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비의 인스타그램

가수 아이비의 인스타그램 ⓒ 아이비 인스타그램 갈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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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있다. 혀로 말미암아 그동안 애써 쌓은 공적이나 달변 혹은 협상이 단 한 마디 잘못된 말로 말미암아 날아갈 수도 있음을 경고하는 명언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말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한데 요즘은 SNS나 댓글이 한 사람의 혀를 대신하는 '웹의 혀'로 대변되고 있다. 지난 7일, 웹에서는 안타까운 두 가지 사안에 대한 발언들이 문제가 됐다.

하나는 가수 아이비의 인스타그램이다. 아이비는 SBS <인기가요>를 준비하며 7일 인스타그램에 "아시아나 비행기사고로 <인기가요> 12분 줄어서 내가 잘릴 확률 99프로"라고 적었다.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 사고로 말미암아 SBS <인기가요>에서 아이비가 출연 예정인 방송 분량이 뉴스 특보로 줄어들거나 편집될 것을 염두에 두고 남긴 글이다.

하지만 이는 분명 아이비가 자신의 방송 분량이 줄어드는 것만 우려한 나머지 비행기 추락으로 인한 대국민적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사견임에 분명하다. 누리꾼들이 비난이 이어지자 아이비는 "앗 너무 죄송합니다. 전 그런 의미로 그말을 한 건 아니었는데..경솔했네요. 그리고 댓글은 지우지 않았습니다. 아까 올렸던 게 제가 너무 생각 없어 보여서 게시물 자체를 다시 올린 것이고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추가로 아이비는 "제가 봐도 제 글이 너무 생각 없고 경솔했어요. 먼저 유가족분들과 안타까운 사건에 마음 아파하는 모습 없이 바보처럼 굴었습니다"라며 "제 인스타그램 보시면 아시겠지만 너무 장난스러운 말투를 평소에 많이 하다 보니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무례하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늘 신중히 하고 정신 똑바로 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거듭 사과했다.

이날 <인기가요>는 아시아나 비행기 사고 관련 뉴스속보 현황으로 결방되었다. 아이비로서는 본인의 방송 분량이 일부 잘리거나 통편집 되는 아쉬움은 남겠지만 아시아나 비행기 사고로 말미암아 심적으로 고통을 받거나 노심초사할 사상자 가족들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한 멘션이 남긴 후폭풍이 아닐 수 없다.

생을 다한 어린 아이에게 내뱉은 끔찍한 악플들

 해나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악플이 도를 넘어섰다.

해나의 사망 소식을 보도한 기사에 달린 누리꾼들의 악플이 도를 넘어섰다. ⓒ 포털사이트 댓글 갈무리


하지만 아이비가 인스타그램에 남긴 말보다 더욱 우려되는 건 한 어린이의 죽음에 달린 악플이었다. 지난 5월 방송된 MBC <휴먼다큐 사랑-해나의 기적>의 주인공이었던 해나가 7일 새벽 5시 30분에 35개월의 짧은 생을 마쳤다. 선천적으로 기도가 만들어지지 않은 지병을 갖고 태어난 해나는 입의 튜브로 숨을 쉬어야 하는 육제적인 어려움을 갖고 있던 어린이였다.

<해나의 기적>을 통해 알려진 것처럼, 해나는 미국에서 인공으로 기도를 만들어주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해나의 부모와 시청자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해나는 건강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해나가 세상을 떠났다는 걸 알리는 기사에는 해나의 명복을 비는 많은 선플이 달렸다. 하지만 몇몇 악성 누리꾼은 어린 생명이었던 해나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악플을 달았다. 정상적인 사람이 본다면 손사래를 칠 수준이다.

그동안 연예인은 이들이 공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몇몇 누리꾼의 악질적인 성향을 참고 지내야만 했다. 그들 가운데에는 악플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태도 발생했다. 최근 몇몇 악성 누리꾼은 '리틀싸이' 황민우가 다문화 가정 어린이라는 것에 대해 악플로 공격하는 것도 모자라 <아빠 어디가>의 윤후를 타깃으로 삼고 안티 카페를 만들기도 했다. 걸그룹 나인뮤지스의 경리와 배우 송혜교는 성희롱 및 허위사실을 유포한 악플러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악플로 마음고생을 단단히 하던 유니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지 6년이나 지났지만 연예인을 괴롭히는 악플은 정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도리어 선천적으로 기도가 없어 온갖 고생만 하던 해나라는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에도 차마 입에 담지 못한 갖은 악플을 인터넷에서 발산하며 그릇된 자아를 표출하고 있지 않은가.

악플러의 공격을 직접적으로 당한 피해자만이 악플러를 고소할 수 있는 지금의 법적 수순을 넘은 법 개정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더불어 악플러에 대한 처벌 수위도 지금보다 커진다면 경각심 차원에서라도 무분별한 악플이 줄어들지 않을까.

악플은 연예인의 정신만 잠식하지 않는다. 혹시 해나의 부모가 갓 세상을 등진 딸을 향해 사람들이 배설한 끔찍한 악플을 보지 않았을까 심히 우려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말이 부족해서 아쉬운 시대에 사는 게 아니라 도리어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면서 말이다.

아이비 해나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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