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방송됐던 <무릎팍도사>가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6년간 방송됐던 <무릎팍도사>가 22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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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무릎팍 도사>가 22일 '김자옥 편'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007년 1월 첫 방송을 시작한 지 6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무릎팍 도사>의 쓸쓸한 퇴장은 1인 토크쇼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일까?

<무릎팍 도사>가 이끈 '1인 토크쇼' 전성시대

2007년 1월 3일 신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2회 편성되었다가 1월 31일부터 <황금어장>의 고정 코너로 자리매김 한 <무릎팍 도사>는 지난 6년간 다양한 게스트를 초대하며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로 명성을 떨쳐왔다. 특히 <무릎팍 도사>는 <놀러와><라디오스타><해피투게더> 등 집단 토크쇼가 대세를 이루던 시기 '1인 토크쇼'를 표방한 유일한 프로그램으로 완전한 차별화를 꾀하는데 성공했다.

<무릎팍 도사>의 인기비결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는 모든 것들을 숨기지 않고 낱낱이 물어보는 파격에서 비롯됐다. 게스트의 치부와 허점을 피하지 않고 공격하는 것은 물론 각종 루머와 소문들에 대한 질문도 서슴지 않았다. 게스트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대중이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무릎팍 도사>가 지난 6년간 고수했던 '무릎팍 정신'이었다.

게스트의 '질' 또한 기존 토크쇼와 비교를 거부했다. 대부분의 토크쇼가 연예인들을 데려다 놓고 자잘한 신변잡기에 집중하고 있을 때, <무릎팍 도사>는 강수진, 엄홍길, 김중만, 안철수, 조수미, 김연아, 장미란 등을 초대해 그들의 철학과 사상을 경청했다. 시청자들은 스타급 연예인 없이도 토크쇼가 재밌고 유쾌하며, 심지어 감동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무릎팍 도사>를 통해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MC 강호동의 역할은 지대했다. 양 볼에 빨간 점을 찍고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며 큰소리치던 그는 그동안 고착화 된 교과서적 MC 스타일을 단호히 거부한 인물이었다. 게스트와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아슬아슬한 말다툼을 서슴지 않으며, 게스트의 약점을 집요하게 들쑤셔 끝끝내 속내를 드러내게 만드는 강호동 특유의 '직설화법'은 <무릎팍 도사>가 대성할 수 있었던 근간이자 힘의 원천이었다. <무릎팍 도사>와 강호동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릎팍 도사>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들도 속속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SBS <힐링캠프>와 올해 초 종영한 KBS 2TV <김승우의 승승장구>다. <무릎팍 도사>가 이끈 1인 토크쇼 붐에 편승해 만들어졌던 두 프로그램은 각자 나름의 색깔을 완성해가며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해 냈고, 향후 전개되는 '1인 토크쇼 전성시대'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1인 토크쇼가 된 SBS <힐링캠프>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1인 토크쇼가 된 SBS <힐링캠프> ⓒ SBS


비슷한 1인 토크쇼의 범람…'무릎팍' 퇴장 이끌었나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엄청난 위세를 과시했던 '1인 토크쇼 시대'가 2013년 들어 급격히 저물고 있다. 지난 1월 <김승우의 승승장구>가 종영한 데 이어 김구라 카드를 꺼내들었던 <이야기쇼 두드림>과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가 시청률 저조 등을 이유로 폐지됐고, <힐링캠프> 또한 시청률 5~6% 정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1인 토크쇼의 상징과도 같았던 <무릎팍 도사>의 쓸쓸한 퇴장은 1인 토크쇼 시대에 종언을 고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사건이다.

물론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 되고, 그 중에서도 토크쇼 장르의 부침이 컸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때 '대세' 소리까지 들었던 1인 토크쇼 장르의 기세가 이렇게까지 갑작스레 위축된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 1~2년간 1인 토크쇼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단 점이다. 원조격인 <무릎팍 도사>를 시작으로 <힐링캠프><김승우의 승승장구><주병진의 토크 콘서트><이야기쇼 두드림> 등이 우후죽순 제작됐고 여기에 <백지연의 피플 사이드> 같은 케이블 프로그램까지 뛰어들면서 일주일에 세 네 개의 1인 토크쇼가 끊임없이 방송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아무리 각자 차별화를 시도한다 해도 시청자 입장에선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느낄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 결과 1인 토크쇼 장르에 대한 시청자들의 피로도는 심각한 수준에 다다르게 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식상함과 진부함이 배가 되면서 몰입도 마저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대세는 따르고 보자는 안일한 편성전략과 방송사 간의 시청률 경쟁이 결국 1인 토크쇼 장르 자체의 생명력을 크게 단축시키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두고두고 아쉬운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초대할 수 있는 게스트가 바닥을 드러낸 것 또한 문제다. 냉정히 말하자면 쓸 만한 게스트는 <무릎팍 도사>가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 거의 다 소모한 것이 사실이다. 후발주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무릎팍 도사> 스스로도 더 이상 매력적인 게스트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쪽에서 쓴 게스트를 저쪽에서 다시 쓰는 '돌려막기' 같은 촌극이 벌어졌고, 심지어 같은 게스트가 한 프로그램에 두 번 출연하는 일도 일어났다. 1인 토크쇼의 최대 약점인 '인재 고갈' 현상이 프로그램 포화 현상과 맞물려 급격히 진행된 셈이다.

예능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약해진 것도 간접적 원인 중 하나다. 과거 잘나가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최소 10% 후반대, 최대 4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렸던 것과 달리 최근 예능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10%도 넘기 힘들 정도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1인 토크쇼 역시 여기서 예외일 수 없다. 게스트에 따라 시청률이 널뛰기를 하는 마당에 전통적인 TV 시청층까지 와해되고 있으니 과거의 영광을 되살린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렇듯 '1인 토크쇼의 시대'는 <무릎팍 도사>의 퇴장과 함께 급격히 저물어 가고 있다. 하지만 <무릎팍 도사>가 1인 토크쇼의 선두주자로서 지난 6년간 걸어온 길은 결코 초라하거나 가볍지 않다. 기존의 성공공식을 따르지 않고 신선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끝없는 도전과 변신으로 새로운 장르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무릎팍 도사>의 '무릎팍 정신'은 향후 만들어 질 1인 토크쇼, 더 나아가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의 교과서적 표본이라 할 만하다.

이젠 <무릎팍 도사>가 만들어 온 길에 새로운 영광과 역사를 더할 때다. 대한민국 예능계가 혁신과 진화를 멈추지 않고 제 2, 제 3의 <무릎팍 도사>를 만들어 내기를 시청자의 한사람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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