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2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몽희와 유나 역을 소화한 한지혜.

지난 9월 22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몽희와 유나 역을 소화한 한지혜. ⓒ 웨이즈컴퍼니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 2013년 상반기 각 지상파 방송에서 1인2역 캐릭터를 너도 나도 등장시켰을 때, 한지혜는 바로 그 흐름의 시작이었다. 그녀가 두 역할을 함께 소화한다며 고군분투 할 때, 뒤이어 하희라, 이소연, 임정은이 제 각기 드라마에서 두 캐릭터를 선보였다.

하지만 같은 1인2역이라도 한지혜 정도면 막노동 급이다. 상반된 캐릭터를 한 사람이 연기하기도 어려운데 같은 장면에서 그렇게 서로 다른 캐릭터로 자주 등장했으니 말이다.

지난해에 이어 한지혜는 MBC의 주말 드라마를 책임져 왔다. 바로 전작이 <메이퀸>이었고, 잠시의 휴식을 가진 후 <금 나와라 뚝딱>에 합류했다. 두 작품 모두 6개월의 시간을 투자해야하는 긴 여정이었다. 시청률 면에서 두 작품은 모두 두 자릿수를 찍으며 선전했다. 한지혜가 당당히 안방극장의 주인공으로 제 역할을 하는 배우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한지혜의 1인2역, "이제 안 해도 되겠죠?"

어려운 환경에서 바르고 밝게 자란 몽희와 재벌가 며느리로 기 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유나를 소화한 한지혜는 "1인2역은 다시는 안 한다는 심정으로 임했어요"라며 취재진에게 웃어보였다. 배우는 하나지만 캐릭터는 둘이니 한지혜 입장에서는 다른 배우들보다 대사의 양과 동선을 곱절은 소화해야했다. 드라마의 공과를 논하기 전에 가장 큰 어려움인 건 분명하다.

"드라마 막바지에 1인2역으로 같이 붙는 장면이 엄청 많아졌어요. 특히 마지막 3일의 촬영엔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새벽에 스태프와 감독님에게 짜증부리고 울기도 했죠. 매일 이걸 어떻게 소화해야할지 걱정이 되는 거예요. 드라마 초반에는 몽희와 유나가 겹치는 장면이 없어서 두 인물 따로 철저하게 분석하고 가면 됐는데 나중엔 둘이 자꾸 만나고 대화를 해야 했죠.

대본을 보니 대사가 안 이어지는 느낌이더라고요. 진짜 이걸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비유하면 저 혼자 이보영씨와 이종석씨의 역할을 다 하는 거였어요(웃음). 감정상 이어지는 캐릭터도 아니라 몇 번을 끊어 찍어야 했죠. 감독님에게 여건상 불가능한 거 같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결국 하는 수밖에 없잖아요. 캐릭터에 대한 느낌을 잡은 이후로 대사를 더 깊이 외우려했고, 캐릭터를 스스로 더 구체화 시켰죠."

잠시 정신줄을 놓으면 몽희 대사를 유나처럼 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벌어지기 다반사였다. 대본에다가 스스로 알아볼 수 있게 표시를 하고, 야외촬영과 세트 촬영을 구분해서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나름 1인2역 소화 매뉴얼을 만든 것이다. 자신 만 고생하면 그나마 덜 불편했을 텐데 몽희와 유나를 번갈아 가야 할 땐 동료 배우들은 한지혜의 분장 시간을 고스란히 기다려 줘야 했다. 기다리게 하는 사람 입장에선 이래저래 마음이 안 좋을 상황이었다.

"진짜로 다른 분들에게 감사해요. (최명길, 김지영, 반효정 등) 선생님들은 새벽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시고. 연정훈 오빠도 그렇게 길게 대기를 해야 했죠. 근데 마지막까지 제게 고생해서 고맙다고 해주셨어요. 그 분들이 잘 배려해주셔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보시는 분들은 짧게 지나간다고 생각하겠지만 많은 분들이 한 장면을 위해 이렇게 고생을 했어요(웃음)."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한지혜의 모습. 노점상을 하는 몽희 역할일 때 상황.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한지혜의 모습. 노점상을 하는 몽희 역할일 때 상황. ⓒ mbc


실제로 유나처럼 성격 변하기도..."더욱 박차 가하고 싶다"

다행인지 아닌 건지 드라마를 하면서 한지혜는 보다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유나 효과'다. 본래 몽희와 비슷한 성격이었다는 한지혜는 자기 의사를 주장하기보다는 대세에 따르는 편이었단다. 하지만 유나 역할을 하면서 고충을 털어놓기도 하고, 소통하는 과정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됐다. 또한 주말극을 연이어 출연해 순발력은 물론이고 자신감 또한 생겼다.

"주말극에 한정짓고 싶지 않아요. 다음엔 미니시리즈를 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주연 위주의 연기를 해왔는데 이번에 캐릭터 플레이를 하면서 좀 더 자신감이 생겼어요. 조연과 주연을 가리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이랄까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싶은 바람이 생겼어요.

사실 <금 나와라 뚝딱>은 각오를 하고 들어갔죠. 제대로 해서 띄워보자! 좀 부끄럽지만 연기대상을 목표로 하고 임했어요(웃음). 사실 많이 부족하고 제가 대단한 연기력의 배우는 아니지만, 이번 작품에서 그걸 뛰어넘어보려고 했거든요."

한지혜의 표현을 빌리면 이번 작품, 정말 이 악물고 했다. 선배 연기자는 한지혜를 두고 근성 있는 배우라고 칭찬했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소화했다. 그 때문에 가끔 스태프와 감독과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들과 모두 절친한 사이로 남았다. 드라마가 끝나고 내리 3일을 함께 쫑파티를 했다는 점이 바로 이들의 유대관계를 증명하는 사례다.

청춘스타로 데뷔해 상대적으로 일찍 결혼한 한지혜는 그렇게 자신의 제 2 전성기를 꾸려가고 있었다.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칭찬을 받는 시기인 거 같아요"라던 한지혜는 앞으로의 각오 역시 야무지게 내놓았다.

"목표를 갖는 게 중요하고, 노력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행히 제 부족한 점을 이 드라마의 유나와 몽희 캐릭터를 통해 채울 수 있었던 거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길게 오래 인정받으려면 제 내공과 실력을 쌓는 수밖에 없다는 걸 항상 깨닫고 있어요. 한지혜라면 사람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이제 막 두 작품을 성공한 셈이잖아요.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기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싶어요."

 지난 9월 22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에서 몽희와 유나 역을 소화한 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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