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편("TV '못' 나가는 가난한 연극인? '안' 나가는 연기자 돼야")에서 이어집니다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는 배우 최종원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는 배우 최종원 ⓒ 완자무늬


- 연극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아니라 내면의 연기를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배우가 이 말을 왜 해야 되고, 말을 하는 근원을 파헤쳐서 그 상황을 파악하고, 그 감정이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 표현하는 게 내면 연기다. 축적된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좋은 연기다.

그렇다면 (연기를) 축적시킬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까. 예전에는 슬픈 연기를 하려고 할 때 슬픈 생각을 통해 눈물을 내는 걸 강요하는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코미디물이 범람하다보니 연기를 축적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하고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연기하는 배우가 많다. 배우가 대사 전달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리얼리즘 연기라고 착각한다.

막이 오르고 공연이 끝날 때까지 연기자는 가슴으로 흐르는 연기의 속도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체 극의 속도와 똑같이 내면의 템포를 맞출 줄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축적된 힘도 없이 그때마다 대처하려다 보니 배우와 관객 둘 다 힘들다. 연기의 기본을 생각하는 방법부터 찾을 줄 알아야 한다.

또, 공연할 때와 연습할 때 상대방과 눈을 맞춰야 한다. 저 쪽에서 누가 나타나든 상관없이 눈을 맞춰야 하는데 상대의 눈동자가 다른 곳으로 흐트러지면 연기 호흡이 깨진다. 그럴 때면 조용히 불러서 '왜 그러느냐, 집중을 해라. 누가 들어오건 간에 상관없이 공연이 가장 중요하다. 그 장면에 젖어라, 네가 흔들리는데 내가 무얼 보고 이야기 하겠니'라고 타이른다."

"스타 꿈꾸는 연기지망생들, 서울대 가라고 조언한다"

- 연기의 축적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제일 중요한 건 집중과 몰입이다. 집중은 배우 본인이 해야지 남이 끌어주는 게 아니다. 작품에 젖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내가 주인공을 맡아서 작품을 끌어간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추석날에 성묘를 하며 조상을 기린다. 내가 잘나서 지금 존재하는 게 아니라 부모님과 조상들이 있었기에 내가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이 작품을 끌어가고 있으며 이 대사를 하고 있다는 사고방식은 마치 추석 때 조상에게 차례 지내는 걸 잊는 것과 마찬가지다. 배우가 극에 완전히 몰입해서 왜 이 대사를 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당위성이 객석에 전달되어야만 한다.

가령 살인자를 연기할 때 객석에서 '저 죽일 놈'하는 욕이 나오고 분에 겨워 무대 위로 관객이 뛰어올라오게 만들면 실패다. 살인할 수밖에 없는 충분한 아픔이 객석에 전달할 수 있다면 사랑받는 연기자가 될 수 있다. 객석을 움직이는 진솔한 감정으로 연기하는 건 연기자 스스로가 찾아야 한다.

신체는 피아노다. 어느 부분을 움직이느냐에 따라 객석에 전달되는 감정선은 모두 다르다. 내 몸의 어느 부분을 움직일 때 어떤 감정선이 움직이는가를 배우 스스로가 모른다면 가짜다. 배우가 무대에 왜 있어야 하는가를 꼭 생각해야 한다.

연기자가 꿈이라는 젊은이에게 젊은 시절 겪은 내 아픔과 연기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다시 한 번 (연기에 대해) 생각하라고 조언하면 열 명 중에서 대여섯 명이 남는다. 남은 이들에게 연기를 위해 몸뚱아리 전체를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느냐고 또 한 번 물어보면 한두 명만 남는다. 열 명 중 한두 명만 연기에 전념하겠다고 각오를 다지는 셈이다. 그 남은 한두 명을 극단에 소개시킨다.

대부분 만났던 젊은 친구들은 드라마나 영화를 꿈꾸는 이들이이었다. 연극배우를 희망하는 젊은이는 별로 없다. 그럴 때 먼저 연극부터 하라고 한다. 배우의 목소리로 연기를 전달할 줄 아는 경지에 다다를 줄 알아야 한다. 스타의 꿈은 좋은 배우가 될 때까지 접으라고 한다. 남들이 연기를 인정해 줄 때 영화든 드라마건든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 연기 학원을 나오고 스타가 되겠다는 학생에게는 서울대에 가라고 조언한다."

- 몇 년 전부터 예술인촌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순수예술은 수익성이 없다는 당시 장관(유인촌)의 판단 아래 예술인촌은 테마파크로 변했다. 당시 장관이 문화예술을 전혀 모르는 정치인 출신, 혹은 공무원으로 있다가 장관이 된 인물이었다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아니지 않았는가. 테마파크로 바꾸라는 지시에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강원도 인제 쪽에 새로운 예술인촌 건립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술인촌이 만들어지면 모든 문화 예술인들이 (자신의 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서 새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그곳에) DMZ 평화공원도 조성되는데, 남북관계가 원만해진 가운데 예술인촌이 조성되면,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재외교포가 중심이 되는 한민족 예술축제를 꿈꿀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로 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되면 북한 예술단체도 한국에 와서 공연할 수 있고, 우리 공연단이 평양에 가서 공연할 수도 있잖는가.

김대중 대통령은 생전 "21세기는 문화의 전쟁이다, 열심히 해"라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뮤지컬 <결혼>을 일본에서 공연할 당시 조총련 문예동맹위원장이 관람했다. 조선 대학 출신들도 관람하고는 너무 좋았다고 평을 했다. (남한 공연단과 북한의 공연단이 앞으로) 공동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는 제안도 받았다. 우리 세대가 좋은 뜻으로 일하다 보면 통일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 18대 국회위원 하는 동안 '막말 종결자'라는 극단적인 별명이 붙었다.
"당시 김윤옥 여사가 추진한 한식세계화사업이 엄청난 국고 손실을 초래하지 않았는가. 국정감사를 통해 다 나온 사실이다. 당시에 한식세계화가 이러면 안 된다는 비판을 했는데 이런 제 모습 가운데서 '막말 종결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별명에 개의치 않는다."

최종원 그것은 목탁 구멍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 유인촌 예술인촌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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