툰 사람들' 김원해 "지금의 이십 대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세대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보장받지 못한다. 호연지기라는 큰 꿈을 펼쳐야 할 이십 대의 젊은이들이 위축되고 만 세대가 지금의 이십 대라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 필름있수다


- <SNL 코리아>도 풍자를 선보이지만 <서툰 사람들> 역시 풍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상식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건드리면 풍자가 된다. 조금은 상식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세상이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가령 '갑의 횡포'처럼 비상식적인 일들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치 경제적으로 상식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현상에 대해 통렬한 풍자로 말하고 싶고, 풍자를 통해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SNL 코리아> 혹은 진중건을 통해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양날의 칼 아닌가 싶다. <SNL 코리아>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가 생기면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대중은 저를 배우가 아닌 연예인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벼락 스타로 뜨기에는 제 나이가 있지 않은가. 20년 넘게 해온 연기를 밀고 가는 게 중요하지, 만일 큰 인기나 부를 누린다면 제 자신이 변할 것 같아 이 부분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무대는 배우의 진정성을 찾을 수 있는 곳이자 동시에 배우를 정화할 수 있는 곳이다. 연극 무대가 대중매체 스타를 많이 배출한 게 사실이다. 방송으로 진출한 많은 배우가 무대로 돌아오지 않고들 있다. 방송 활동을 하는 연극인 출신 배우들이 무대로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배우의 진정성이라는 게 무엇일까.

"<SNL 코리아>를 하면서 느끼지만 방송은 시간을 많이 허락하지 않는다. 예쁘고 재미있게 방송이 나오면 되고, PD가 바라는 규격에 맞춰야 한다. 하지만 무대는 방송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주어질 수 있다.

사실 연극을 하면 시간적인 여유는 그리 많지 않다.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항상 수시로 들고 다녀야만 한다. 방송용 대사는 반짝하고 외울 수 있지만 방송이 끝나면 금세 잊어버린다. 하지만 연극 대사는 시간이 지나가도 잘 잊히지 않는다. 배우로서 내공을 다질 만한 곳은 무대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한다."

- <리턴 투 햄릿>을 공연할 때 배우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연습하며 많이 울었다. 중견 배우의 애환을 읊조리는 역할이었는데 저의 실생활이 극중 인물의 삶과 많은 부분이 겹쳤다. 대사를 말해야 하는데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고 먹먹해서 대사를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 인터뷰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말을 참 조리있게 잘한다.

"어릴 적부터 언어영역에는 타고난 것 같다. 영어와 회화, 제2외국어는 만점을 놓치지 않았다. 장진 감독의 작품에는 대사가 주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 많다. 수다스럽게 보이는 장문의 대사들이 리듬을 타면 굉장히 재미있어지는 작품이 많다.

개인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 퍼포먼스를 십 년 가량 한 경력도 있고 해서 대사에 대한 갈증이 많았을 때 연극을 하게 되었다. 너무나도 좋았다. 연극으로 돌아올 당시의 작품이 <짬뽕>과 <서툰 사람들>인데 두 작품 모두 대사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 너무나도 재미있게 공연할 수 있었다."

- 어떤 마음으로 <서툰 사람들>을 연기하는가.

"극 중 캐릭터보다 이십 년 가량 먼저 산 사람으로서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지금의 이십 대는 가장 힘들고 어려운 세대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보장받지 못한다. 취업을 위해 대학을 나와서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한다. 학교를 졸업해도 학자금 대출이라는 무거운 빚을 안고 사회에 노크해야 한다.

호연지기라는 큰 꿈을 펼쳐야 할 이십 대의 젊은이들이 위축되고 만 세대가 지금의 이십 대라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는다. <서툰 사람들>은 지금의 이십 대의 이야기다. 극중 인물들은 서툴기 짝이 없다. 연애도 서툴고 도둑질도 서툴다. 비록 서툴지만 서툰 가운데에서 세상을 이야기하는 연극인지라 연극을 하면서 젊은 세대들에게 빚을 갚는 기분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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