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그콘서트>가 과감한 코너 개편과 신인 기용으로 위기론을 일축하고 부활하기 시작했다.

KBS 2TV <개그콘서트>가 과감한 코너 개편과 신인 기용으로 위기론을 일축하고 부활하기 시작했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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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간판 예능 <개그콘서트>가 살아나고 있다. 한동안 대두됐던 위기론에서 벗어나 상승무드를 타고 있는 모양새다. 시청률은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14%대로 바닥을 쳤던 시청률은 최근 17~18%까지 회복하며 공고한 인기세를 과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개그콘서트> 위기론 역시 힘을 잃어 버린지 오래다.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상황이 완벽히 역전된 것이다. 과연 <개그콘서트>는 어떻게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을까.

성역 없는 '묻지마 혁신', 새 기운 불어 넣었다

지난 2년간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개그콘서트>는 2013년에 접어들면서 코너가 노후화 되고 패턴이 식상해지면서 전에 없는 위기 상황에 봉착했다. 20%를 넘나들던 시청률은 14%대까지 떨어졌고 이른바 대박 코너가 실종되면서 대중성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든 것이다. <개그콘서트>로서는 좋든 싫든 또 한 번 변신을 꾀해야 할 시점에 접어들게 된 셈이다.

결국 <개그콘서트>는 지난 700회 특집을 기점으로 과감한 코너 개편을 통해 그야말로 성역 없는 '묻지마 혁신'을 시도했다. 특히 그동안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로 활약했던 '용감한 녀석들' '거지의 품격' '정여사' '생활의 발견' '네가지' 등이 연달아 종영한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었다. 이는 오랜 기간 방송되며 이미 생명력을 잃어버린 코너를 더 이상 가만히 두지 않겠다는 제작진의 선전포고와 다를 바 없었다.

간판 코너들이 빠져 나가자 새로운 코너들 또한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황해' '두근두근' '뿜 엔터테인먼트' '씨스타 29' '오성과 한음' '댄수다' 등의 새 코너들은 기존의 느낌과 완전히 다른 색깔로 <개그콘서트>에 새 기운을 불어 넣는데 성공했다. 말장난과 유행어 대신 풍자와 해학이 강해지고 캐릭터와 연기로 승부를 보면서 <개그콘서트> 특유의 강점이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개그 콘서트>가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더욱 과감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개그 콘서트>가 지금의 상승세를 유지하려면 더욱 과감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 ⓒ KBS


특히 보이스 피싱을 소재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만들어 내고 있는 '황해'는 "많이 당황하셨어요?" 같은 유행어를 전국적으로 히트시키며 다시 한 번 <개그콘서트>의 힘을 보여줬고, '두근두근' 역시 연인이 되기 직전의 남녀 사이의 심리 상태를 코믹하고 유쾌하게 풀어냄으로써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이들 코너는 오랜 시간 대박 코너 기근에 시달린 <개그콘서트>가 부진을 털고 일어나는데 큰 힘이 됐다.

기존의 경쟁력 있는 코너들 또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장수 코너로 자리 매김한 '불편한 진실'을 시작으로 '현대 레알 사전' '시청률의 제왕' '나쁜 사람' '버티고' 등은 각자 호흡을 짧게 하고, 스토리를 보강하는 등의 보완 작업을 거쳐 식상함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있다. 변화를 꾸준히 꾀하는 한편 장수 코너를 중심으로 전통과 역사를 살려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개그맨들의 신구 조화도 훌륭하다. 맏형격인 박성호, 김준호, 김대희가 무게중심을 잡고 스타급인 김준현, 허경환, 김원효, 황현희, 박성광, 박영진, 신보라, 박지선, 오나미 등이 프로그램 전반을 리드하고 있다면 '황해' '두근두근' 등으로 깜짝 스타덤에 오른 이문재, 이수지, 정찬민 등 능력 있는 신인들은 뒤를 든든하게 받치고 있다. 그동안 <개그콘서트> 성공 신화의 근간이 된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대명제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개그콘서트>는 노후화 된 코너에 대한 정리 작업, 경쟁력 있는 기존 코너 보강, 새로운 코너 신설, 신인들의 대거 기용 등 과감하고 파격적인 혁신을 통해 추락한 위상을 되살리고 부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만 상승세를 탄다면 흥행 마지노선인 시청률 20%는 물론이거니와 2011~2012 시즌에 버금가는 전성기를 구가할 가능성도 있다.

경쟁작 주춤…지금이 기회다

<개그콘서트>의 극적인 부활에는 외부적인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개그콘서트>의 위기에는 동시간대 방영된 MBC <백년의 유산>의 흥행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다. <백년의 유산>이 30%대 시청률로 승승장구하면서 상대적으로 <개그콘서트>의 시청률이 손해를 본 것이다. 사실상 <개그 콘서트>로선 안방 채널권을 쥐고 있는 주부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백년의 유산>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버거운 상대였던 <백년의 유산>이 종영한데다가 후속작 <스캔들>의 시청률이 아직까지 10% 중반대에 머무르면서 <개그콘서트>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백년의 유산>에서 빠져나온 시청자들 일부는 밤 9시~10시 시간대의 전통적 강자인 <개그콘서트>에 빠르게 유입 됐기 때문이다.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앞선 시간대의 경쟁작 <금 나와라 뚝딱> 역시 10% 후반대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이다. 경쟁작들이 주춤한 지금이야말로 앞으로 치고 나갈 절호의 타이밍이다. 더욱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개혁의 강도를 세게 해서 갈 곳 없는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들어 놔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남아 있는 시간이다. <스캔들>과 <금 나와라 뚝딱> 모두 주부층을 빠르게 결집시키며 고정 시청자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작품들이다.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소재와 스피디한 전개를 앞세운 두 드라마의 경쟁력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이다. 자칫 두 작품 모두 20%대 시청률을 올리게 된다면 <개그콘서트>로선 또 다시 힘겨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개그콘서트>가 지금 절대로 실기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지금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개그 콘서트>는 과연 내부 혁신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서 외부적 문제 요인을 잘 수습해 '전통의 강자'로서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 지난 15년간 한결 같은 인기를 구가하며 사랑받았던 <개그 콘서트>가 다시 한 번 냉엄한 시험대에 올라서게 됐다.

개그콘서트 황해 두근두근 개콘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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