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없이 1주일 살기' 미션을 보여준 KBS <인간의 조건>

'전기없이 1주일 살기' 미션을 보여준 KBS <인간의 조건> ⓒ KBS


'어휴, 덥겠다~' 

이번 <인간의 조건>의 전기 없이 1주일 살기 미션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비만 안 오면 사람을 구워먹을 듯이 푹푹 찌는 날씨, 흐르는 땀으로 온몸을 적시며 자전거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 봐야, 불 켜고 기껏해야 조그만 선풍기 한 대 겨우 돌리는 정도다.

그 조그만 선풍기 앞에서, 그게 아니라도 늘 땀을 흘리는 김준현을 비롯한 여섯 남자의 호구지책은 궁색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했다. 게다가 전기 없이 살기라고 해서, 그저 불만 안 들어오는 줄 알았던 그들. 냉장고에, 엘리베이터에, 에어컨에, 전기밥솥까지였다. 역대 최강으로 멤버를 곤혹스럽게 만든 미션이다. 심지어 미션에 포함된 자동문은 불가항력에 가까웠다.

이제는 '~없이 살기' 미션에 제법 적응한 멤버는 언제나 그렇듯 전기 없이 살 수 있는 여러 가지 도구들을 찾아낸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자전거로 전기를 만드는 수동 발전기를 비롯해 태양열로 핸드폰을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 그리고 태양열 충전 가방까지 '궁즉통'이라고 전기 없는 최악의 상황은 피해 간다.

제작진은 '이열치열'이라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더운 여름에 '전기 없이 살기'라는 무모한 미션을 제시했을 것이다. 더울수록 에어컨 등 전기에 의존도가 높으니까. 미션의 효과도 극명하게 드러날 테니까.

마지막 날 멤버는 그간 사용한 도구들을 앞에 늘어놓고 총평을 했다. 언제나 그렇듯, '~없이 살기'의 1주일은 역설적으로 그 미션 대상이 얼마나 내 삶에 밀착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 1주일의 결론, 전기는 소중하다는 다른 미션의 결과물과는 좀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처음 핸드폰, 텔레비전, 컴퓨터 없이 살기 경우, 처음엔 멤버 모두 금단 증상으로 고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오히려 문명의 이기에 노예가 되었던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자동차 없이 살기 역시 연예인으로서는 무모하다 싶었다. 하지만 걷고, 함께 차를 타는 과정 속에서 잊고 살았던 아날로그한 삶의 잔상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심지어 최근의 물 없이 살기조차 겨우 20리터라는 소량의 물로도 거뜬히 살아내면서 이제는 '~없이 살기'에 제법 적응한 멤버의 내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며,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물을 아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전기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 하는 뼈저림 안겨준 1주일

그런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의 경우, '전기 보안관'을 자처하며 혹은 '빛돌이' 분장까지 감수하며 캠페인을 벌인 다양한 전기를 아껴쓰는 방법들도 의미가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보다는 '전기가 없으면 안 되겠구나!'란 뼈저린 깨달음이 좀 더 앞선 시간이 돼버렸다.

여섯 멤버는 코요테의 노래에 맞춰 각각의 개인기까지 얹어 율동과 노래를 하며 즐겁게 자전거 발전기를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마지막 날 김준현이 몇 번 목에까지 울컥 차올랐다는 고백이 전혀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전기 없이 살기 1주일은 전기 의존의 불가항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간처럼 보였다.

그것은 아마도 가장 결정적으로는 정말로 겨루어 볼 만했던 다른 미션과 달리 '전기'라는 존재가 우리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더운 여름날 너무 무모하게 밀어붙인 제작진의 야심(?)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실제 멤버들이 찾아간 친환경 마을처럼, 여러 곳에서 '전기 없는' 생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곳에서의 생활이, 멤버들이 찾아간 그 마을처럼 음식 하나를 하려면 우선 아궁이부터 만들고, 장작부터 패야 하는 원시적 상황일까? 전기가 없이도 살아낼 수 있는 여건을 보여주려면 조금 더 현실에 와 닿을 수 있는 여건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멤버들이 일시적으로 사용한 자전거 발전기를 상시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태양열 조리기처럼, 전기 없이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구 등을 좀 더 보여주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더운 여름에, 무지막지하게 땔감부터 해대며 원초적인 방식으로 하루종일 투자해 요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안타깝게도 전해주려는 메시지의 왜곡을 낳을 우려가 큰 것이다.

조금 더 현실에 와 닿을 수 있는 '전기없는 여건' 보여줬어야...

또 하나, 최근 <인간의 조건>에서 여러 가지 캠페인성 미션을 시도하다 보니, 그와 관련된 장소를 찾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 미션의 경우는 그 찾아가는 장소가 좀 잘못 선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전기 없이 살기'를 한다면 물론 소중한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기 없이, 혹은 전기에 덜 의존을 하고 살려는 시도들을 좀 더 보여줬어야 하지 않을까? 즉, 전기가 만들어지는 발전소를 찾아갈 게 아니라, 대체 에너지를 활용하는 사례들을 좀 더 보여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태양열 난방 시스템을 마련한 광명시라던가,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걸음 에너지를 모아 전기를 만드는 외국 사례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는 노력이 아쉬웠다.

그토록 멤버를 고생시킨 더위의 경우도 그렇다. 실제 일본에서는 지열을 이용한 냉난방을 하는 걸 보면 무식하게 견디는 게 능사가 아닌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 태양의 도시로 알려진 독일의 프라이브르크의 경우를 보면, 도시 전체가 태양열을 통해 움직이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전기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좋은 전기를 만들어 내는 게 관건이다.

<인간의 조건>이 제시하는 미션은 두 얼굴을 가진다. 한 면에서는 문명의 수단인 미션 대상을 '~없이 살기'의 1주일을 통해 최대한 덜 의존적인 삶에 대한 여지를 고려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또 한 가지는 미션 대상의 부재를 통해 그 소중함을 깨닫고 그것을 좀 더 아끼도록 노력하자는 이중적 의미를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번 전기 없이 살기의 1주일은 더위 때문이기도 했지만, 첫 번째 목적 면에서 백기를 들고 항복한 느낌이 든다. 다음에 조건이 극악하지 않을 때 차분하게 대체 에너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더라도 '전기 없는'이라는 말만 들어도 멤버들이 기함을 하고 도망가버릴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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